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을 지나온 말발굽의 향기를 그리시오. 踏花歸去馬蹄香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유홍준)

by 고길동

https://blog.naver.com/pyowa/224006398125



유홍준 교수의 잡문집이다. 묶어내지 못했던 글을 모은 책이라 이어지는 맥락은 없다. 좋은 문장이나 깊은 통찰은 이미 다른 책에 쓰였던 것인지 번뜩이는 통찰이나 감각적 문장을 보기는 어렵다.



유홍준 교수의 사적인 이야기가 오히려 새로웠다. 유홍준 교수가 젊은시절 10년형을 선고받았던 이른바 좌익사범이었다. 일본 적산가옥에서 친구들과 어울렸던 이야기, 가족에게 쓴 옥중편지, 구치소에서 김지하 시인과 주고받았던 편지, 옥바라지하던 어머니 이야기는 생기가 돌았다.



그는 답사가는 길, 관광버스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다 시대의 이야기꾼으로 등극했다. 이야기가 책이 되고, 책이 다시 이야기를 만들고, 책과 이야기가 '답사'라는 문화를 만들냈다. 좌익사범 유홍준은 교수가 되었고, 문화재청장, 국립박물관장이 되었다. 서대문 교도소 있었던 유홍준은 미래의 자신을 짐작조차 못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삶이란 그런 모양이다.



유홍준 교수의 책답게 여러 그림과 많은 사진이 실려 있다. 신학철의 '지게꾼'과 오윤의 '애비와 아들'이 감각적이다.



신학철의 지게꾼은 동요를 그렸다. 나비가 지게에 꽃힌 진달래를 따라오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지게나 나비가 주인공이 아니다. 주인공은 굽혀진 무릎과 신발코다. 든든히 나무를 해가는 지게꾼의 발걸음이다.



이 동요는 송나라 고사에서 온 것 같다. 송 휘종은 화가 선발시험 문제를 내었다. "꽃길을 지나온 말발굽의 향기를 그리시오." 장원은 말 뒤로 나비가 따라오는 그림이었다.(踏花歸去馬蹄香-宋徽宗畫院故事)



514597347_10097959913585870_2201104453472895612_n.jpg 신학철, 지게꾼. '할어버지 지고 가는 나무 지게에, 활짝 핀 진달래가 꽂혔습니다. 어디서 나왔는지 노랑나비가 지게를 따라서 날아갑니다.'


오윤 작가의 '애비와 아들'은 강렬하다. 충격과 공포 속에서도 '살아야겠다. 살아남아야겠다'는 변치 않을 본능이 읽힌다.



L20081120.22021210352i1.jpg 오윤, 애비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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