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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4주차 K-POP 리뷰

전소미, 이하이, 싹쓰리 외 6곡

by 박정빈

[2020년 7월 4주차]

유키카 - 서울여자
전소미 - What You Waiting For
허찬미 - Lights
이하이 - 홀로
규현 - Dreaming
싹쓰리 - 그 여름을 틀어줘


* 리스트는 발매일 순입니다.





Weekly Pick!


EDM과 힙합이 지배하는 K-POP 씬에서 일관되게 시티팝 장르를 밀어붙이는 보기 드문 아티스트 유키카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의 타이틀곡 '서울여자'는 리스너가 그녀에게 원하는 바를 정확히 구현하는 영리한 싱글이다. 시작하자마자 잔뜩 힘을 줘 꽉꽉 채운 시티팝 사운드가 내달린다. 벌스의 빈틈을 촘촘하게 메꾸는 악기와 코러스의 배치는 다소 위력이 부족한 멜로디의 약점을 보완한다. 리버브를 잔뜩 먹여 '서울여자'를 외치는 코러스 사이로 추억 어린 신스가 치고 들어오는 정석적이지만 즐거운 구성과 다양하게 변주를 줌으로써 드라마틱하게 곡을 전개하는 프로듀싱 덕에 '서울여자'는 장르적 요구를 충실히 충족시키는 웰메이드 시티팝 싱글로 완성되었다.



가볍고 미니멀한 신스로 곡을 이끌어가는 'What You Waiting For'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팝 곡으로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다. 엘리 굴딩(Ellie Goulding)이나 뫼(MØ)를 연상시키는 EDM 기반의 사운드는 팝 씬의 프로듀싱 패턴을 정확히 따르고 있다. 특히 살짝 변주를 준 드랍으로 새로운 사운드를 전개하는 후반부는 귀가 즐겁다. 그러나 멜로디라인의 파괴력이 상당히 떨어지고, 사운드와 구성 자체도 기존 EDM 팝 문법의 몰개성한 답습에 불과해 전소미만의 음악적 강점은 찾아볼 수 없다. 그녀가 솔로 아티스트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적극적이고 개성적인 결과물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런 것을 기다린 게 아니다.



장안의 화제를 모은 Mnet <프로듀스 101>의 연습생으로 이름을 알린 허찬미의 솔로 데뷔 싱글 'Lights'는 두꺼운 신스를 앞세운 뭄바톤 곡으로, 생각보다 매끈한 만듦새를 자랑한다. 군데군데 보컬 찹이나 신스를 적절하게 배치해 사운드의 빈틈을 없앴으며, 드랍에서 등장하는 신스의 질감도 장르적 문법에 충실하다. 그러나 벌스와 브릿지뿐만 아니라 후렴까지 그 멜로디가 너무나도 평이한 탓에 곡 자체가 큰 인상을 주지 못하고, 곡이 끝나고 남는 기억은 이 곡이 뭄바톤이었다는 사실뿐이다. 보다 자신의 개성을 뚜렷하게 확립해야 하는 솔로 데뷔 싱글치고 너무나도 밋밋하고 안일하다.



노골적으로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와 시아(Sia) 벤치마킹한 싱글 '홀로'는 당혹스럽다. 따뜻한 질감의 악기나 코러스를 적극 활용한 사운드 디자인은 매력적이고 멜로디라인 역시 캐치하고 직관적이다. 이를 허스키한 보이스로 소화해내는 이하이의 보컬도 섬세하고 호소력 넘친다. 그러나 여전히 머릿속에선 팝 가수들의 잔향을 지울 수 없다. 누구보다 개성적인 보이스를 가진 이하이에게 어째서 기시감에 푹 젖어 있는 곡밖에 주지 못하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홀로'는 거의 표절에 가까운 몰개성한 곡에서 이하이의 보컬이 멱살을 잡고 억지로 개성을 창조해낸 수준에 가까운 싱글이다.



디즈니풍의 피아노와 스트링 인트로로 시작되는 'Dreaming'은 드라마틱한 록 사운드와 함께 청량하게 내달리는 규현의 보컬이 인상적인 싱글이다. 꽉꽉 채워 넣은 사운드 디자인은 수려하며 파워풀한 보컬을 타고 흐르는 멜로디는 크게 캐치하지는 않지만 넘치는 에너지 덕에 긍정적인 인상으로 남는다. 큰 감흥을 주진 못하더라도 과욕 없이 딱 깔끔하게 곡을 다듬은 프로듀싱과 준수한 역량을 가진 보컬이 만나 내놓을 수 있는 적당한 결과물.



난잡하다. 공간감을 위해 넓게 퍼지는 사운드에 정신없이 불어대는 브라스가 얹혀지는 데 더해 쉴새없이 치고 빠지는 구성이 합쳐지니 정돈되지 못했다는 감상만이 남는다. 벌스에선 보컬을 짧게 끊어 치는데 중간중간 랩까지 배치한다. 배경에서는 브라스가 끊임없이 사운드를 채우고 있다. 옛 추억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사운드적 요소도 포기하지 않고 곳곳에 배치해 놓는다. 하고 싶었던 것이 너무 많았다. 후렴이 어디인지마저 쉽게 알기 어려운 '그 여름을 틀어줘'는 명백히 과욕이 부른 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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