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각사, 미시마 유키오)(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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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승의 막연한 잡념들이 여러 파편에 맺혀 흐르다 마침내 한 문장에 맺혔다. '금각을 불태워야 한다.'
절대선처럼 군림하는 금각은 중요한 순간마다 나타나 사미승의 삶을 무질서라 비난한다. 사미승은 금각의 부속물처럼 행동하게 하는 금각을 참을 수 없게 된다.
아름다움은 상대적인 것이며 스스로 아름답다고 느끼면 그뿐이다. 나의 형태 이외의 외적인 모든 것들은 스스로 동격이며, 그것들의 아름다움은 내가 부여하는 것이다. 오로지 유일한 것은 나의 형태 뿐이다. 타인의 아름다움은 나와는 무관하다. 절대적인 아름다움은 인식할 수 없고, 인식할 수 없으니 삶에 무용하다. 사미승은 그런 질서는 필요없다고 선언한다.
사미승은 추함도, 악함도, 무질서도 진정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의심하게 된다. 여태까지 없는 질서를 창조하면 지금의 질서는 파편 덩어리의 무질서라고 비난할 것이다. 그러나 파편과 무질서는 생동이며 전대미문의 다른 질서인 것이다. 새로운 질서는 기존의 질서가 소멸되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사미승은 생의 활기를 죽이는 금각의 강요를 참을 수 없었다. 금각은 생동하는 모든 것에 무기력을 강요했다. 질서에의 복종을 강요했다. 사미승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주저함과 무기력의 근원은 금각이었다. 진정으로 살기 위해서 금각은 반드시 태워져야만 했다.
(금각사, 미시마 유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