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의 산하 레이블인 ScreaM Records의 프로젝트 'iScreaM'은 매달 SM 소속 아티스트의 곡을 국내외 DJ들이 EDM 장르로 편곡한 리믹스 음원을 공개해 왔다. 'Monster'의 후속곡인 '놀이 (Naughty)'를 리믹스한 '놀이 (Naughty) (Demicat Remix)'는 EDM을 사랑하는 리스너라면 열광할 수밖에 없는 현란하고 화려한 드랍으로 어필하는 곡이다. 파괴력이 부족한 프로듀싱으로 다소 그 인상이 약했던 원작의 약점을 데미캣은 센스 넘치는 EDM 드랍으로 보완했다. 퓨처 하우스, 누디스코 등 다양한 일렉트로닉 장르의 요소들을 그러모아 조화롭게 배치한 재치 넘치는 프로듀싱은 다소 자극적이지만 그만큼 귀가 즐겁다. 감각적이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의 흔적이 묻어나는 이 리믹스 싱글은 원곡의 재해석보다는 어딘가 부족했던 원곡을 비로소 완성시킨 것처럼 느껴진다.
댄스홀 리듬 위에 강다니엘과 제이미, 사이먼 도미닉이 돌아가며 목소리를 얹는 'Waves'의 만듦새는 꽤나 그럴듯하다. 특히 보컬과 랩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몽환적인 보이스로 청자를 잡아끄는 제이미의 활약은 발군이다. 그러나 매끈한 곡에서 강다니엘의 존재감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이렇다 할 개성이 없는 사운드에 강다니엘의 몰개성한 보컬이 더해지니 코러스는 귀에 남지 않은 채 밍밍하게 흘러가 버리고 곡은 주인을 잃은 채 덩그러니 남겨진다.
윤두준의 홀로서기를 알리는 싱글 'Lonely Night'은 아쉽게도 그의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키기에는 너무나도 평이한 곡이다. 재미있는 드럼라인이나 매끈한 사운드 디자인은 깔끔하지만 매력을 느끼기에는 어렵다. 무난하게 흘러가는 코러스도 마찬가지다. 윤두준이 소속된 하이라이트라는 팀도 음악적으로 개성 있는 행보를 보여준 적은 없었지만, 솔로곡에서까지 이러면 곤란하다.
이제 여름철 K-POP의 클리셰가 된 트로피컬 사운드가 인트로부터 들려오는 순간 기대는 줄어든다. 예측은 빗나가지 않고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하는 라비의 벌스에 이어 하성운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코러스가 등장한다. 진부하고 부자연스러운 코러스의 멜로디라인은 곡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 시너지 효과는 커녕 존재감마저 희미하다.
노골적으로 여름 특수를 노린 소유의 'GOTTA GO'는 안일하다. 2000년대 후반을 연상시키는 올드한 멜로디라인은 둘째치고, 날카로운 질감의 신스 드랍과 소유의 보이스가 썩 매끄럽게 묻어나지 않는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미디엄 템포의 R&B를 버리고 저돌적인 EDM 서머송을 가져온 그녀의 도전은 밋밋하게 끝났다. 후반부 변주를 주며 현란한 플루트를 등장시키는 마무리는 그나마 곡의 뒷맛을 살려 주는 요소다.
뚝심 있게 EDM 뮤직을 지향해 온 보이그룹 ATEEZ (에이티즈)의 새로운 싱글 'INCEPTION'은 공간감 넘치는 사운드와 풍부한 베이스를 가진 곡이다. 다소 갑작스레 트랜스풍의 리듬으로 바뀌는 간주는 조금 당황스럽지만, 날카로운 질감의 신스를 꽉꽉 채운 드랍은 청자를 만족시킬 만큼 충분히 파워풀하다. 그러나 가성을 넘나들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I'm in love' 파트를 제외하면 전작에 비해 멜로디의 캐치함이 덜해 트랙은 다소 애매한 맛으로 남는다.
인트로에는 기타, 벌스에서는 밝고 가벼운 신스, 프리코러스에서는 높은 톤의 브라스, 코러스에서는 낮은 톤의 브라스로 다양한 악기를 번갈아 가며 활용하는 'Now or Never'는 다소 산만하지만 그런 대로 들어줄 만한 싱글이다. 트와이스의 'Dance The Night Away'나 오마이걸의 '번지'와 같은 타 걸그룹의 서머송과 비교하면 그 멜로디의 힘이 약하지만 기준점 이상의 캐치함은 갖추고 있다.
차지게 가사를 뱉어대는 제시(Jessi)의 곡 소화력은 상당한 수준이나, 곡 자체의 퀄리티가 받쳐주지 못한다. 웅웅대는 무거운 베이스가 이끄는 벌스가 갑작스레 통통 튀는 가벼운 신스의 프리코러스로 어색하게 교체되고, 또다시 성의 없고 조악한 드랍으로 부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플레이어의 넘치는 끼와 역량을 살리지 못하는 부족한 프로듀싱이 발목을 잡은 아쉬운 싱글.
웅웅대는 베이스와 함께 사운드의 공간감은 상당하지만 멜로디의 존재감은 현저히 떨어진다. 파트간의 이음새는 매끈하나 인상적인 지점 없이 곡의 텐션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프로듀싱 때문에 곡의 인상도 희미하다. 특히 코러스의 멜로디는 미약하기 짝이 없다. 이에 더해 아직 연습생에 불과한 가창자들의 보컬은 그 역량 탓인지 디렉팅의 탓인지는 몰라도 미숙할 뿐이며, 노래의 맛을 전혀 살려내지 못한다.
90년대를 간직한 트랜스 사운드, 정신없이 쿵쿵대는 드럼과 베이스, 촌스러운 신스. 유두래곤으로 분한 유재석의 보컬은 미숙하고 불안하다. 도저히 좋게 들릴 수가 없는 요소들이 모였는데, 어딘가 매력적이다. '두리쥬와'를 마법처럼 되뇌이는 후렴은 놀랍도록 캐치하고, 간주에서 튀어나오는 '뽕짝' 풍의 전자음도 생각 외로 번뜩인다. '잘 만든 후렴엔 장사 없다' 더니. 이러면 안 되는데, 신기하게 끌리니 이것 참 신묘하다.
코드 쿤스트(Code Kunst)의 프로듀싱은 역시 깔끔하기 그지없다. 간단한 기타 리프로 여유롭게 곡을 이끌어가다 코러스에서 브라스와 같은 색다른 악기를 곳곳에 배치함으로써 무드를 지배하는 노련한 터치. 이러한 장르가 보통 그러하듯 멜로디 자체에서 큰 임팩트를 느끼기는 어렵지만, 후반부 윤미래의 차진 랩이 성공적으로 분위기를 환기하고 곡의 완결성을 불어넣어 준다. 4분 28초라는 시간은 다소 길고 지루한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코드 쿤스트답게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프로듀싱이 돋보이는 무난한 싱글.
레게풍의 비트를 타고 호흡을 주고받는 비룡과 마마무의 여유가 돋보이는 벌스 이후 갑자기 리듬이 변하더니 뜬금없이 빅룸 드랍이 치고 나온다. 이 부자연스러움은 당황스러울 정도다. 아무리 예능 음원이라지만 이 정도로 이음새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건가 싶다. 억지로 이어붙인 빅룸 파트는 그 퀄리티가 오히려 벌스보다 한참 떨어지는데 말이다. '깡'은 재미라도 있었지만, '신난다'는 재미도 없고 신나지도 않으며 뚝심 있게 밀어붙일 깡도 없는 괴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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