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병 - 광과민성 증후군
‘EPILEPSY WARNING!’ - 발작주의!
1997년 12월 16일 화요일 일본에서 방영되었던 포켓몬스터 무인편 38화 ‘전뇌전사 폴리곤(でんのうせんしポリゴン)’ 방영중 주인공 한지우 일행이 포켓몬 폴리곤이 있는 컴퓨터 세계에 들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컴퓨터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눈이 아플 정도로 빠른 점멸 이펙트가 사용되었다. 그리고 해당 방송을 시청하던 아이들이 발작을 일으키며 구토 및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며, 대략 750명의 아이들이 발작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되었다. 해당 에피소드는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발작을 일으킨 TV프로’로 기네스북에 등재됨과 동시에 모든 매체에서 공식적으로 결번 처리가 된다. 이 사건은 ‘광과민성 증후군 – Photosensitive epilepsy’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Photosensitive epilepsy, 광과민성 증후군 혹은 발작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 질환은 번쩍거리는 빛을 보고 뇌전증 발작을 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1970년대 흑백 TV를 통해 발작을 일으킨 사례가 최초로 발견된 이래 다양한 사례 보고들이 있었고, 응급실에서도 가끔 환자들이 오곤 한다. 요즘은 TV 보다는 사무실이나 PC방 같은 곳에서 컴퓨터를 하다가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들이 많아 우리 의사들끼리는 ‘Computer epilepsy’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린아이나 청소년기에 좀 더 흔하게 나타날 수 있고, 광과민성 인자를 가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광과민성 자극에 노출되는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모르고 평생을 지낼수도 있다.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 보통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과민성을 낮추기 위해 항경련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할 때 주위를 밝게 하고, 화면의 밝기를 약간 낮추고 사용하며, 눈과 화면 사이의 거리를 충분히 유지하고, 피로하지 않은 상태에서 화면을 보아야 한다. 어렸을때 밤에 TV를 몰래 가까이서 보다가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을 당하는 데에는 다 적절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었다.
디즈니 픽사는 인크레더블2 방영당시 미국 현지 관객들의 요청으로 뒤늦게 인크레더블2를 상영하는 상영관 앞에 사진과 같은 경고문을 내걸었다. 영화 도중 특정 장면이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인데, 실제로 관람을 해보니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장면들이 몇 보였다. 하지만 상영관 어디에도 미국처럼 광과민성 발작을 경고하는 안내문은 볼 수 없었다. 안전한 영화관람을 위해 금호타이어(?!)가 비상대피로를 안내하는 김에 이러한 발작 위험에 대해서도 같이 안내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