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3주차 케이팝 리뷰

(여자)아이들, 르세라핌, 있지 등 5곡

by 박정빈

[2022년 10월 3주차]

LE SSERAFIM - ANTIFRAGILE
(여자)아이들 - Nxde
엔플라잉 - 폭망
위아이 - Spray
ITZY - Boys Like You




4.PNG LE SSERAFIM, [ANTIFRAGILE], 쏘스뮤직, 2022

WEEKLY PICK!

르세라핌, 'ANTIFRAGILE' : 7.3


다소 단조롭던 데뷔곡 <FEARLESS>의 무채색 그림자를 벗어던지고 화려한 아프로 리듬을 입은 르세라핌의 컴백은 팀의 뛰어난 음악적 역량을 여실히 증명해 보이며 치열한 걸그룹 대전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한다. 쉴새없이 귀를 간지럽히는 매혹적인 리드와 이를 떠받치는 차진 질감의 드럼라인이 흥겹게 어우러진 비트는 뛰어난 완급 조절로 트랙의 텐션을 내내 팽팽하게 유지한다. 직관적이고 캐치한 후렴을 필두로 각 섹션 역시 지루할 틈 없이 저마다의 매력을 과시하는데, 익살스러운 톤과 독특한 악센트가 라틴 팝스타 로살리아(Rosalia)를 떠올리게 하는 은채의 프리코러스 파트는 그 중에서도 백미.


그러나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단연 가사라 하겠다. 과거 발레리나로 활동했던 멤버 카즈하는 '잊지 마 내가 두고 온 toe shoes'라는 가사로 자신의 과거 경력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강한 구매력과 적극적인 미디어 활용으로 대표되는 독특한 팬 문화로 케이팝 역사에 흥미로운 족적을 남긴 팀 아이즈원의 일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사쿠라김채원은 '무시 마 내가 걸어 온 커리어'라는 가사로 인상적인 스웨깅을 선보인다. 멤버들의 실제 서사를 음악 안으로 끌고 들어와 화자와 가창자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ANTIFRAGILE>의 독특한 작사 스타일은 르세라핌의 콘셉트에 강력한 설득력을 부여한다. 연이은 논란과 경쟁 팀들의 약진으로 인해 다소 뒤쳐졌던 거리를 단번에 따라잡는 강력한 한 방.



3.PNG (여자)아이들, [I LOVE], 큐브엔터테인먼트, 2022

(여자)아이들, 'Nxde' : 4.8


'나의 누드는 너를 위한 게 아니다'라는 취지로 'Nude'에서 'u'를 뺀 <Nxde>는 제시하는 담론의 무게에 비해 세련되지 못한 표현력과 정형화된 전개로 밋밋한 뒷맛을 남긴다. 본작에서 전소연은 찰랑이는 금발과 관능적인 드레스로 대표되는 마릴린 먼로와 같은 고전 스타들의 모티브를 차용해 여성에 대한 미디어의 왜곡된 시선을 꼬집는다. 그녀가 연기한 로렐라이는 비록 보석에 집착하는 백치 미녀의 클리셰를 빼다박은 평면적인 캐릭터였지만, 먼로 본인은 시집과 고전을 즐겨 읽던 '철학에 미친 독서광'이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초반부의 아이디어는 나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러나 전소연 특유의 B급 유머로 장식된 가벼운 작사는 주제와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몰입을 방해한다. '행복과 반비례 평점 / but my 정점', 'my name is 예삐 예삐요 / 몸매는 섹시 섹시요'와 같은 일차원적이고 부자연스러운 라이밍 역시 완성도를 해치는 요소. 전작 <TOMBOY>가 록 장르의 유쾌한 돌파력으로 이를 극복했던 것에 비해 전략적으로 허술한 짜임새다. 전반적으로 'Nude'와 'Naked'를 혼동하여 사용하고 있는 어색한 영어 가사도 발목을 잡는다.


무엇보다 (여자)아이들의 음악적 클리셰를 그대로 답습한 단조로운 구성이 가장 큰 약점. 멤버들의 파트 배분과 곡 구조뿐만 아니라 멜로디 진행마저 낯익은 모양새다. 고착화를 벗어나려 투입한 하바네라 샘플링조차도 단순히 새로운 시도 이상의 효과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Nxde'는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흥미롭지 못한 방식으로 소비해버린 아쉬운 작품으로 남고 말았다.



2.PNG 엔플라잉, [Dearest], FNC엔터테인먼트, 2022

엔플라잉, '폭망' : 6.4


신조어를 적극 활용하여 서사를 풀어내는 독특한 MZ세대식 작사법이 트레이드마크인 아이돌 밴드 엔플라잉. 재치 넘치는 가사에 더해 쉽고 직관적인 멜로디로 다시 한 번 유효타를 날린다. 밴드 사운드의 풍성하고 청량한 구성 틈새로 치고 나오는 건반의 존재감이 재미있다. 현존하는 아이돌 밴드 중에서는 가장 꾸준히 좋은 음악을 배출하고 있는 팀 중 하나.



1.PNG 위아이, [Love Pt.2 : Passion], 위엔터테인먼트, 2022

위아이, 'Spray' : 6.0


지금껏 음악적으로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보이그룹 위아이가 선보이는 의외의 수작. 거친 베이스와 매혹적인 리드가 형성하는 어둡고 위태로 사운드 캐치한 멜로디가 얹히며 나쁘지 않은 흡인력을 만들어낸다. 다만 전반적인 기획과 프로덕션에 차별성이 부족해 그 이상의 감흥을 얻기는 어려운 편.



캡처.PNG ITZY, [Boys Like You], JYP엔터테인먼트, 2022

있지, 'Boys Like You' : 3.8


전작 <SNEAKERS>로 흥행력을 어느 정도 회복해 보인 있지(ITZY)의 미국 진출 싱글 <Boys Like You>. 허나 단조로운 사운드와 진부한 멜로디가 실망을 안긴다. 단순한 구조의 후렴은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Love Story>의 그림자 아래 있고, 코러스를 제외한 나머지 섹션은 존재감이 옅다. 무미건조한 보컬 디렉팅 역시 멤버들의 음색이 가진 장점들을 흐릿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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