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2주차 K-POP 리뷰
빅뱅, 아이브, 수호 등 4곡
[2022년 4월 2주차]
권은비 - Glitch
수호 - Grey Suit
빅뱅 - 봄여름가을겨울
IVE - LOVE DIVE
* 리스트는 발매일 순입니다.
IVE, [LOVE DIVE], 스타쉽엔터테인먼트, 2022WEEKLY PICK!
아이브, 'LOVE DIVE' : 8.0
아이브의 가장 큰 무기는 그들의 콘셉트를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청순', '섹시', '걸크러쉬' 등 납작한 몇 개의 단어에 갇혀버린 걸그룹 시장은 그 틀에 갇혀 더 이상의 진보를 스스로 포기해 버렸고, 비좁지만 안전한 그 감옥 속에서 안주하는 길을 택했다. 그러나 지난해 'ELEVEN'으로 화려한 데뷔를 이룬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은 달랐다. 하나의 단어로 명확히 정의할 수 없는 오묘한 정체성을 지닌 데뷔곡은 아이브가 기존의 걸그룹들과는 조금 다른 팀임을 예감케 했다. 비록 곡 자체의 완성도가 높지는 않아 아직 미완의 대기에 머물렀지만, 특정한 선명성에 매몰되지 않고도 흥미로운 트랙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아이브는 후속곡 'LOVE DIVE'로 그것을 입증해 보인다.
'LOVE DIVE'는 전작과 같이 특정한 단어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청량? 몽환? 하이틴? 물 속으로 하강하는 듯한 합창과 함께 모든 잣대들은 침잠하고 매력적인 음악만이 남는다. 절제된 감정으로 내내 담담하게 가사를 뱉다 서늘한 유니즌 코러스가 쏟아지는 구성이 선사하는 감정은 낯설고 기묘하지만, 치밀하게 다듬어진 세련된 사운드 프로덕션은 아이브가 선보이는 낯선 바다로 대중과 리스너 모두를 이끈다. 이로써 탄탄한 완성도의 음악을 기반으로 시도된 아이브의 실험은 대중적으로나 비평적으로나 상당한 호평을 이끌어낼 만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아이브가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걸그룹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스타쉽은 아이브를 통해 걸그룹 시장의 스테레오타입들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운 채로 대중을 설득해내는 놀라운 일을 성공시켰으며, 이는 K-POP의 또다른 확장성을 발견할 실마리가 되어줄 수 있는 성과다. 그리고 그 새로운 여로는 낯설지만 가슴 뛰는 향기를 풍긴다. 마치 사랑에 빠져드는 일처럼.
권은비, [Color], 울림엔터테인먼트, 2022권은비, 'Glitch' : 7.9
NCT 127의 'Superhuman' 등으로 K-POP 씬과 유효한 화학반응을 일으켜 보인 바 있는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탁(TAK)이 프로듀싱을 맡은 'Glitch'는 이번에도 감각적인 비트로 귀를 사로잡는다. UK 개러지의 요소를 차용한 사운드 프로덕션은 권은비의 전작 'Door'보다도 한층 더 세련된 만듦새를 자랑한다. 미니멀하게 곡을 이끌어 나가다가 브릿지에서 돌연 폭발적인 드롭을 쏟아내는 변칙적인 진행은 트랙의 인상을 더욱 또렷이 새긴다. 권은비의 보컬은 펑키하고 댄서블했던 전작 'Door'에 이어 본 트랙의 절제된 EDM 사운드에도 어색함 없이 녹아들며 우수한 확장 가능성을 내비친다. 트랙 자체의 탄탄한 완성도부터 폭넓은 장르 소화력의 증명까지, 여러모로 많은 수확을 얻은 컴백.
수호, [Grey Suit - The 2nd Mini Album], SM엔터테인먼트, 2022수호, 'Grey Suit' : 6.1
노스탤지어틱한 질감의 기타를 사용한 프로그레시브 록 풍의 트랙, 'Grey Suit'는 음악적으로 그리 신선한 인상을 남기는 특별한 곡은 아니나 '휘발된 감정들만 툭 걸쳐 입고 / 창백한 시간 속을 또 걷고 있어' 와 같은 서정적인 가사들에서 긍정적인 지점을 찾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
BIGBANG, [봄여름가을겨울 (Still Life)], YG엔터테인먼트, 2022빅뱅, '봄여름가을겨울' : 4.0
빅뱅이 돌아왔다. 대한민국 K-POP 시장에서 이보다 더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 문장이 있을까. 예상대로 그들의 컴백 싱글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차트 최상단을 점령했고, 한때 대한민국 대중 전체를 매료시킨 그들의 티켓 파워가 여전함이 증명되었다. 그러나 '봄여름가을겨울'이 이러한 성적에 걸맞는 완성도를 지닌 트랙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쿠시(KUSH)가 프로듀싱한 서정적인 밴드 사운드는 4년 전 발표한 '꽃 길'에서 한 발자국도 발전하지 않은 뻔한 만듦새를 보여 준다. 후기의 빅뱅 음악에서 질리도록 등장하던 합창이 이번 트랙 후반부에 또다시 등장할 때는 한숨마저 나온다. 비발디와 차이코프스키를 인용한 지드래곤의 벌스는 일차원적인 비유와 부자연스러운 라이밍으로 몰입을 저해한다.
분명 한때 누구보다 프레쉬한 감각을 자랑했던 팀의 음악에서 어느덧 고루한 진부함을 느끼게 되니 세월이 야속할 지경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빅뱅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서 비틀즈의 마지막 앨범을 오마주한 앨범 커버는 더 이상 이유 있는 자신감이 아닌 섣부른 오만으로 비춰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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