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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Oct 23. 2023

포기하면 의문이 남는다. 계속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희박한 공기속으로, 존 크라카우어)(2/3)

https://blog.naver.com/pyowa/223243329802



에베레스트는 극한의 세계다. 인간은 그 세계에 겨우 들렀다 온다. 에베레스트가 문을 열어줄 때 잠시잠깐 들어간다. 문이 닫히면 에베레스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가혹한 극한의 세계로 변한다.



산악인은 모두 그것을 안다. 제4캠프에 많은 산악인들은 공격진지의 소총수처럼 웅크리며 에베레스트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4캠프까지 도착하는데 너무나 많은 돈을 쓰고 후원을 받았다. 평범한 직장인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돈이다. 아마추어 고객들도 다수였고 돈을 받은 가이드는 돈 값을 해야했다. 정상 공격 포기는 엄청난 돈과 시간을 거품으로 만든다. 더 회복할 수 없는 것은 산악인의 명성이었고, 명성이 추락하면 더 이상 고객도, 후원도 붙지 않을 것이었다. 그것은 더 이상 에베레스트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모든 걸 잃는 것이다.



1996년 5월 10일 새벽. 갑자기 바람이 잦아들었다. 지휘관의 돌격명령을 떨어진 것처럼, 제4캠프에 있던 모든 산악인은 에베레스트의 신호를 알아챘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정상을 공격해선 안 된다. 능선과 바위를 오를 때 1열로 늘어지게 되고 고정밧줄로 암벽을 오를 때 누군가는 기다리며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 하산팀이 올라오는 등반팀을 만나면 속절없이 대기해야 한다. 팀의 리더들은 출발시간을 나누려했지만 시간은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른 새벽 여러팀의 산악인 33명이 출발했다. 첫 번째 재앙이었다. 폭풍이 닥치거나 어두워지면 가혹한 세상이 펼쳐질 것이 확실했지만, 누구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희망섞인 판단으로 기회는 크게 보였고, 위험은 작아보였다.



2시에는 하산이 시작되어야 했다. 누구나 에베레스트 정상을 겨우 몇 백미터를 남기고 발길을 돌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모든 시간과 비용을 매몰하는 결단이다. 무엇보다도 다음 기회는 영영 없을 수 있다는 생각에 미치면 덜컥 겁이 나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2시가 한참 넘어 도착했거나 하산할 체력이 모자란인원들은 포기했어야했다. 



좌절과 포기는 다르다. 포기는 가능성이 남아 있을 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의문이 남는다. 계속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33명의 산악인들은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대부분 정상에 도착했다. 그들에게 이제 '만약'이라는 가정법은 사라졌고, 어떤 '의문'도 남지 않게 되었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오후 3시 4시가 넘어 밤이 오고 있다는 에베레스트의 '현실'이었다.

 

화창했던 하늘은 갑자기 폭풍우가 불었고 천둥이 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재앙이었다. 이동은 느려졌고 결국 어둠이 찾아왔다. 



19명은 한 밤 폭풍우에 고립되었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정상을 앞두고 베이스캠프에서 사진을 찍었다. 왼쪽 앞줄 더그 한센, 수젠 앨런, 존 크라카우어, 앤디 해리스, 로브 홀, 프랭크 피수백, 남바 야스코, 뒷줄은 존 테스크, 스튜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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