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이야기-기억을 찧고 빚는 맛>>

떡이 건네는 위로의 한 조각

by 박은아

떡은 말없이 위로를 건네는 음식이다.

빵보다 조용하고, 밥보다 애틋한 한 조각의 떡.

쫀득한 식감 속에 담긴 기억과 마음, 그리고 한국인의 손맛.

오늘, 떡 한 접시 앞에 마음이 앉아있다.


떡은 말없이 위로를 건네는 음식이다. 쫀득하고 묵직한 한 조각을 입에 넣는 순간, 나를 괜찮다고 안아주는 기분이 들었다.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마음이 허전할 때 떡이 생각나는 이유. 그건 어쩌면, 잊고 있던 나를 다시 불러오는 음식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짙은 초록색의 쑥떡, 팥이 얌전히 들어있는 막걸리와 발효된 술떡, 그리고 … 강낭콩과 밤과 찹쌀이 어우러진 모둠떡까지. 이 떡들 앞에 앉으면, 왠지 마음이 풍요롭게 고요해진다.

떡은 말하자면, ‘조용한 잔치’ 같은 음식이다.


외국에 나가서 가장 먼저 그리워지는 음식이 떡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밥이나 김치보다도 더. 왜일까?

그건 아마 떡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선, 정서의 기억, 한국인의 몸과 마음에 새겨진 의례와 환대의 상징이기 때문일 것이다.


떡의 시작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와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기록 속에 ‘메(米)’로 만든 떡의 언급이 자주 등장한다. 곡식을 쪄서 절구에 찧고, 손으로 빚어 나누던 시절.

우리 조상들은 곡식이 귀하던 때에도 생일이면 백설기를 쪘고, 결혼식에는 기름에 지진 시루떡과 팥떡을 이웃과 나눴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익숙한 이 말은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 떡이 얼마나 소중한 음식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옛날 동화 속 호랑이도 떡 앞에서는 물러섰다.


김소월 시인의 시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에서도 ‘떡’은 은근히 배어있다.

그 강변에서 엄마와 누나가 해주는 따뜻한 음식의 상징, 아마도 흰떡이나 시루떡이었을 것이다.


현대소설 중에서는 박완서의 작품들이 떡에 대한 따뜻한 묘사를 자주 담고 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는 어린 시절 시골 할머니 댁에서 먹던 떡과 장터의 떡 장수들이 정겹게 그려진다.

“그땐 떡이 참 맛있었다. 입에 붙고, 마음에 남았다.”


요즘은 빵의 시대라고 하지만, 떡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동네 떡집들은 한 자리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빵값은 몇 배나 올랐지만, 떡값은 10년이 지나도 큰 변함이 없다.

이토록 고마운 음식이 또 있을까.


떡은 감사를 기억하게 한다.

세상 밖으로 나온 생명을 축하하는 백일떡-백설기, 돌이나 생일, 이사 날이나 개업식에 떡을 돌리는 전통.

그 안엔 단순한 나눔을 넘어, 생명과 기쁨을 넘어 미래를 함께 축복하던 지혜가 숨어 있다.


탄수화물을 거부하고 빵들이 각광받는 시대에 한 켠으로 밀린 것 같은 전통의 맛, 그립던 떡을 오일장에서 세 가지 사 왔다.

쑥떡의 쌉싸름한 풀향, 술떡의 톡 쏘는 발효의 깊이, 모둠떡의 알록달록한 단정함…

그 모든 떡은 말없이 전한다.

’나 아직 이렇게 살아있다고

그래서 오늘도 힘이 되게 해 주겠다고. 이 자리에서 조용히..‘


전통 & 음식

• #떡이야기

• #전통음식

• #한국의 맛

• #한식에세이


감성 & 일상

• #위로의 음식

• #기억의 맛

• #일상에세이

• #감성글


문화 & 정서

• #한국문화

• #공감에세이

• #정서적위로

• #음식으로 쓰는 글

#기억의 맛 #감성글 #공감에세이 #음식으로 쓰는 글

#마음의 위로 #쑥떡 #술떡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음악과 호흡 – 마음의 리듬을 회복하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