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 자전거여행)(20)(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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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들에게 왜 미래를 계획하며 살지 않았느냐고 다그치지 마라. 없는 사람이라고 미래를 모르겠는가. 없는 사람이고 꿈이 없었겠는가. 그들은 현재를 살아나가기도 버거운 사람들이다. 현재를 살아내야 미래에 도달하지 않는가. 미래의 계획은 그 다음의 문제가 아닌가.
권력자들은 없는 사람들에게 많은 약속을 하고 계획을 보여준다. 먼 훗날의 달콤한 약속은 먼 훗날의 그럴듯한 핑계로 없던 일이 된다. 없는 사람들에게 약속과 계획은 허망하고 허풍선이 같은 우스운 일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현실 정치에서는 거꾸로다. 현재도 간신히 간신히 버티는 사람들에겐 조금만 참으라며 미래를 말한다. 멀리 축복의 미래가 있다며 자신을 믿고 조금만 더 참으라고 한다. 재산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에겐 현재의 재산과 권력을 보장해 준다며 현재를 지켜주겠다고 말한다.
고려시대건, 조선시대건, 일제강점기건, 군부독재건 모두 같다. 현재도 마찬가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정조는 화성을 축조하면서 굶주림은 미래의 꿈으로 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며 하교했다.
'성벽을 쌓는 일로 말하자면 올해 쌓아도 될 일이고 내년에 쌓아도 될 일이고 10년을 걸려서 쌓아도 될 일이지만 백성은 하루를 굶겨도 안 되고, 이틀을 굶겨도 안 될 것이며, 한 달을 참고 지내라고 말할 수 없는 노릇이다. '
(정조)
돌아가신 할머니의 말씀도 덩달아 떠올랐다.
"박정희 어쩌고 저쩌고 해도 나는 박정희가 얼매나 고매웠는지 모른다이. 식구들 다 굶고 있재. 먹을 건 겉보리 밖에 없재. 겉보리 방애찧으면 그매저도 반으로 되불재. 어디서 돈 나올디는 없재. 보리 한 되 꿀 디도 없재. 식구들 다 굶어 죽게 생겼어야.
근디 박정희 대통령이 보리를 줬어야. 겉보리 가져가믄 갖고간 맨큼 방애찧은 보리로 바꿔줬어야. 시방 생각해도 얼매나 고매운지 모른다이."
(우리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