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로 들어서면서 미디어는 우리 삶에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됐다. 그러나 동시에 개인의 권리침해로 대표되는 미디어의 역기능에 대한 우려도 발생하고 있다. 권리존중 교육으로서의 미디어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연하 이화여자대학교 정책과학대학원 교수
소셜 미디어를 포함해 다양한 미디어가 일상생활의 중요한 부분으로 통합되었다. 수용자는 미디어를 단순히 이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공유한다. 디지털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이전에는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이슈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미디어 콘텐츠의 생산과 이용에서 비롯되는 권리와 책임에 관한 법적 이슈다. 최근 온라인에서 불법 촬영물 유포로 인해 인격권은 물론, 성적 의사결정 및 성적 행동의 자유를 의미하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고 있는 사례를 지적할 수 있다(박성민, 2013). 게다가 콘텐츠의 창작과 공유가 자유로운 환경이 되면서 미디어 생산자뿐 아니라 기존의 이용자, 소비자도 권리침해의 주체가 되고 있다. 명예훼손, 프라이버시 침해, 초상권 침해와 같은 전형적인 법적 문제, 그리고 저작권 분쟁, 개인정보, 잊힐 권리의 침해와 같은 비교적 새로운 법적 문제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문재완 외, 2017).
매스미디어와 개별 미디어가 공존하는 디지털 환경에서는 미디어 생산과 이용의 부작용에 대해 국가 차원의 통제가 어렵다. 따라서 개인의 판단력에 따라 스스로 미디어를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한 미디어교육의 중요성이 커졌다(조연하, 2015). 특히 미디어 콘텐츠 생산과 이용에서 개인 혹은 집단의 권리침해 현상이 증가하면서, 타인과 나의 권리를 보호하고 책임 의식을 갖추기 위한 미디어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졌다. 즉 미디어리터러시 핵심역량으로서 타인과 나의 권리를 존중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교육이 요구된다. 미디어 이용에 있어서 개인이나 집단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음을 이해하고, 어떤 권리들이 침해될 수 있는지, 권리침해라고 판단되는 요건은 무엇인지, 권리침해가 인정되더라도 어떤 경우에 면책을 받는지, 나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었을 때 피해구제방법은 무엇인지, 타인의 권리를 침해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책임질 수 있는지, 그리고 권리침해로 인한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적 장치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미디어 이용 법적 권리침해 유형
미디어에서의 권리침해란 개인이나 집단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 유형으로는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초상권 침해, 인권 침해, 저작권 침해 등이 있다.
‘명예훼손’은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도록 사실 또는 허위 사실을 적시해 대상자의 품성, 명성, 신용 등 외부적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헌법 제10조에 근거하는 명예훼손은 형법, 민법, 정보통신망법 등에서 부분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비방 목적이 추가되는 미디어에서의 명예훼손은 신뢰성·확산성·지속성 등과 같은 미디어의 특징으로 피해당사자의 손해가 막대하다는 점을 고려해 가중처벌하고 있다. SNS 단체 채팅방의 대화도 전파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상의 명예훼손이 성립된다. 그러나 명예훼손에 해당하더라도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면 면책을 받는다. 한 지역 여성단체가 ‘모 국립대 교수가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 홈페이지와 소식지에 게재한 사건의 경우, 대법원(2003)은 공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비방 목적이 없다고 보아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권리는 개인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사적인 생활의 비밀이 함부로 공표되지 않을 권리이다. 헌법 제17조에 근거해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를 가지며, 헌법 제17조에 근거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시 ‘사생활 침해’로 간주된다.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사는 동네를 노출하고 현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장면을 여과 없이 촬영·송출했다면, 출연자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 것이 된다. 그러나 보도대상의 동의를 받았거나, 사생활 침해 내용에 공익성이나 뉴스 가치성이 있었다면 면책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사생활 보호권에 포함되다가 하나의 독립된 인격권으로 파악되기 시작한 ‘초상권’은 본인의 동의 없이 함부로 촬영 당하지 않을 권리, 무단 촬영된 사진 등의 공표를 거절할 권리, 영리 목적으로 사진을 무단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이다.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을 동의를 구하지 않고 개인 SNS에 올린 경우 친구의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 정보 주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다. 이것은 컴퓨터와 정보통신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정보 주체도 모르게 그에 관한 정보가 집적되는 부작용의 해소방안으로 새롭게 생성된 권리이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관련하여 최근 등장한 ‘잊힐 권리’는 정보 주체가 인터넷에 있는 자신에 관한 정보를 삭제 요청할 수 있는 권리이다(문재완, 2016). 