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광. 5개월만에 문지기에서 당상관이 되다.

by 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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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광(1439~1512)은 경주 부윤 유규의 자식이다. 여종의 몸에서 태어났으니 '서자'도 되지 못한 '얼자'다. 노비의 자식이었으니 과거는 꿈도 꾸지 못했다. 아버지 유규는 유자광에게 갑사(하층군인) 시험을 권했고, 유자광은 요즘 계급으로 하면 하사 정도의 갑사가 되었다.




유자광은 상소문으로 벼락출세한 사람이다. 상소문을 읽은 세조는 파격발탁했다. 세조는 법을 바꿔 서얼도 과거를 보게 했다. 유자광은 과거시험을 치를 수 있었고, 세조는 유자광을 장원으로 뽑았다. 유자광은 5개월만에 갑사에서 병조참지(정3품)로 승진했다. 오늘날로 하면 남대문 지키는 하사에서 국방부 국장급으로 승진한 것이다. 어떤 상소문일까.




1467년 세조 13년 6월 14일. 유자광은 상소문을 썼다. 세조는 경탄했고, 도승지 윤필상을 불러 읽어보게 했다. 문무에 능한 세조가 보기에 문관 무관 누구보다도 낫다고 판단한 상소문을 보고 싶었다.




실록은 유자광 상소문 전문을 실었다. 읽어보니 필력이 대단하다. 지혜가 깊다. 속도감이 있는 문장이 힘차다. 화려한 문장이지만 고담준론이 아니다. 선현의 일이나, 중국의 이야기를 갖다 붙이지 않는다. 백성을 객체로 그리지 않고 인간으로 바라본다. 얼자로서 살아와선지 현장을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힘 있다. 그렇고 그런 상소문이 아니다. 현실적인 계책을 간언한다.




유자광도 대단하지만, 이를 발탁한 세조가 더욱 놀랍다.




여러 개의 상소문 중 일부를 옮겨본다.






이시애가 악독함으로 죄를 더하면, 역적이 이르는 곳마다 주·부(州府)를 불사르고, 이르는 곳의 병기를 싣고, 이르는 곳의 사졸(士卒)을 강압하여, 하루아침에 국경을 넘어 북쪽 오랑캐 땅으로 들어간다면, 앞으로 국경의 근심을 어찌 당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제 여름을 맞아 활의 힘이 약해졌고, 비가 많이 내려 강이 가로막고, 산천의 기세가 가파르고 험하고 초목이 무성하니 경솔하게 진격할 수도, 경솔하게 싸울 수도 없다.’고 서로 말한다고 합니다. 우리만 홀로 여름이고 적은 여름이 아니며, 우리만 홀로 궁력(弓力)이 해이해지고 적은 활의 힘이 약해지지 않으며, 우리만 홀로 빗물에 강이 막히고 적은 막히지 않으며, 우리만 홀로 산천이 험하고 적은 험하지 않겠습니까?



어찌 사방의 병사를 모두 징발한 연후에야 일개 이시애를 토벌할 수 있겠습니까.



이시애가 비록 길주의 수령 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고 할지라도, 수십 고을의 백성들이 다투어 수령과 향리를 죽이고 이시애를 따라서 반란에 참여한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신이 보건대, 함길도는 산천이 험하고 막히어 조정의 풍습에 대한 교화가 미치지 못하고 경계가 야인(野人)과 닿아있어 민속도 매우 어리석고 미혹한데, 현명한지 아닌지를 가리지 아니하고 모두 무인으로써 고을 수령을 삼았습니다.



그들은 무장으로서 비록 말을 달리고 칼을 써서 오랑캐를 죽이는 일에는 능하여도, 백성들에게 예의를 가르치고, 백성들을 자식과 같이 사랑하며 효도와 우애의 도리를 어찌 가르칠 줄 알겠습니까? 죄인을 기분대로 쉽게 죽이고 백성들을 보기를 흙이나 돌같이 하니, 백성들이 수령을 보는 것도 또한 원수와 같이 하였습니다.



이리하여 일개 역적이 지휘권을 도둑질하니 수십 고을의 백성들이 메아리처럼 응하여 평소 고을 수령에 대한 원망을 갚으려고 하였습니다. 어찌 이들 모두가 애초부터 반역하려던 자들이었겠습니까? 이것은 역적이 백성들의 원망을 이용하여 도적의 계책을 행한 까닭입니다.



원컨대 지금부터라도 수령을 임명할 때는 만약 큰 고을인 주·부(州·府)이면 활과 칼을 감싸고 다스릴 수 있는 덕을 갖춘 무인을 택하여 수령으로 삼고, 문과급제 출신을 수령의 부관으로 백성의 잡다한 송사를 처리하는 판관(判官)으로 삼으며, 만약 작은 고을인 군·현(郡·縣)이면 문무의 자질을 겸비한 자를 골라 수령에 임명하여야 한다고 사료됩니다.



총통군은 시정잡배나 병사들 중에서 충원하는데, 화살과 돌이 종횡으로 날아다니면, 수족이 거꾸로 놓이고, 총통포의 약실에 화약을 재는 것도 어찌할 줄 모르고, 우왕좌왕하며 높이 쏘기도 하고 혹은 가로질러 쏘기도 하여, 한 개의 화살도 바로 적진에 맞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이러하니 적진을 함몰시키는 데는 총통이 최고이지만, 일백 개의 총통을 일제히 발사한다고 하더라도 적진을 함락시키는 데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원컨대 총통의 군졸을 미리 뽑아서, 평상시에 총통 쏘는 것을 익히고 훈련하여서, 위급할 때 제대로 활용할 것에 대비하소서.

(유자광 상소문)





유자광의 책을 구해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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