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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사랑스런 추억'을 읽고)
젊은시절 희망과 사랑을 기다렸다. 하루는 싱그러울뿐이었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가 반복되었다. 살아도 살아도 아무런 일이 없었다. 사랑은 그렇다쳐도, 희망마저 막막했다. 그땐 그럴 것만 같았다.
삶은 나를 중년으로 데려다주었다. 돌아보니 희망도 사랑도 지나쳐왔다. 가끔을 젊음을 돌아본다. 막연한 느낌이 사실이 되어 떠오른다. 기억인지 느낌인지 상상인지도 구분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젊음아 거기 잘 있거라.
사랑스런 추억 –윤동주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조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히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동경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까운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일부 , 김영랑 )
부산에 가면 다시 너를 볼 수 있을까?
오래된 바다만, 오래된 우리만.
시간이 멈춰버린 듯. 그때 그 미소가 그때 그 향기가. 너와 내가 파도에 부서져.
깨진 조각들을 맞춰본다.
('부산에 가면' 일부, 최백호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