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K-POP 리뷰

블랙핑크, 트와이스, 세븐틴, 아이즈원 외 16곡

by 박정빈

[6월의 K-POP]

블랙핑크 - How You Like That
트와이스 - MORE & MORE
세븐틴 - Left & Right
아이즈원 - 환상동화
우주소녀 - Butterfly
위키미키 - OOPSY
골든차일드 - ONE (Lucid Dream)
하성운 - Get Ready
다이아 - 감싸줄게요
네이처 - 어린애
엔플라잉 - 아 진짜요.
스트레이키즈 - 神메뉴






이 시대 가장 글로벌한 인기를 끌고 있는 K-POP 걸그룹 블랙핑크는 말 그대로 어떤 곡을 내놓아도 박수받을 수 있는 지점에 도달했다. 미디어 노출을 최소화하는 YG엔터테인먼트의 전략은 팬덤에게 수많은 질타를 받았지만 대중들로 하여금 블랙핑크의 곡에 갈증을 느끼도록 유도하는 데 성공했고, 프로듀서 TEDDY는 '휘파람', '불장난', 'Kill This Love' 등 준수한 퀄리티의 곡을 균일하게 제공하며 그 기대를 대부분 충족시켜 왔다. 특히 2018년 6월 발매된 첫 번째 미니앨범의 타이틀곡 '뚜두뚜두 (DDU-DU DDU-DU)' 는 블랙핑크뿐만 아니라 TEDDY의 긴 프로듀싱 커리어를 통틀어서도 최고작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만큼 감각적인 뱅어 트랙이었다.


그러나 1년 6개월여의 긴 공백기를 깨고 돌아온 블랙핑크의 새로운 싱글 'How You Like That' 은 그들의 이름이 없다면 웃음거리가 되었을 법한 완성도를 보인다. 아무 인상도 남기지 못하는 헐겁고 밋밋한 벌스와 프리코러스를 지나 치고 들어오는 드랍은 믿기지 않을 만큼 아마추어틱하다. 진부함을 덜어내기 위해 채택한 후렴의 독특한 코드 진행은 이질적인 느낌을 더할 뿐이며, 'Look at you, now look at me' 를 반복하는 리사의 무의미한 포스트코러스는 실소를 자아낸다. 애써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아우트로에서 박자를 쪼개며 엉성한 후크를 외쳐 보지만 더한 우스움으로 끝나고 만다.


자신있게 우리들이 어떠냐고 묻는 'How You Like That'은 그 완성도의 부족 때문에 공허한 자만으로 보일 뿐이다. 3대 기획사라고 불렸던 회사에서 이 정도 수준의 곡이 컨펌을 받고, 심지어 선공개곡으로 선택되었다는 사실은 YG가 얼마나 급급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보여 준다. 사운드와 가사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단 하나도 주목할 구석이 없는 블랙핑크의 모욕적인 선공개 싱글은 이변이 없는 이상 2020년 K-POP 씬을 통틀어 최악의 곡으로 남을 것이다.




2020년 6월 이 달의 노래 - 트와이스 'MORE & MORE'


레드벨벳, 블랙핑크 등 타 걸그룹과 비교해 악곡의 평균적인 완성도가 떨어졌던 트와이스지만, MNEK과 자라 라슨 등 트렌디한 해외 프로듀서를 기용한 'MORE & MORE'는 비단 트와이스의 커리어뿐만 아니라 K-POP 전체를 통틀어서도 손꼽힐 만큼 세련된 사운드를 선보였다. 감각적으로 깔리는 베이스를 앞세워 은은하게 리듬을 쪼개는 드랍은 트와이스의 음악적 성숙을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가장 명확한 증거다. 'MORE & MORE'를 통해 트와이스는 드디어 대한민국 대표 걸그룹의 무게감에 걸맞는 예술적 성취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세븐틴의 트레이드마크인 긍정 에너지가 묻어나는 유쾌한 곡. 그루비한 리듬에 어울리는 캐치하고 흥겨운 후렴을 배치했다. 주로 기타 사운드로 곡을 이끌어 나가다 코러스에서 갑자기 낮고 육중한 피아노가 깔리고, 2절 벌스에서는 속도감 넘치는 신스와 기타 드라이브가 나타나는 등 재치 넘치고 변칙적인 사운드 디자인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세븐틴의 통통 튀는 매력을 드러내 준다.



아이즈원은 언제나 흠잡을 데 없이 세련되고 깔끔한 EDM 넘버를 가지고 오는 그룹이었다. 같은 장르의 곡들을 비슷한 구성으로 채우면서도 사운드에 변화를 주어서 피로감을 제거하는 정교하고 영리한 프로듀싱 전략은 이번에도 유효했다. 걸그룹의 음악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묵직하고 공간감 넘치는 수려한 신스 사운드는 '환상동화'를 '라비앙로즈', '비올레타', 'FIESTA' 등 아이즈원의 다른 곡들뿐만 아니라 K-POP 씬의 타 걸그룹 음악과 차별화하는 데 성공한다. 그에 비해 미숙한 가창으로 인해 다소 힘이 빠지는 구간이 있는 것은 데뷔 이후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 미숙함이 마치 의도된 장치인 양 곡의 전개 속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배치함으로써 그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해냈다. 이를 통해, '환상동화'는 2020년 K-POP 전체를 통틀어서도 기억에 남을 만한 완성도를 성취한 작품이 되었다.



