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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힌 물고기에는 미끼를 주지 않는다.

by 고길동

https://blog.naver.com/pyowa/223848373047



우리나라 군대는 창군이래 징집과 의무복무 시스템으로 버티고 있다. 병사 뿐만 아니라 장교와 부사관도 마찬가지다. 초급간부 진급과 보직도 의무복무에 기대어 운용된다.


초급간부 선발도 미끼를 제시한 후 오랜기간 동안 전역할 수 없는 조건을 부과한다. '5년, 7년, 10년간 전역할 수 없다.' 이런 조건이 붙는다. 유학을 간 것도 아니고, 조종사처럼 엄청난 양성비용이 들어간 것도 아닌데 의무복무기간이 붙는다. 국가지원비용과 급여를 환급한다해도 전역할 수 없다.


왜 그런가. 군대가 젊은이들의 선택을 받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의 직장과 경쟁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9급 공무원이 하사보다 급여가 적다는데, 젊은이는 왜 하사를 지원하지 않는가. 단순하다. 하사가 9급 공무원보다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3년은 단기복무자, 5년은 중기복무자, 10년은 장기복무자라고 한다. 단기, 중기복무자는 10년 장기복무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복무기간이 정해지면 전역할 수 없다. 군은 복무기간만큼 자원 유출에 대해 사회와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 받아들일 수 없는 근무지, 보직, 진급이 있어도 퇴사할 수 없다. 갑질이 있어도 신고할 수 있을 뿐 그만 둘 수 없다. 퇴사할 수 없으니 위법한 명령이 있어도 거부하기 어렵다. 격오지가 많은 군대 특성상 인사상 불이익의 결과는 가혹하다. 지시도 명령으로 둔갑될 수 있고, 거부하면 항명죄로 처벌될 수 있다.


젊은 사람에게 10년은 긴 시간이다. 장기 선발이 좋기도 하지만, 10년간 전역할 수 없다는 두려움에 주저하게 된다. 작은 회사에도 쉽게 만나는 명문대 출신과 전문가를 군대에서 보기 어렵다. 있어도 대부분 의무복무자다. 흔히 말하는 좋은 대학출신, 전문 학위자를 보기 어렵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노무사, 감정평가사, 세무사, 다양한 기술전문가, 소방전문가도 보기 어렵다. 사회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사람은 10년을 함부로 걸지 않는다. 이들에게 급여를 사회와 맞추어 준다해도 10년 의무복무는 주저할 것이다. 10년동안 직업선택의 자유를 포기하고 받는 미끼를 물지 않을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도전하라고 외친다해서 될 일이 아니다.


젊은이들은 안다. '잡힌 물고기에는 미끼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망상같은 생각을 해 본다. 사실도 정확히 모르고 해당 업무를 해 본적도 없으니 망상수준이다. 장기로 선발되면 10년 복무 권리만을 인정하고 언제든 퇴사할 수 있다면 어떨까. 전역의 자유가 있다면 젊은이들은 덜 주저할 것이다. 유능한 자원들도 나라사랑의 마음으로 군에 남을 것이다. 부당한 명령도, 사사로운 인사조치도, 갑질도 훨씬 사라질 것이다. 당당히 직장인으로서 군복을 입고 복무할 것이다.


군의 원로들은, 군의 리더들은 '그럴 돈이 없으며, 그렇게 되면 콩가루 군대가 된다'고 말할 것이다. 기업의 사장들은, 공공기관 기관장들은 제한된 예산에서, 언제든 퇴사할 수 있음에도 조직을 끌고간다. 군대의 리더들은 스스로 최고의 엘리트라 생각하지 않은가. 사회와 경쟁할 자신은 없는 것인가.


젊은이의 선택을 받는 군대가 되어야지, 붙잡아두는 군대가 되어선 안 된다. 군대도 매력적인 직장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사회와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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