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30 mood : TRBL' 이후 무려 4년만에 DEAN의 앨범 단위 작업물이 나온다는 소식을 반가워하지 않을 리스너는 없을 것이다. 비록 그의 솔로 앨범이 아닌 소속 레이블 you.will.knovv의 컴필레이션 앨범이기는 하지만, 한국 R&B 씬의 최전방에 서 있는 DEAN이 돌아온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부푼 기대 속에 발매된 첫 싱글 '숨'에서 DEAN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섬세하고 감성 짙은 보컬과 풍부한 화음으로 느릿하고 미니멀한 곡에 호소력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이 곡에서 보다 돋보이는 것은 곡을 전체적으로 이끌어가는 Rad Museum의 활약이다. 2017년 데뷔 미니앨범 'Scene'으로 뛰어난 역량을 증명해 보인 바 있던 그는 DEAN과는 상반되는 담담한 보컬로 단번에 귀를 사로잡는다. 오토튠을 활용해 납작하게 찍어 누른 그의 보컬은 기교 없이 무감정한 듯 노랫말을 풀어내고, 곡의 신비로운 무드를 앞장서 조성한다. 결과적으로 '숨'은 Rad Museum의 뛰어난 곡 이해와 소화력으로 인해 독특한 감흥을 선사하는 트랙이 되었다.
엔씨소프트의 캐릭터 '투턱곰'과 몬스타엑스가 만나 탄생한 웹예능 '몬스타엑스의 뉴트로랜드'의 주제가인 '무모하고 대책없지만'은 뉴트로를 표방하는 프로그램명처럼 과거의 향기를 가득 담은 신스팝 곡이다. 기억에 잘 남지 않는 약한 멜로디에도 불구하고 촌스러움과 뉴트로함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한 경쾌한 신디사이저가 곡의 인상을 이끌어낸다. 음악적 방향성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욕심 없이 이행하는 것만으로 준수한 트랙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증명하는 싱글.
선공개곡 'Waves'에 이어 또다시 라틴 리듬을 차용한 '깨워'는 강다니엘의 음악에서 그동안 지적되었던 문제점이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 또다시 관성적인 답습만을 거듭한 트랙이다. 명확하지 못한 멜로디라인, 몰개성한 프로듀싱, 곡을 살려내기는커녕 1인분을 했다고도 말하기 어려운 미숙한 보컬과 랩까지, '깨워'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점들이 변함없이 반복되며 개선의 의지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안일하고 무기력하다. 강다니엘이 팬덤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폭넓게 사랑받는 솔로 아티스트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명확한 방향성을 바탕으로 한 음악적 성장이 필요함을 잊지 말라.
K-POP 씬에서 가장 돋보이는 역량을 지닌 프로듀싱 아이돌로 각광받던 전소연이었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나 보다. '덤디덤디'에서는 전소연의 가장 큰 무기였던 캐치한 멜로디메이킹을 거의 발견할 수 없다. 여전히 수려한 랩과 멜로디라인으로 텐션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리는 벌스의 만듦새는 훌륭하지만, 정작 터뜨려주어야 할 코러스는 그 파괴력이 미약하다. 멜로디 자체가 캐치하지 않은 건 둘째치고, 빈약한 악기 구성 탓에 코러스가 벌스와 다를 바 없이 느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전소연처럼 음계의 변화 폭이 크지 않은 코러스 멜로디를 쓰는 프로듀서가 사운드를 이렇게 심심하게 구성해 버리면 곡은 무미건조해질 뿐이다. 그나마 집중을 잡아끄는 휘파람 소리는 재치있기는 하지만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여름의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버려야 할 '덤디덤디'는 건조하고 심심한 편곡으로 인해 도리어 텁텁한 뒷맛만을 남기게 되었다.
청량한 서머송을 표방한 노래에 이렇게 루즈한 리듬과 후덥지근한 신스라니, 벌스에서부터 벌써 느낌이 좋지 못한 'JUICY'의 코러스는 난감하기 그지없다. 캐치하지도 못할 뿐더러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는 멜로디는 K-POP 음악이라기보단 B급 감성의 탄산음료 광고음악처럼 느껴진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산만한 리듬과 더불어, 랩 파트에서 갑자기 이질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메탈릭한 전자음은 또 뭐란 말인가? 스타 작곡가 이기용배의 작품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어색하고 산만한 'JUICY'는 생과일 주스 체인점 쥬씨 광고 모델을 노린 게 아니라면 이해되기 어려운 졸작이다.
