양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정보화 시대’, ‘지식기반 사회’는 21세기 사회를 규정하는 대표적인 표현 중 하나다. 물론 다른 한편에서는 ‘정보 홍수’, ‘정보 과부하’의 시대라고도 한다. 이는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와 개인과 사회가 수용 가능한 수준을 넘어섬으로 인해 정보 처리의 효율성이 되려 떨어지고 피로감을 느끼는 상태라는 뜻이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IT기술의 발달은 정보의 과잉 생산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지금 우리는 필요 이상의 정보가 만들어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자신에게 필요하고 믿을만한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보에 대한 이런 선별력을 갖추고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원하는 혜택을 누리는 상태가 바로 이 글에서 다룰 ‘정보복지’에 다름 아니다. 정보복지란 개념은 매우 복잡하다.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보다 하위 개념들 또는 차원들로 쪼개서 논의하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기존의 논의하는 주로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기본으로 하는 정보 접근 불평등 해소가 중심이었다. 그런데 정보 접근권과 함께 정보 복지에서 중요한 축을 이루는 다른 한 요소는 정보의 품질이다. 검증된 고품질의 정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정보복지에 있어 또 다른 핵심인 것이다.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 및 미디어가 도입되는 초기에는 정보에 대한 물리적 접근에서 사회계층간의 격차가 발생한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최신 테크놀로지를 더 빨리 소유함으로써 계층 간 정보 접근성에 있어 격차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기기나 미디어를 보유한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접근 격차는 자연스럽게 완화되거나 해소되는 경향이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적 노력 또한 이러한 ‘접근권’에 중점을 두고 있다. 때문에 다른 차원의 정보격차보다는 접근 격차는 해결이 비교적 용이하다. 이에 비해 정보를 ‘활용’하거나 ‘평가’하고 ‘이해’하는 차원의 격차는 시간이 지나도 좁혀지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교육과 같은 적극적 개입을 통해 개인 간, 집단 간 격차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바로 이러한 정보의 평가, 이해, 활용과 관련된 능력 내지 역량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리터러시’의 사전적 의미는 ‘읽고 쓰는 능력’이며, 어원인 라틴어 ‘litterauts’는 ‘교양’의 의미를 포함한다. ‘미디어’와 ‘리터러시’가 결합한 합성어인 ‘미디어 리터러시’는 좁게는 미디어 메시지에 대한 해독 능력을 뜻한다. 좀 더 포괄적으로는 미디어에 접근해 그 미디어가 작동하는 원리와 미디어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으며, 나이가 미디어 메시지를 창조적으로 재생산해내는 능력까지를 포괄한다.
미디어에서 다루는 콘텐츠 유형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정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미디어 리터러시에서도 뉴스를 포함한 정보 콘텐츠가 매우 핵심적이다. 물론 미디어 영역의 많은 것들이 ‘융합’하고 있는 현재의 환경에서 정보 대 오락(엔터테인먼트)으로 콘텐츠를 구분하는 것 이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일 수 있다. ‘정보’와 ‘정보 아닌 것’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는 것이 현실이긴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정보화 시대의 정보 콘텐츠의 중요성은 중요해진다.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가장 중요한 콘텐츠인 정보에 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고. 이를 적절히 평가할 수 있으며, 정보를 활용해 자신의 삶과 공동체를 윤택하게 하고, 나아가 정보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곧 미디어 리터러시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렇듯 미디어 리터러시는 앞서 언급한 정보복지, 즉 정보에 대한 분별력을 갖춰 고품질 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적절히 활용해 그로부터 혜택을 얻기 위해 꼭 갖춰야 할 능력이다 특히 정보가 과잉 생산되면서 저급한 정보가 다수를 차지하고 여기에 수시로 노출되는 현재 상황에서 전문가의 검증을 거친 선별된 정보만을 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시민들 스스로 정보의 품질을 평가해서 분별력 있게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여기서 출발한다.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은 특정한 내용의 지식을 가르치는 교육이라기보다는 정보를 현명하고 효율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을 훈련하는 일종의 방법론 교육에 해당한다. 클레이 존슨 (Clay Johnson)은〈정보식단(The Information Diet)이라는 저서에서 “쓰레기 정보(junk information)"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그는 정크푸드가 일으키는 비만 문제를 정보영역에 빗대어 설명한다.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는 쓰레기 정보가 과도하게 생산·유통되고 있고 이 때문에 소비자 삶의 질이 훼손되고 있으며. 따라서 건강한 고품질의 정보식단을 누릴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한 정보식단이 곧 정보복지에 해당하며. 건강한 정보식단을 누리기 위한 훈련과 교육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또 다른 이름이다.
[참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