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IU)는 의심의 여지 없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대중성과 흥행력을 갖춘 아티스트다. 20일 미니앨범 [The Winning]으로 화려하게 돌아온 그녀의 커리어를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자. 이 글에서는 피카소의 '청색시대'처럼 아이유의 디스코그래피를 그 음악적 성향의 변화에 따라 네 개의 시대로 나누어 분류하고 시간 순서대로 톺아보고자 한다. 이는 대중이 사랑하는 그녀의 음악세계가 성장하고 진화하는 과정을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1. 아이유의 아이돌 시대 (2008~2010)
(좌) 아이유, "마쉬멜로우" / (우) 아이유&임슬옹, "잔소리"
중학생의 나이로 가요계에 출사표를 내던진 아이유는 데뷔곡 "미아"의 실패를 딛고 발랄한 버블검 팝 "Boo"와 "마쉬멜로우"로 2연타 히트를 기록, 천천히 커리어의 상승곡선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다. 이듬해 발매된 임슬옹과의 듀엣 곡 "잔소리"는 그녀를 본격적으로 메인스트림 씬의 궤도 안에 진입시켰고, 대중과 전문가들에게 아이유라는 세 글자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된다.
데뷔 초 아이유의 모습들
당시 아이유가 몰고 다닌 '삼촌팬' 현상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이유는 '아이돌 가수'로 분류되었다. 당시 윤하, 손담비, 지나 등 여성 솔로 아티스트의 흥행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는데, 아이유 역시 그 중 하나였지만 어린 나이나 음악의 방향성, 팬덤의 성향 등을 고려했을 때 저들보다는 기존의 케이팝 아이돌이 소비되는 방식과 더 결이 비슷했다고 볼 수 있겠다.
아이유, "잔소리" (2010)
아쉽게도 음악의 완성도 측면에서 '아이돌 시대'의 아이유가 남긴 작품들은 평이한 수준이다. 이제 막 데뷔한 중학생 소녀에게 어울리지 않게 우울한 발라드를 준 "미아"는 차치하더라도, 평범한 버블검 팝 넘버인 "Boo"와 "마쉬멜로우"는 아이유의 자연스러운 곡 소화력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 "잔소리" 역시 흔치 않은 남녀 듀엣 곡이고 소재가 신선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아이유에 비해 임슬옹의 퍼포먼스가 약해 아쉬움을 남긴다.
2. 아이유의 환상시대 (2010~2013)
상술했듯 아이돌 시대의 아이유는 대중성에 치중된 곡들로 기본적 지명도를 늘리는 데 집중하며 때를 기다렸다. 임슬옹과 함께한 "잔소리"의 히트 이후로 비로소 엔진의 예열은 끝난 듯 보였고, 이제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폭발 도화선의 점화를 위한 단 한 번의 불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2010년대 한국 가요계 역사상 최고의 히트곡, "좋은 날"이다.
아이유, "좋은 날" (2010)
알맞은 때에 알맞은 곡이 왔다. "좋은 날"은 아이유의 '국민 여동생' 이미지를 완벽히 자리잡게 함과 동시에 보컬리스트로서의 뛰어난 역량 역시 성공적으로 조명했다. 곡의 후반부에서 그 유명한 3단 고음을 뽑아내던 그 순간, 아이유는 더 이상 아이돌이라는 한정적인 명사 속에 가벼이 묶일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 이후 몇 년간 아이유는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다. "너랑 나", "하루 끝", "분홍신" 등 내는 곡마다 족족 성공을 거뒀다. 흥미로운 것은 이 일련의 연작들이 스트링을 적극 활용한 뮤지컬풍의 편곡 기조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영화를 연상시키는 음악들을 선보인 아이유의 '환상시대'는 대중적 성공뿐만 아니라 탄탄하고 일관된 음악적 지향성을 증명하며 그녀를 수준급의 뮤지션으로 도약시킨다.
(좌) 아이유&하이포, "봄 사랑 벚꽃 말고" MV, (중) 아이유, "내 손을 잡아" 콘서트, (우) 아이유&피에스타, "달빛바다" MV
아이유 커리어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판타지 연작과 별개로, "봄 사랑 벚꽃 말고", "내 손을 잡아", "달빛바다" 등 OST, 콜라보레이션을 비롯한 외전격의 작품들 역시 매번 좋은 성과를 냈다. 이 시기의 아이유는 가요계 역사에 손꼽히는 강력한 흥행력을 거머쥔 최고의 히트메이커였다.
아이유, "분홍신" (2013)
이 시기 발매된 아이유의 곡들 중 작품성 면에서 가장 뛰어난 평가를 받을 만한 곡은 "분홍신"일 것이다. 이민수 작곡가의 세련된 터치로 탄생한 판타지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그 만듦새가 치밀하다. 모던 재즈와 스윙까지 동원해 외연을 넓히는 야망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분홍신"이 수록된 아이유의 3집 앨범 [Modern Times]는 앨범 단위로 보았을 때 (2024년 기준으로도) 단연 그녀의 최고작이라 할 만하며, 2010년대의 케이팝이 이룬 눈부신 음악적 성취를 대표하는 작품들 중 하나다.
아이유, "나만 몰랐던 이야기" (2011)
그 이외에도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넘버 "좋은 날"이나, 윤상의 모던한 송라이팅이 아이유의 섬세한 곡 해석력을 만나 서늘한 매력을 풍기는 "나만 몰랐던 이야기" 역시 뛰어나다. 특히 후자의 경우 "좋은 날"의 히트로 대중에게 각인된 아이유의 밝고 경쾌한 이미지와 괴리가 있는 곡이라 큰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완성도 면에서는 아이유의 커리어를 통틀어서도 손꼽힐 만한 비운의 걸작이다.
이후, 아이유는 자신의 입지를 한 단계 더 높은 위치로 도약시킬 위대한 진화의 시기를 또다시 겪게 된다. 그 이야기는 추후 공개될 [하편]에 이어서 서술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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