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뒷광고에 대한 기사를 보며 예전 백화점 사기세일 판결이 생각났다.
대학때 백화점 사기세일 사건을 배웠다.
이제 막 이재상 교수님의 형법각론을 읽고 있을 때였다.
정확한 개요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100만원 짜리 코트를 세일 전날 200으로 인상하고 50% 할인해서 다시 100만원에 팔았다는 것이다.
1,2심은 고지할 의무도 없고, 소비자에게 손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나는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판결문 어디에도 정의 같은 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법적 의무는 정의와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백화점 사기세일 사건은 1992.9.14. 대법원에서 원심이 파기되고 유죄가 선고되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진실을 말할 의무는 누구에게도 없다.
원가를 말할 의무도 없고, 직전 가격을 말할 의무도 없다.
겨우 법정이나 국회에서 증인 선서한 사람만이 거짓을 말하는 경우에 처벌 받는다.
거꾸로 우리는 행정관청에서, 경찰서에서, 검찰청에서 진실을 말할 의무가 없다.
거꾸로 말하면 우리에게는 거짓을 말할 권리가 있다.
우리가 누군가를 신고할 때 실체를 확실히 파악할 의무도 없다.
개인에게 사실을 완전히 파악한 후에 신고하라는 것은 불가능을 요구하는 것이다.
사실을 파악할 의무는 공권력에게 있다. 시민의 신고는 겨우 수사의 단서에 불과한 것이다.
실체적 진실 발견의무를 시민에게 부여할 수는 없다.
공권력을 바탕으로 강제수사하는 경찰, 검찰도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지 않은가.
법적인 의무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법령이 없다면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아무런 죄가 되지 않는다.
지나가다 우연히 죽어가는 사람을 봤는데, 도와주지 않아 죽게 되어도 무죄다.
부인이 직원에게 호박전을 던지는 것을 알면서도 말리지 않는 남편 역시 무죄다.
9.11 테러 같은 범죄계획을 알면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도 무죄다.
유튜브 뒷광고는 뭔가.
특별법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고, 법적인 문제는 아니다.
(찾아보니, 이슈가 되고나서 2020년9월부터 공정거래위원회 심사지침으로 고지의무를 신설했네요)
유튜버에게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지 알릴 의무는 없다.
아무런 협찬이 없는 것처럼 업로드할 수도 있는 법적 권리가 있다.
그러나, 부도덕한, 너무나 부도덕한 상황이다.
구독자가 수백만이어도, 우리는 일대일처럼 유튜버를 본다.
수많은 유튜버 중에서 고르고 골라 나름대로 신뢰를 쌓아나간다.
유튜버는 나에게 얘기하듯 말한다.
나는 좋아요도 누르고, 댓글도 달면서 공감을 쌓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다. 인간적 실망을, 배신을 말할 수 있다.
부도덕한, 너무나 부도덕한 속임수에 대해,
실망스러운, 너무나 실망스러운 배신에 대해, 비난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거짓을 말할 법적 권리가 있다.
그리고, 도덕에 대해 비난할 법적 권리가 있다.
우리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이기 때문이다.
https://blog.naver.com/pyowa/222089622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