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없애는 가장 미련한 방법

<군부심위원회 3편>

by 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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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를 없애는 가장 미련한 방법은 바퀴벌레를 잡는 것이다.

바퀴벌레를 잡는 그 순간 징그러우면서도 통쾌하지만, 그때 뿐이다.

구멍난 배에 물이 들어 오듯이 그 빈자리는 곧 다른 바퀴벌레가 채운다.


바퀴벌레를 없애는 가장 빠른 방법은 바퀴벌레가 못 오게 하는 것이다.

구멍난 배의 구멍을 막는 것이다. 내 방만 깨끗이 치운다고될 일이 아니다. 환경을 깨끗이 하는 것이다.


군대에서 구타 가혹행위를 없애라고 한다.

전역한 예비역들은 '요즘 군대 좋아졌다'고 노래를 부른다.

나는 90년대 초반 입대했는데 그때 전역하는 병장도 '요즘 군대 너무 좋아졌다'고 했다.

시간이 아무리 아무리 지나도 '요즘 군대 좋아졌다'고 한다. 바퀴벌레는 계속 남아 있던 것이다.

아마 2030년에 전역한 병사도 '나때는 힘들었는데, 요즘 군대 좋아졌다'고 말할 것이다.

20년이 넘는 나의 군경험에 비추보면 확실하다. 군에 다녀온 모든 예비역들도 공감할 것이다.


그만큼 군대에서의 부조리는 없애기 어렵다.

왜 그런가? 인간이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4시간 같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면 부조리를 없애는 방법은 무엇인가?

간단하다. 24시간 같이 있지 않으면 된다.

병사의 생활을 각각 달리 가지고 있으면 된다. 병사의 관심을 서로 다르게 하면 된다.

그들의 생활과 관심사가 같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것과 전투력은 아무 상관이 없다.


나에게 경험이 하나 있다. 특수전사령부에 법무참모로 근무할 때다.

특수전사령부는 전투요원이 간부로만 구성된 부대인데, 전투요원의 대부분은 젊은 하사, 중사다.

그들은 언제나 영내에 대기했고, 이십대 초반의 그들은 훈육을 빙자한 군기잡기가 많았다.

특수전사령부의 거친 군기잡기는 특수부대의 특성이고, 없애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사령관님이 명령했다

'지금 이 시간 이후로 모든 전투요원은 일과 후에 퇴근하라'


많은 참모와 지휘관들은 이들이 영외로 퇴근해서 사고를 칠까 두려웠다.

자신들의 영역밖으로 나간 그들에 대해 자신들이 책임질까봐 전전긍긍했다.

'숙소가 없다.' '점호가 필요하다.' '전투력에 문제가 생긴다.' '다른 방법으로 부조리를 없애겠다.'

참모와 지휘관들은 우려를 종합하고 대안을 만들어 사령관께 보고했다.

그러나 사령관의 명령은 명확히 하달되었고 즉시 시행되었다.


명령이 시행되자 대부분의 부조리가 한 순간에 사라졌다.

퇴근 후 각자 개인 생활이 생겼으며, 서로의 일상을 얘기할 수 있는 화제가 생겼다.


하급자가 자신이 지시하면 따르는 도구(Unit)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인간(Human)임을 느끼게 되었다.

무엇보다 하급자 스스로 자존감이 생겼다.

자존감 있는 하급자가 상급자가 되었을 때 더욱 더 부조리는 사라졌다.


생각해 보자.

절친, 베프도 베낭여행가서 따로 오기도 한다.

죽고 못사는 연인도 24시간 같이 있으면 싸우고, 부부도 헤어진다.

40대 직업군인들도 해외파병지에서 24시간 같이 있다보면 서로간 갈등이 극도로 심해진다.


병사도 퇴근해야 한다. 그들도 부대와 무관한 개인생활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자존감을 유지한 상태에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사회로 돌아와 쌓일수록 사회의 자존감도 점점 높아질 것이다.


'엄정히 처벌하라', '괴롭히지 말라', '신고전화가 많다', '힘들면 상담해라', '인권전문가를 보내겠다'

이런 건 다 바퀴벌레 잡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바퀴벌레 잡는다고 바퀴벌레 없어지지 않는다.


병사들이 퇴근하면 그것 하나로 모든 것은 바뀔 것이다.

환경이 변하면 바퀴벌레는 더 이상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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