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여행' 다시읽기](프롤로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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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책이 무엇이냐 물으면, 나는 잠시의 주저함도 없이 '자전거 여행'이라고 말할 것이다. 나에게 글의 위대함을 알려준 책이다. 세상은 설명서처럼 쓰여질 수 없는 것이고, 쓰여질 때 비로소 존재하는 것이라고 알려준 책이다.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52살의 김훈은 자전거 여행을 했다. 자전거를 타며 연필로 글을 썼다. 김훈은 언제나 연필로 글을 쓰는데 그의 책상엔 작아져버린 연필로 가득하다. 읽으면 감각의 현재와 연필의 악력이 느껴진다. 문장이 힘이 턱까지 밀려온다. 김훈의 감각이 덩어리로 밀려온다. 시간이 잠시 정지된다.
한계가 있을 때에야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무한한 것에는 소중한 것이 없고, 그러니 의미가 있을 수 없다. 유한한 것만이 살아있는 것이다. 무한한 것은 생명이 없는 것이거나, 이미 죽은 것이다.
우리는 현재를 살 뿐이다. 순간을 살 뿐이다. 지나간 시간은 좀체로 잡히지 않고, 다가올 시간을 짐작하기 어렵다. 모든 것은 흔적 없이 사라지므로 소중하고 의미있는 것이다.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결국 평탄한 것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에 불평한들 오르막과 내리막이 그냥 그대로 그자리에 있다. 삶도 그런 거 아닐까. 삶에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지만, 삶은 유한한 것이고, 결국 평탄한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