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에게 투표권이 필요하다.

<군부심위원회 2편>

by 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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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에게는 투표권이 사실상 없다. 주민등록법 제6조 제2항 때문이다. "영내(營內)에 기거하는 군인은 그가 속한 세대의 거주지에서 본인이나 세대주의 신고에 따라 등록하여야 한다." 부모님 사는 동네에 투표해야지 지금 근무하고 있는 부대의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투표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동두천, 철원, 화천, 양구에 근무하는 병사들은 부산, 광주, 제주에 투표한다. 그런데 직업군인은 세대를 구성할 수 있다는 논리로 근무지역 후보자에게 투표한다. 그래서 같은 나이에 입대한 의무복무 하사는 근무지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투표할 수 있다. 영내 숙소에 살고 있는 하사와 영내 숙소에 살고 있는 병장을 달리 볼 특별한 이유는 없어 보이는데, 하사는 투표권이 있고 병장과 이등병은 투표권이 없다. 이등병은 2년간 그 지역에 살아가야 하지만 지역에 대한 투표권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왜 투표하는가?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나를 위한 정치를 해달라는 것이다. 지역구 국회의원, 시장, 군수가 나를 위한 정치를 해주기를 바라며 투표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는가? 그렇기 때문에 후보자들은 선거권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행동하지 않는가? 국회의원이 되어서도 항상 지역구를 방문해서 지역구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떠한 정치를 원하는지 끊임없이 의견을 듣지 않는가. 지방자치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권자의 의사에 따라 지역행정을 운영하는 것 아닌가? 투표권이란 이렇게 정치와 행정의근본이 된다.


그런데 지역구 후보자들의 고민 대상에 병사가 없다. 사실상 투표권이 없기 때문이다. 병사들은 아버지, 어머니 계신 곳의 후보에게 투표하기 때문이다. 부모님 계신 곳의 지역구 후보자가 전방 병사를 위한 공약을 만들리도 없다. 우리나라 어느 선거구에도 병사를 위한 공약이 없는 이유다. 연천, 철원, 화천, 양구에는 주민보다 병사가 더 많다. 그런데도 병사를 위한 공약은 없다. 유권자인 병사에 대한 고려가 없으니,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부대까지 가는 버스 연장 노선 하나 없는 곳이 너무나 많다. 운영되는 버스나 기차 적자 노선이 얼마나 많은가? 흑자가 나는 곳만 전봇대를 설치하고 전기를 보급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경제성의 문제를 정치로 극복해야 하는 문제다. 이게 다 병사에게 지역에 대한 투표권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011년 헌법재판소와 법제처에서 이미 해당 주민등록법 조항이 합헌이라고 판단한 사실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병사의 경우 부모님 주소지에 더 밀접한 생활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


지휘관에 의한 부정선거 우려는 옛날옛적 이야기이고, 병사들은 평일 면회, 외출이 가능하며, 주말 외박 횟수와 갈수 있는 지역 범위도 넓어졌다. 영내에서도 언제나 인터넷을 사용하고, 스마트폰으로 SNS, 커뮤니티에 적극 참여한다. 어디가 더 밀접한 생활관련성이 있을지 병사 스스로 판단하면 된다. 국가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


법률은 합헌성이 추정되고 폭넓게 입법재량권이 인정되고 있다. 기존의 2011년 합헌 결정도 법률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주민등록법이 개정되어 병사가 투표권을 가지게 된다고 하더라도 헌법재판소는 입법재량권의 문제이므로 이 또한 합헌의 범위라고 결정할 것이다. 다른 문제때문에 주민등록법 개정이 어렵다면, 선거법에 특칙을 규정하여 병사에게 선거권을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병사의 투표권은 현재 복무중인 병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입대할 병사, 그들의 부모, 형제, 나아가 대한민국의 문제다. 고3도 국회의원 후보의 얼굴과 유세를 보고 많은 고민을 하면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되었다. 첫 투표가 대부분인 병사들은 누군인지도 모르는 후보자에게 투표해야한다. 정치는 참정권으로 시작된다. 첫 참정권이 이렇게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선거에서 꼭 주민등록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는 국회의원 후보자가 있었으면 좋겠다.


병사의 투표권 보장이 군부심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고 확신한다.

투표권이야말로 병사들이 명령과 처분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바로 설 수 있는 주춧돌이라 생각한다.



<모두 10년 전 판단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2009헌마59, 2011. 6. 30.


영내 기거하는 현역병은 보다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그가 속한 세대의 거주지 선거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고, 영내 기거하는 현역병을 병영이 소재하는 지역의 주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이 사건 법률조항은 영내 기거 현역병의 선거권을 제한하지 않는다.



법제처 11-0105, 2011. 4. 21

[ 국방부 - 영내 관사에 거주하는 직업군인인 경우 영내 주소를 기준으로 주민등록이 가능한지 여부 등(「주민등록법」 제6조제2항 등 관련)]


「주민등록법」 제6조제1항에서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그 관할 구역에 주소나 거소(이하 “거주지”라 함)를 가진 자를 등록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영내에 기거하는 군인은 그가 속한 세대의 거주지에서 본인이나 세대주의 신고에 따라 등록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우선, 「주민등록법」 제6조제2항을 규정한 취지를 살펴보면, 「주민등록법」 제6조제2항은 영내 주소를 기준으로 하여서는 주민등록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병역법」에 따라 징집·소집 등에 의하여 입영하게 되어 영내에 기거하게 되는 때에는 통상 그가 속한 세대 전체가 주소 또는 거소를 옮기지는 아니하므로 세대의 거주지가 별도로 있는 군인은 영내에서 30일 이상 거주하더라도 영내 주소가 아닌 그가 속한 거주지를 기준으로 주민등록을 하라는 의미이고, 이러한 경우 군인이 기거하는 장소가 일반적으로 주거를 목적으로 하는 주소지라 하기 어렵다는 점과 집단적으로 영내에 기거하는 군인의 경우를 지역의 주민으로 보기 어려워 주민등록에 의한 행정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법제처 2006. 8. 11. 회신 06-0157 및 법제처 2006. 8. 11. 회신 06-0178 해석례 참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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