강렬하게 리드하는 기타 드라이브와 함께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Buttefly'는 금방이라도 힘차게 날아오를 듯 그 일렁이는 생기가 느껴지는 곡이다. 쿵쿵대며 정박으로 떨어지는 비트는 마치 심장이 뛰는 소리처럼 귀에 파고들며 청자를 자극한다. 이처럼 'Butterfly'는 눈에 띄는 흠결 없이 말끔하게 마감된 웰메이드 K-POP 곡이지만 음악적으로 차별화될 요소가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위키미키는 언제나 탄탄한 후렴과 직관적인 훅 메이킹, 그리고 가볍고 밝은 전자음 사운드로 이지리스닝에 최적화된 대중적인 음악을 뽑아내 왔다. 'OOPSY' 역시 그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작품으로, 뚜렷한 멜로디 라인과 선명한 신스 사운드로 전작들과 정확히 같은 지점을 겨냥하고 있다. 다만 전작들에 비해 크게 와닿지 못하는 코러스와 사운드 디자인은 정형화된 위키미키의 음악 패턴에 대한 피로를 유발한다.



미래적인 사운드라는 사운드는 다 때려넣었다. 샤이니의 'Everybody'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전자음의 향연은 리스너의 귀를 즐겁게 하는 데 성공했다. 현란한 베이스 라인과 함께 낙차가 크게 떨어지며 부드러운 가성으로 전개되는 후렴구는 다소 아쉽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며, 후렴에 대한 아쉬움은 과시하듯 다채로운 사운드를 펼쳐 놓는 아우트로에서 해소된다. 다만 적극적으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차용하는 시도가 예술성보다는 단순히 화려한 사운드를 진열하는 '차력쇼'에 그치는 듯한 아쉬움을 남긴다.



펑키한 베이스라인이 돋보이는 싱글. 흥겨운 멜로디 라인과 리드미컬한 곡 진행은 즐거우나 코러스에서 등장하는 브라스는 사운드나 멜로디나 헐겁기 짝이 없다. '레트로'를 좇다 'B급'이 되어버리는 실수를 범했다.



이들의 대표곡 '그 길에서'를 연상시키는 스트링이 주된 소스로 사용된 곡. 역동적인 스트링과 발라드에 가까운 멜로디라인 아래에 이질적인 강한 질감의 리듬 악기를 배치하는 여자친구의 '시간을 달려서', '귀를 기울이면' 등을 만들어낸 스타 작곡가 이기용배의 히트 공식에 충실히 따른 곡인 만큼 무난하게 귀에 잘 들어오는 곡이나, 앞서 언급한 곡들과는 달리 큰 인상을 주지 못하는 코러스 때문에 '감싸줄게요'의 인상은 흐릿하게 머물고 만다.



한때 K-POP 씬에서 쏟아져 나왔던, 철 지난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한 소녀' 마케팅을 노린 걸까 생각되는 제목과는 반대로 상당히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빅룸 사운드가 주를 이룬다. 뭉툭하게 다듬어진 신스는 곡을 지배하며 어둡고 비장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이는 비트가 큰 낙폭으로 무겁게 떨어져 내리는 브릿지에서 가장 돋보인다. 쉴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이는 속도감 있는 곡 구성과 선명한 드랍 덕에 다소 올드한 멜로디와 리듬의 단점이 가려지는 효과를 낳는다.



'영혼 없는 대답'을 비꼬는 가사가 상당히 재치 있다. 독특한 소재로 유쾌하게 빚어낸 '아 진짜요.'는 누구나 쉽게 공감할 법한 주제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경쾌하고 중독성 넘치는 멜로디라인을 가진 락 넘버다. 비록 음악적으로 기억에 남는 특징은 없지만 평범한 사운드 대신 위트 넘치는 풍자적인 가사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신들린 메뉴'라고 자부하는 제목처럼, 스트레이키즈의 '神메뉴'는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하는 훌륭한 곡이다. 스크릴렉스의 'Purple Lamborghini'를 연상시키는 강렬하고 묵직한 신스 사운드는 EDM이라는 장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나올 수 없는 탄탄한 질감을 자랑한다. '뚜뚜뚜뚜'와 같은 직관적인 훅은 곡의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고조시키고, 6ix9ine이 떠오르는 창빈의 강렬한 도입부와 귀를 잡아끄는 로우톤을 가진 필릭스의 랩은 아이돌 음악치고 훌륭한 랩 디자인을 보여 준다. 재미있는 요소를 곳곳에 배치하며 스트레이키즈의 음악적 욕심을 드러낸 곡인데, 다소 산만할지언정 장르가 가진 매력을 K-POP이라는 형태로 온전히 재해석해 선보였다는 점에서 그들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을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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