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리스너를 실망시켜온 적이 없는 선미답게, '보라빛 밤' 역시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번 곡은 어느새 마이너한 장르들 중 가장 메이저한 장르가 되어 버린 시티팝을 차용했는데, 몽환적인 플루트 사운드가 대단히 매력적이다. 벌스와 프리코러스, 코러스 모두 균일한 퀄리티로 짜임새 있게 구성되었으며 선미 특유의 웅장하게 터지는 브라스 사운드는 자칫 루즈해질 수 있는 곡을 긴장감 있게 만들어 준다.
히트 싱글 '멍청이'에 이어 두 번째로 발매된 화사의 솔로 싱글 '마리아'는 틀림없이 훌륭한 곡이다. 화사의 소울풀한 보이스가 극대화되어 드러나는 선명한 멜로디 라인은 프로듀서가 화사라는 아티스트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보여 주며, 이에 더해 브릿지에서는 라틴풍의 리듬으로 변주를 주며 독특한 감흥을 선사한다. 화사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낸 매끈한 웰메이드 팝.
곡의 프로듀싱을 맡은 지코의 트레이드마크인 펑키한 리듬에 AB6IX의 멤버들이 톡톡 튀는 가창을 얹는다. 발랄함을 잃지 않고 코러스까지 무난하게 흘러가다 포스트코러스에서 돌연히 드럼을 비우고 공간감 넘치는 무거운 베이스를 투입하는데, 다소 갑작스러운 이 전환은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선형적으로 전개되던 곡의 진행을 유머러스하게 탈피하는 효과를 낳는다. 크게 인상적이진 않지만 지코의 노련한 프로듀싱이 돋보인 준수한 싱글.
여기저기서 갖다 섞었다. 다 같이 소리높여 외치는 리프레인은 'BOUNCY'의 로켓펀치를, 벌스에서 갑자기 곡이 키치한 트랩으로 전환되는 것은 모모랜드를, 힘찬 기타 드라이브로 곡을 진행하는 것은 트와이스를 닮았다. '최신유행 걸그룹 음악'에서 발견되는 요소들을 모아서 대충 버무린 듯한 'Tag Me'에서는 정작 위클리라는 팀의 색깔을 발견할 수 없다. 그렇다고 후렴이라도 잘 뽑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사나의 '샤샤샤'가 불러온 걸그룹 음악의 '애교 파트' 트렌드를 우겨넣기 위해 후렴에서'냐냐냐'라는 의미를 알 수 없는 효과음으로 통째로 반 마디를 비워버렸다. 신인 그룹을 가요계에 연착륙시키기 위한 프로듀서의 과욕이 돋보이는 아쉬운 작품.
파워풀하고 화려한 신스가 역동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구축한다. 묵직하게 깔리는 808 베이스 역시 효과적으로 곡의 긴장감을 조성한다. 그러나 3분 내내 숨쉴 틈도 없이 몰아치기만 하는 구성 탓에 완급 조절에 실패하고, 후렴도 명확하지 못한 까닭에 현란한 사운드로 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Thunder'는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채 끝나버리고 만다.
대한민국 남자 솔로 아티스트 중 가장 뛰어난 대중적 성과를 올리고 있는 지코(ZICO)는 본인의 소속 그룹 블락비나 Mnet '쇼미더머니'를 통해 우수한 프로듀싱 역량을 증명해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정작 그의 개인 작업물은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독립 레이블인 'KOZ'를 설립한 이후 내놓은 싱글 '천둥벌거숭이'와 '아무노래'에서 발전된 음악적 완성도를 성취하는 데 성공한 그였지만, 비와 함께한 서머송 'Summer Hate'에서 다시금 퇴보하고 말았다. 매력 없는 멜로디라인으로 주구장창 12마디나 채워넣은 구성은 지루할 뿐이며 지코의 강점이었던 감각적인 훅메이킹마저 이 곡에서는 드러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슈퍼스타 비조차도 게스트로서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관성적이고 진부한 멜로디가 2분가량 계속된 끝에 4마디 동안 뱉어내는 지코의 타이트한 랩은 그나마 사막 속의 오아시스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Summer Hate'는 여름 특수를 노린 안일하고 나태한 실패작으로 남았다.
앰비션 뮤직의 이모 힙합 아티스트 애쉬 아일랜드(ASH ISLAND)는 주로 시원시원한 멜로디라인과 기타 드라이브를 앞세워 릴 핍(Lil Peep)에 대한 향수를 드러낸다. 그러나 그의 작업물은 대부분 애쉬 아일랜드라는 아티스트가 릴 핍과 비교했을 때 가진 차별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들려주진 못했다. 그리고 루피(Loopy)와 함께한 새 싱글 'Error' 역시 그가 레퍼런스 삼은 릴 핍이나 포스트 말론의 그림자를 벗어나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이미 입증된 그의 멜로디 메이킹 능력은 부족한 오리지널리티를 충분히 메꿀 만한 퀄리티를 보여 준다. 이모 힙합에 특화된 대세 프로듀서 TOIL이 직조한 청량한 기타와 스트링 비트 위에 애쉬 아일랜드의 선명한 멜로디라인이 얹히고, 싱잉랩의 대표주자 루피가 곡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맛깔난' 피처링을 더한 'Error'는 분명 훌륭한 이모 힙합 넘버이며, 탁월한 사운드와 깔끔한 멜로디가 어우러진 좋은 트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