세계 각국은 사생활 보호에 대해 정책적·제도적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중 캐나다에서는 ‘디지털 시민 정책의 개념 지도’라는 지침을 통해 온라인 상호작용에서 학생들의 안전과 책임감 유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Hoechsmann & DeWaard, 2015). 국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버권리침해 예방 가이드 등을 만들어 미디어교육 자료로 활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의미하는 인권은 모든 개인이 갖는 불가침의 기본권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근거하여 미디어에서 이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을 때,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본다. 한 TV 연예 정보프로그램이 ‘걸그룹 멤버 합성사진 유포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가짜 합성사진을 수차례 노출했는데, 이 행위로 인해 인권 보호에 관한 방송심의규정 위반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다른 사람이 만든 콘텐츠를 이용할 경우 알고 있어야 할 법적 이슈로 ‘저작권’이 있다. 저작권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 대해 창작자에게 주어지는 독점권이다. 그러므로 저작권 침해란 콘텐츠를 생산·이용하는 과정에서 동의 없이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이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저작권법에서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함과 동시에 일정한 경우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저작재산권을 제한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학교 교육 목적 등의 저작물 이용, 시사 보도를 위한 저작물 이용,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 등이 그 예이다. 최근 저작재산권 제한조항에 공정이용 조항을 도입하였다. 공정이용은 일정한 경우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원칙을 의미한다. 즉, 공익과 같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 저작물을 정당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예외적인 이용허락의 성격을 띠고 있다(조연하, 2018). 디지털 환경에서 미디어 이용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도 미디어리터러시 개념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볼 때, 미디어교육에 저작권과 같은 법적 이슈를 포함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안정임(2010)은 이미 여러 국가가 지식소유권 문제를 미디어교육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디어교육은 ‘저작권 문제가 왜 중요한가?’, ‘그것과 관련된 입장들이 어떻게 다른가?’, ‘그것의 사회적 파급력은 어떠한가?’ 등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스스로 결론을 도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권리침해로 인한 피해구제제도의 마련
언론중재위원회의 분쟁조정과 중재제도는 언론 보도의 피해당사자가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구제수단으로 손해배상청구, 정정보도청구, 반론보도청구, 추후보도청구 등이 있다. 정당 대선후보 경선장에 대학생들이 동원되었다는 TV보도에서 이와 무관한 사람들의 사진을 방송에 내보낸 사건이 있었다. 이 경우 중재위원회 조정으로 해당 방송사가 정정보도를 했다. 또, 한 방송에서는 지하철 역무원이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한 혐의로 입건되었다고 보도했으나,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나자 추후보도를 하는 것으로 조정이 성립된 바 있다. 언론중재제도 외에도 권리침해금지 심의규정에 근거한 방송통신심의제도를 활용하여 권리침해로 인한 피해를 간접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으며, 포털에 권리침해 표현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인권의식이 높아지면서 미디어에서 발생하는 권리침해에 대해 피해보상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러한 상황에 맞추어 자신의 권리침해에 올바르게 대처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기 위한 개인, 집단 권리존중 교육이 강조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미디어교육과정에 권리침해 유형 및 피해구제제도를 기본적으로 포함해야 하고, 관련 법적 이슈를 함께 다룰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문재완(2016). 『잊혀질 권리: 이상과 실현』. 집문당.
문재완 외(2017). 『미디어와 법』. 커뮤니케이션북스.
박성민(2013). 「개정형법상 성적 자기결정권의 의미와 보호의 실제」. 성균관법학, 제25권 제3호, pp. 129~150.
안정임(2010). 「디지털 미디어리터러시 관점에서 본 소셜 네트워크 미디어의 핵심이슈」. 여성연구논총, 25집, pp. 91~112.
조연하(2015).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의 미디어교육에 관한 고찰: 쟁점 및 정책을 중심으로」.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2015 가을철 정기학술대회 발제문.
조연하(2018).『미디어 저작권』. 박영사.
Hoechsmann, M. & DeWaard, H. (2015). Mapping Digital Literacy Policy and Practice in the Canadian Education Landscape. MediaSmarts. Available at(http://mediasmarts.ca/sites/mediasmarts/files/publication-report/full/mapping-digital-literacy.pdf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