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주차 K-POP 리뷰

레드벨벳-아이린&슬기, 청하, 세훈&찬열 외 9곡

by 박정빈

[2020년 7월 2주차]

레드벨벳-아이린&슬기 - Monster
청하 - PLAY
SF9 - 여름 향기가 날 춤추게 해
DONGKIZ I:KAN - Y.O.U
염따 - 새벽에 잠깐이라도 좋아
세훈&찬열 - 척
(여자)아이들 - i'M THE TREND
유키카 - Yesterday
폴킴 - 집돌이


* 리스트는 발매일 순입니다.



Weekly Pick!

'Monster'는 레드벨벳의 'Psycho'처럼 베이스를 풍성하게 깔아놓고 느린 리듬의 팝을 전개하는 듯 싶다가도 타이트하게 움직이는 건반과 파워풀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이질적인 하모니를 통해 독특한 분위기를 조성하곤 느닷없이 주술적인 보이스 샘플을 투입하여 단번에 두 귀를 매혹시킨다. 탁월한 완급조절로 완결성을 성취하면서도 풍부한 악기 구성과 공간감 넘치는 사운드 덕에 귀가 즐겁다. 'I'm a little monster' 훅과 보이스 샘플이 마법처럼 귀에 맴도는 이 고혹적인 싱글로 레드벨벳-아이린&슬기 유닛은 본체인 레드벨벳과 자신들을 완벽히 차별화하는 데 성공한다. 가히 '괴물 신인'의 칭호에 어울리는 무시무시한 데뷔작이다.





터져야 될 때 시원하게 터져준다. 몸이 절로 들썩이는 레게톤의 뎀보우 리듬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청하의 'PLAY'는 파워풀하게 터져 나오는 신스와 묵직하게 쿵쿵대는 드럼과 베이스를 효과적으로 운용하여 흥겹지 않고서야 배겨낼 수 없는 곡을 완성했다. 코러스에서 춤추듯 쏘아대는 브라스는 직선적인 속도감을 극대화하고 피처링을 맡은 창모의 랩 역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두 번째 벌스를 환기시켜 주며 곡에 잘 묻어난다. 이로써 'PLAY' 는 라틴 팝의 장르적 쾌감을 K-POP의 영역에서 수려하고 세련되게 재현해낸 보기 드문 작품이 되었다.



많은 보이그룹의 음악들이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무시한 채 '냅다 달리는' 우를 범하는데, SF9도 비슷한 함정에 빠져 버렸다. 완급조절 없이 타이트하게 진행되는 벌스에 드럼은 박자를 쉴 틈 없이 쪼갠다. 나쁘지 않은 사운드에도 불구하고 '여름 향기가 날 춤추게 해'가 피로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내내 힘을 '빡 주고' 달리는 탓에 아이러니하게도 곡이 단조로워진다. 에너지는 오히려 여유로울 때 더 돋보이기 마련임을 깨닫고 다음 싱글에서 더욱 성숙해진 음악을 들려 주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에서 레트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프로듀서인 기린이 직조한 뉴잭스윙 사운드는 90년대의 감성을 소환한다. K-POP에서 이 정도로 레트로 감성을 제대로 담고 있는 작품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음악에 비해 두 멤버의 가창은 심하게 말하자면 곡이 아까울 수준이다. 음원에서마저 묻어나는 불안함은 그들이 아직 이 정도 곡을 온전하게 소화하기에는 한참 부족함을 보여 준다. 'Y.O.U'가 나름 듣기 좋은 음악으로 완성된 것은 온전히 프로듀서 기린의 역량 덕분이며, 그곳에 DONGKIZ I:KAN의 흔적은 없다.



쿨한 무드의 세련된 하우스 사운드 위에 맥도날드의 치즈버거를 먹는 소소한 데이트를 노래한다. 미니멀하면서도 깔끔한 멜로디와 구성을 지닌 '새벽에 잠깐이라도 좋아'는 염따라는 아티스트가 'B급인 척 하는 A급'임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한때 인디계의 아이콘이었던 10cm와 K-POP의 대표주자인 엑소의 콜라보레이션이라는 것만으로 놀랍다. 그러나 이러한 상징적 의미를 차치하고도 경쾌한 피아노 리프로 여유로운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척'은 음악 자체로 큰 호불호 없이 누구나 맘 편히 즐길 수 있는 곡이다. 슈퍼스타 엑소의 멤버들이 평범한 남자처럼 연인의 늦은 답장에 쩔쩔매는 귀여운 모습은 소소한 신선함을 선사한다.



K-POP 씬에서 가장 인상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첫 번째 콘서트 'I-LAND'를 위해 제작된 앵콜 송 'i'M THE TREND'은 일회성 팬 송으로만 소비되기에는 아까운 수작이다. 돈이나 명예 대신 자신의 예쁜 글씨체를 자랑하는 민니의 랩이 발산하는 귀여운 스웨거는 청자를 절로 웃음짓게 하며, (여자)아이들의 곡명을 넣어 만든 후렴의 가사는 재치 넘친다. 재기발랄한 포인트를 곳곳에 설치하면서도 멜로디라인은 자연스럽고 여유롭게 전개된다. 조용히 치고 나오는 브라스와 오밀조밀한 피아노도 곡의 밀도를 한층 더한다. 이를 통해 'i'M THE TREND'는 단지 팬 송의 의미를 넘어 (여자)아이들의 음악적 역량을 또다시 증명해 보이는 충실하고 매력적인 싱글이 되었다.



시티팝의 재현을 지향하는 가수 유키카의 'Yesterday'는 미디엄 템포의 차진 드럼, 한껏 강조된 신스, 풍부한 보컬 코러스, 은은하게 받쳐 주는 기타와 베이스 등 시티팝의 기본 골격을 충실히 따른 만큼 부족함 없이 풍족한 만족감을 제공한다. 잔잔한 화성을 쌓아 올리는 프리코러스와 '사랑은 점점 왜 자꾸 덤덤해지는 걸까'라는 그루비한 후렴은 노래에서 가장 매력적인 구간이다. 아쉽게도 사운드에 비해 멜로디라인이 크게 캐치하지는 않지만, 'Yesterday'는 장르적 문법을 충실히 지키는 것만으로 나름대로의 완성도를 성취하는 데 성공했다.



'너를 만나', '초록빛' 등의 히트 싱글로 가장 대중적인 발라드 아티스트 중 하나로 올라선 신예 폴킴은 '집돌이'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집에 칩거하는 소소한 일상을 트로피컬 하우스 사운드로 풀어냈다. 그러나 잔잔한 피아노 반주 위에 정석적인 한국형 발라드를 노래했던 그가 EDM 리듬에 목소리를 얹는다는 데서 오는 신선한 감흥 이외에는 흥미를 느낄 구석이 전무하다. 여전히 발라드의 문법에 충실하게 보컬을 운용하며 트로피컬 하우스라는 장르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거나 고려하지 않은 듯한 이 싱글은 어색함만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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