'Never Gonna Dance Again'이라는 도발적인 앨범 제목을 내걸고 발매된 '2 KIDS'는 화려한 사운드보다는 태민의 보컬에 집중하도록 요구하는 트랙이다. 편안한 기타와 피아노, 신스 사운드를 미니멀하게 운용하는 프로듀싱은 그 목적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코러스에서 태민의 보컬을 받치는 보코더는 자칫 심심해질 수 있는 곡에 입체감을 불어넣어 준다. 그러나 정작 멜로디가 선명하지 않고 그 멜로디를 소화하는 태민의 보컬도 단순한 가창 이상의 뚜렷한 호소력을 보이지 못해 곡 자체는 다소 애매한 인상으로 남는 것이 아쉽다. 부드럽고 가녀린 그의 보컬이 가진 장점과 한계가 동시에 드러난 싱글.
B1A4 산들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출사표는 신뢰를 심어주기엔 다소 부족하다. '여름날 여름밤'은 말랑한 무드의 기타로 진행되는 부드러운 트랙인데, 산들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기에는 너무나도 평범하게 흘러간다. 곳곳에 분위기를 환기할 장치를 넣어 두었지만 효과적이지는 못했다.
여름이 되면 K-POP 씬에서는 트로피컬 하우스와 퓨처 하우스 트랙들이 앞다퉈 우수수 쏟아져 나온다. 그 양산형 사운드 속에서 '건질 만한' 곡을 찾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체리블렛의 '알로하오에'는 그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게 해 주는 곡이다. 시원하게 뻗어나가며 적당한 청량감을 안기는 코러스는 썩 준수하나, 이런 무성의한 멜로디가 어떻게 컨펌받은 건지 의심이 드는 간주의 신스 사운드는 차라리 동요에 가까운 수준이다. 데뷔 초창기 그들이 내놓았던 곡 '네가 참 좋아'의 신스와 질감이 거의 유사한데도 그 활용은 천지차이다. 유아적인 드랍만 제외하면 곡의 만듦새 자체는 꽤나 유려하기 때문에 그 실수가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수많은 힙합 스타를 배출해 온 유튜브 채널 딩고 프리스타일(dingo freestyle)의 다음 타자는 타이거JK와 윤미래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씬에 등장한 R&B 싱어 비비(BIBI). 싱글 '쉬가릿'에서 그녀는 유니크한 보이스로 'pack of cigarette and condom' 과 같은 노골적이고 도발적인 가사를 노래한다. 한국에서 여성 아티스트에게 쉽게 허용되지 않았던 성적 금기를 재치 있게 가사에 녹여내며 솔직하고 당당한 이미지를 챙겨 가는 영리한 전략이 인상깊다. 이와 더불어 곡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캐치한 멜로디메이킹 역시 비비라는 아티스트를 앞으로 한동안 지켜볼 필요가 있음을 예감케 한다.
참으로 오래 걸렸다. 2018년 11월 방영된 YG엔터테인먼트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YG 보석함'을 통해 데뷔한 TREASURE(트레저)의 데뷔곡 'BOY'는 어째서 이 정도 수준의 곡을 위해 그토록 오랜 시간이 필요했는지 의문을 가지게 한다. 거친 질감의 신디사이저를 활용한 벌스 끝에 다다른 드랍은 블랙핑크의 'How You Like That'을 망쳐 놓았던 '뽕끼' 넘치는 멜로디로 실망만을 안긴다. 후반부 변주를 통해 분위기를 환기시키려 하지만 부자연스러운 이음새 때문에 어색하게 다가올 뿐이다. YG 정도 되는 체급의 회사가 사운을 걸고 데뷔시키는 그룹의 첫 페이지가 고작 이 정도라니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런 결과물을 '보물'이라고 칭하는 것은 오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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