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리, 자전거여행)(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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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밀고해야 살아남는다. 밀고에 늦으면 밀고 당한다. 정보란 새로워야하므로 같은 내용의 밀고는 밀고가 아니다.
환란은 닥쳐왔고, 천주교도와 정약용 일가는 형틀에 묶였다. 정약종, 이가환, 황사영, 권철신, 주문모, 이승훈은 모두 1801년에 처형되었다. 정약용은 살아남았다. 임금의 총애와 관가의 인맥과 무엇보다 자신의 밀고와 배교로 살아남았다.
글을 쓰며 살았던 정약용은 죽을 때까지 1801년의 일에 대해 어떠한 글도 쓰지 않았다. 정약용은 글을 쓸때, 산책을 할 때 1801년의 치욕의 순간이, 부끄러웠던 순간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 마디 하지 않았다. 침묵하면서 책을 쓰고 화성을 지었다. 마침내 무사히 죽어 두물머리에 묻혔다.
살면서 크고 작은 치욕을 맞본다. 살면서 크고 작은 죄를 진다. 부끄러움을 느낀다. 모든 것을 말하고 살 순 없다. 다시는 그것을 말해선 안 되는 일이 있다. 사과건, 반성이건, 자책이건 마찬가지다. 그들이 이해하면 좋겠지만, 그들이 잊어주었으면 하지만,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할 수밖에. 침묵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