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호흡 – 마음의 리듬을 회복하는 시간]
음악을 들으며 숨을 되찾은 순간
숨을 쉬는 일은 너무 당연해서 잊고 지내는 일 중 하나다. 하지만 어느 날, 음악을 들으며 갑자기 숨이 천천히 깊어지는 순간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어지럽던 마음이 정돈되고, 생각들이 조용히 정리되는 듯한 그 감각. 무언가 나를 안으로 이끌어 다시 ‘고요함’에 앉히는 것 같은 순간.
그건 단지 음악이 아름다워서만은 아니었다. 음악은 우리의 ‘호흡’을 바꾸고, 호흡은 곧 ‘감정의 리듬’을 회복하게 만든다.
음악과 호흡 – 과학이 말하는 회복의 리듬에 관해서
첫째는 음악이 심박수와 호흡을 안정시킨다.
Bernardi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느린 템포의 음악은 실제로 호흡과 심박수를 안정시키고, 빠른 음악은 자율신경계를 활성화시킨다. 즉 음악은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생리 리듬을 조율하는 자극이 된다.
(Bernardi, L. et al., 2006. Circulation)
두 번째 감정은 먼저 ‘숨’으로 드러난다
Daniel Siegel은 “감정적으로 불안할 때, 가장 먼저 달라지는 건 호흡”이라고 했다. 숨이 얕아지고, 가빠지고, 끊어진다. 반대로 의식적으로 깊은숨을 쉬게 될 때
신경계가 안정되고, 감정도 천천히 가라앉는다.
(Siegel, D. J., 2010. The Mindful Therapist)
세 번째로 음악은 숨을 열어준다
Thayer의 연구에 따르면, 호흡과 음악의 리듬이 맞춰질 때, 스트레스 반응은 감소하고 회복력은 향상된다. 특히 자연스러운 호흡 템포(6~10회/분)와 유사한 음악은
심리적 안정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준다.
(Thayer, J. F., et al., 2009. Biological Psychology)
마지막으로 동양의 한방에서는 오래전부터 ‘호흡’과 ‘소리’를 기(氣)의 흐름을 다스리는 핵심 도구로 보았다.
각 장기는 고유한 소리를 가지고 있으며, 그 소리를 호흡과 함께 조율함으로써 마음과 몸을 함께 다스릴 수 있다고 여겼다. 폐는 슬픔을, 간은 분노를, 심장은 기쁨을 담는다.
그래서 음악은 단지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감정과 기운을 조율하는 생명의 리듬이 된다.
이따금 내 연주 속 호흡이 단순한 숨이 아니라, 하나의 기운을 풀어내는 흐름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숨은 감정의 파형이다
우리는 숨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한숨, 들숨, 얕은 숨, 고른 숨.
그리고 그 숨이 음악과 만나면,
삶의 리듬 자체가 조금씩 회복된다.
나는 무대 위에서 연주를 시작하기 전, 언제나 숨을 크게 들이쉬고 조용히 묵상한다. 그건 단순한 준비 동작이 아니라 감정과 악기, 내면과 관객을 연결하는 첫 번째 접속이다.
나는 Flutist다
나는 Flutist다.
악기 중에서도 가장 많은 호흡을 필요로 하는 악기를 선택한 건,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가장 불안정했던 부분을 껴안고자 했던 미지의 모순적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숨이 고르지 않던 시절, 그 숨을 음악 안에서 길게 내쉬는 법을 배우며 조금씩 마음도 정돈되어 갔다.
바이올린도, 첼로도, 피아노도—
어떤 악기든 결국 가장 중요한 건 호흡이다. 그것이 연주의 출발점이자, 감정의 실마리이며 음악과 생명이 맞닿는 가장 진실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은 숨을 따라 마음이 돌아온다
삶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고, 감정이 앞서가며 몸이 따라가지 못할 때, 그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한 번의 깊은숨일지도 모른다.
음악은 그 숨을 건네주는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네 숨결이 고요해질 때,
비로소 네 안의 노래가 시작된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응용
당신이 멈춰 선 그 자리에서
음악이 들리기 시작한다면,
그건 숨이 다시 살아났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건,
마음이 다시 살아났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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