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단체의 정치적 중립 (그런 건 없다)

by 고길동
IMG_1238.jpg

https://blog.naver.com/pyowa/222077409913


많은 공익단체가 있지만, 모두의 공익을 추구하는 단체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공익단체는 정관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모인 이익단체다. 딱 그만큼만 권리능력이 있고, 그만큼만 존재한다. 그 범위를 넘어서는 순간 위법한 활동이 된다. 공익단체는 공익을 추구하고, 정치도 공익을 추구하므로, 공익과 정치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공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활동을 완전히 배제하기란 불가능하다. 즉, 공익단체는 정관 목적범위 내에서 일정한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공익단체가 정치활동을 하는 것에 직관적 거부감을 느낀다. 왜 그럴까? 공익단체의 정치활동은 이른바 ‘어용’이라는 이름으로 부지불식간 우리에게 낙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해방정국부터 최근의 탄핵정국까지 공익단체가 국가에 의해 이용된 사례가 너무나 많았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국가유공자단체법 등 여러 법령에 공익단체의 정치적 중립을 다시 한 번 선언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보조금 지원받고, 수익사업 허가권을 가진 공익단체일수록 활동범위를 벗어나 정치활동을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규정된 것이다. 그러나 법정단체라고 하더라도 허용되는 정치활동의 범위는 공익단체와 같다.


독일의 판례도 ‘단체의 완전한 가치중립적 활동은 요구되지 않으며, 단체가 정관상의 공익목적을 추구함에 있어 때때로 특히 중요한 일상정치의 대상에 대하여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공익목적의 증진을 위하는 것’이라고 판결하였다.


단체 구성원과의 소통을 위해, 정부가 하지 못하는 부분을 위해, 정부와는 다른 새로운 시각을 발굴해 내기 위해, 공익단체가 필요하다. 이익단체는 ‘스스로’ 공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존재한다. 공익단체는 ‘자율성’이 핵심이다. 한편, 공익단체는 공익을 추구하므로 사사로운 행사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의 감독권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공익단체의 자율성과 정부의 감독권은 언제나 긴장관계다. 공익은 정치적 성향이 있다. 정치란 무엇인가.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익단체의 이익추구는 정치적 활동이 될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한 감독권도 정치적 성격을 띌 수밖에 없다. 공익단체의 정치와 정부의 정치는 긴장관계다.


허용되는 정치적 표현과 방법은 어디까지인가. 공익단체의 정치활동은 그 대상에 따라 정치적 표현 수위를 달리 판단해야 할 것이다.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정치활동과 정당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활동은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일방적인 비판의 경우와 논쟁의 과정에서 표현의 수위는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의 인격권은 존중되어야 하므로 개인에 대한 정치비판 신중해야 한다. 정부에 대한 비판은 공익단체 목적범위내에서 주장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며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의 경우에는 정치적 표현이 다소 과격하더라도 위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법원도 정치논쟁 중 발생한 표현에 대하여, 공적인 존재가 가진 국가·사회적 영향력이 클수록 그 존재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국가의 운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므로 그 존재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더욱 철저히 공개되고 검증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은 그 개연성이 있는 한 광범위하게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하고 공개토론을 받아야 한다. 정치적, 이념적 논쟁과정에서 통상 있을 수 있는 수사학적인 과장이나 비유적인 표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금기시하고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판결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18.10.30.선고 2014다61654 전원합의체 판결)


허용되는 정치활동과 금지되는 정치활동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겠지만, 몇 가지 요소를 꼽아보면 ① 정관상 목적범위, ② 당파적 중립성, ③ 객관성, ④ 정치적 동기와 강도를 들어볼 수 있다. 이 기준에 따른 해석을 하는 경우에도 공익단체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정관상 목적범위라 함은 구체적인 타당성이 아닌, 주장자체로 판단한다. 정관의 목적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은 공익단체의 권한을 넘기 때문에 ‘환경단체가 남북관계를 주장한다거나’, ‘보훈단체가 경제문제 주장하는 경우’와 같은 경우는 정관의 목적 범위를 넘어서는 위법한 정치활동이라고 할 것이다.


당파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불가능은 요구할 수 없는 것이다. 완전한 중립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완전한 중립은 요구되지 않는다. 공익단체의 주장이 일정 당파의 주장과 일치하다는 사실만으로 당파적 중립성에 위배되는 것도 아니다. 당파적 편향을 위해 주제를 선정하고, 당파를 위하는 의도이거나, 이를 위한 극단적 활동의 경우에 위법한 정치활동이라고 할 것이다.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객관성 또한 완전한 객관성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일반인의 기준으로 공익단체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가 있으면 충분하다. 언론으로부터 이목을 끌기 위해 다소 과장하거나 논란을 유발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더라고 공익성을 해한다고 볼 수 없다. 단지, ‘정당을 해체하라’는 성명의 문구가 있다고 하여도 공익단체의 목적범위를 넘어 정치에 관여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결국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인데 정치적 동기와 강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기, 기간, 강도, 동기, 부대사정, 배경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선거기간 등 정치일정에 임박된 기간인지, 일회성인지, 최초 주장인지 반박 주장인지, 표현의 방법이 어느 정도인지, 물리력의 행사 정도 등 개개 사안별로 제반요소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소극적 제한사유가 없으면 공익단체의 정치활동은 인정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공익단체의 정치활동은 법령상 특별한 제한이 없는 한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선거활동이 금지되는 공익법인의 구성원의 경우에도 정치활동이 전면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하급심 판례도 존재한다.(서울고등법원 2008.12.30.선고 2008노1986판결 취지)

공익단체의 정치활동의 범위는 법원의 판단에 의해 한계가 정해지겠지만, 결국 정치적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행정제재 보다는 정치적 해결이 바람직해 보인다. 공익단체의 정치적 판단과, 정부의 정치적 판단과, 국회의 정치적 판단이 어우러져야 할 분야다. 무엇보다 국민의 정치적 판단이 중요한 분야다.


https://blog.naver.com/pyowa/222077409913


keyword
작가의 이전글못난이 대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