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복사저포기, 김시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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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습은 신동이었다. 소문이 조정에 퍼졌고, 김시습 5살 때 세종이 직접 불러보았다. 13살에 중시 장원급제 하였다. 당상관의 직급을 받을 수 있는 성취였다. 능력이 빼어나 모두의 박수를 받으면 스스로도 '평범한 사람과 다르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세조의 왕위찬탈로 김시습은 좌절했으나, 살아남았다. 사육신을 수습했다. 목숨을 걸고 시신을 수습했을 때 그 분노는 뼈에 사무쳤으리라. 그러나 죽기전까지 살아갈 수밖에 없다. 김시습은 세조의 세상에서 살아야 했다. 중이 되었지만, 다시 환속해 결혼했다. 도첩을 받아 살았고, 세조의 사업에도 참여했다.
김시습의 분노와 먹고 살아가는 김시습을 상상해 본다. 삶은 설명되지 않고, 허망하기까지 하다. 한낫 꿈이었지만, 양생은 다시 장가들지 않았다. 만복사저포기의 마지막 문장은 김시습의 자찬(자신에 대해 말하는 글귀)처럼 들린다.
"양생은 이후 다시 장가들지 않았다. 지리산에 들어가 약초를 캐며 살았는데 그가 어떻게 생을 마감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김시습 선집, <길 위의 노래>(정길수 편역, 돌베개,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