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른다고 털레털레 가지는 말자.

(감사에서 살아남기)(30)

by 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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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 감사실입니다.’라는 전화는 유쾌한 전화가 될 수 없다. ‘왜 나한테?’라는 생각에 살짝 긴장되고 순식간에 을이 된듯한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 감사관은 감사실에 오라거나, 방문한다고 말할 것이다. 감사관의 감사를 거부할 수는 없지만, 부른다고 털레털레 가지는 말자.



감사관에게 감사는 뭔가? 정의로운 공직사회구현? 이런걸까? 아니다. 감사관에게 감사는 ‘일’이다. 감사관은 일하는 중이다. 일하는 사람은 잘하고 싶고, 빨리 끝내고 싶다. 감사관도 똑같다. 감사를 잘하고 싶고, 빨리 끝내고 싶다. 일을 오래 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일이니까.



감사관은 감사계획을 가지고 있고, 개략적인 감사 종료일을 예정하고 있다. 감사관은 일하는 중이므로, 일을 마치고 기관장에게 보고해야할 기한이 있다.



누군가를 불렀는데 오기 어렵다고 한다면, 감사일정을 떠올릴 것이다. 꼭 조사해야 한다면 일정을 조정할 것이고, 다른 참고인으로 대체가능하면 다른 참고인을 부를 것이다. 조사 없이 증거로 가능하다면 부르지 않을 것이다. 정말 급하다면 찾아올 것이다.



왜 나를 부를까 생각해봐야 한다. 비위자로 조사가 개시되었다면, 감사를 거부할 수는 없지만, 비위자에게도 진술권이 있으니 조사를 준비할 권리가 있다. 당신에 대한 신고내용과 감사범위를 좀 더 생각해봐야 한다. 누가 왜 무엇을 신고했는지 알아봐야 한다. 어떻게 진술할 것인지 글로 써보고 정리한 후에 가도 늦지 않다.



그러니 오랄 때 가지 말고 당신의 생각과 진술이 어느정도 정리가 된 후에 가라. 오라는 주에는 출장이 있다는 둥, 중요한 보고가 있다는 둥 여러 이유를 들고, 그다음 주에 간다고 하라. 방문조사하더라도 그 후에 하면 좋겠다고 말하라.



참고인으로 부를 때도 마찬가지다. 참고인으로 출석하기 어렵다고 한다면, 감사관은 일단 달랠 것이다. 별거 아니라며, 간단한 거라며 편하실 때 잠깐이면 된다고 말할 것이다. 시간이 없다고 하면 감사관이 직접 방문하겠다고, 밖에서 잠깐이면 된다고 말할 것이다.



참고인으로 부른다지만 정말 참고인인지, 잠정적 감사대상자인지 알 수 없다. 부를 때 참고인이지 나올때까지 참고인일지는 모르는 것이다. 내 진술 때문에 스스로 감사대상이 될 수도 있다.



참고인으로 당신이 필요한 게 아니라, 당신 사무실의 누군가가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당신이 아닌 당신 사무실의 누군가가 가도 된다. 사무실 사람들이 모두 진술을 기피하면 다른 증거로 대체할 수도 있고, 그냥 없는 대로 진행할 수도 있다.



가더라도 늦게 가라. 참고인이 여러 명일 수도 있는데 다른 참고인보다 늦게 가라. 먼저 다녀온 참고인과 얘기해서 무엇을 주로 물었는지, 분위기는 어땠는지도 알아보고 가라. 다른 참고인을 먼저 조사해서 더이상 조사가 필요 없는 사실은 당신에게 묻지 않을 것이다. 같은 참고인 조사여도 강도는 훨씬 약할 것이고, 개략적 준비가 된 당신의 심적 부담도 훨씬 낮을 것이다. 무엇보다 조사가 일찍 끝날 것이다.



당신에게 감사는 생활이 걸린 문제지만, 감사관에게는 ‘잘’ 그리고 ‘빨리’ 끝내고 싶은 ‘일’이다. 감사관의 일은 감사관의 일이므로, 당신은 당신의 안전을 도모하면 그뿐이다. 그러니 부른다고 털레털레 가지 마시라. 안 가면 좋고, 가더라도 시간을 갖고, 생각하고, 정리하고 가시길.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비위자이건 참고인이건 왠만하면 늦게 갈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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