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log.naver.com/pyowa/223850793805
'봄밤'(김수영)을 읽고
불안하고, 조급해한다고 무엇이 바뀌던가.
나와 무관하게 봄은 오고, 세상은 간다. 인생은 내 인생이겠지만, 인생은 나를 신경쓰지 않는다. 내 감정이야말로 내 느낌이겠지만, 어느 날 일어났다. 이유 없이 사라진다. 나의 몸, 나의 늙음 마저도 나에게 무심하다.
삶은 설명되지 않는다. 그러니 설명하려 하지 말자. 삶의 뒤에 무슨 의미를 찾으려 말자. 지금 그렇게 보이는 것, 그렇게 느끼는 것 그 자체가 삶의 의미다. 느낀만큼 삶이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느끼자. 삶이 더 많아지고, 더 풍요로워진다.
봄밤 –김수영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 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