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걸(OH MY GIRL) 결산 리뷰: Part 1

오마이걸 6년 커리어의 13곡을 되돌아보다

by 박정빈


오마이걸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2015년, 훗날 그녀들이 '살짝 설렜어'와 'Dolphin'이라는 홈런 두 방을 날리며 올해의 아티스트에 거론될 정도로 성장할 거라고 말한다면 누가 믿을 수 있었을까? 외부에서 팬덤을 끌어올 만한 대형 기획사나 대형 멤버도 없이 꾸준하게 성장곡선을 그려온 오마이걸의 서사는 K-POP 내에서도 전례가 없다.


그녀들의 성장 동력은 걸그룹으로서는 이례적이게도'음악' 하나에 굳건하게 기반해 왔다. 다른 팀들과는 분명 어딘가 다른 확실한 음악적 노선과 뚝심있는 지향, 그리고 뛰어난 완성도까지 더해지니 대중 역시 끝끝내는 그녀들의 음악에 설득되고 말았다. 그만큼, 오마이걸의 성장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녀들의 음악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본 글에서는 오마이걸이 걸어 온 6년 간의 디스코그래피를 돌아보며 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되짚어 본다.


* 곡 제목을 클릭하면 뮤직비디오 유튜브 링크로 이동합니다.




불꽃놀이.PNG

13위

불꽃놀이 (Remember Me)


'불꽃놀이'라는 서정적인 제목에 비해서는 상당히 이질적인 거친 베이스로 곡을 이끌며 미미의 랩이 주가 되는 벌스의 매력은 크게 와닿지 않는다. 허나 여린 피아노가 치고 들어오며 분위기가 180도 전환되는 애절한 프리코러스는 쿵쿵대는 퍼커션과 함께 마치 밤하늘의 별빛이 은은하게 퍼져가는 아름다운 광경을 자연스럽게 그린다. 순식간에 청자는 곡에 빠져들고, 이제 우리가 기대하고 있던 불꽃놀이가 하늘에 강렬하게 터져 주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곡은 별안간 다시 벌스로 돌아간다. 기대했던 불꽃놀이는 터지지 않고 허무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오마이걸답게 또다시 클리셰를 뒤틀며 무언가의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듯하지만, 그래도 코러스 자체를 없애 버리는 건 무리수였다. 프리코러스만으로 이미 충분히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곡의 구성이 정상적이었다면 훨씬 더 듣기 좋은 곡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이 남을 뿐이다.


Dolphin.PNG

12위

Dolphin


'살짝 설렜어'로 이미 커리어 히트를 찍은 상황에서 또다시 커리어 하이가 갱신될 지 누가 알았겠는가. 아이유의 인스타 스토리를 기점으로 입소문을 탄 수록곡 'Dolphin'은 타이틀곡 '살짝 설렜어'보다 오히려 더한 사랑을 받으며 발매 후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차트 최상위권에서 롱런하고 있다.


오마이걸의 색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살짝 설렜어'와는 달리 'Dolphin'은 우리가 아는 오마이걸만의 톡톡 튀는 음악색이 고스란히 담긴 노래다. 대중성에 굴복한 타이틀곡보다 자신들의 음악적 노선을 따른 수록곡이 더한 흥행을 기록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성과임에 틀림없다. 'da da da da da da' 라는 직관적인 후렴은 단순하지만 그 매력이 상당하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수록곡인 탓일까, 아쉽게도 'Dolphin'이라는 트랙의 파괴력 자체는 크지 않다. 재치있는 아이디어와 단순명료한 구성은 재미있으나 그렇게 큰 인상을 남길 만한 힘은 없다. 팬과 대중 모두를 만족시킨 오마이걸 성장기의 최종장이 이 정도 트랙이라면 다소 맥빠지는 마무리다.


살짝 설렜어.PNG

11위

살짝 설렜어 (Nonstop)


'비밀정원', '다섯 번째 계절'의 연이은 흥행과 Mnet의 걸그룹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 <퀸덤>을 통해 대중의 관심이 최고조로 치닫은 타이밍에서, 오마이걸은 그간 쌓아올린 '오마이걸적인' 음악 브랜드로 승부할지 혹은 대중의 니즈에 순응함으로써 음악적 자존심은 잠시 접어 두고 체급을 키울지 선택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녀들의 선택은 후자였다.


주로 유려한 선율을 중심으로 한 깔끔한 팝 곡을 가져오던 오마이걸이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트로피컬 하우스라니. 우려와는 달리 '살짝 설렜어'라는 후렴과 함께 떨어지는 드랍은 굉장히 선명하고 캐치하다. 공간감 넘치는 사운드로 몰입을 유도하는 프리코러스 역시 노련하다. 대중에게 안 먹힐 수가 없는 노래다.


그 때문에 결과적으로 '살짝 설렜어'는 오마이걸의 커리어를 통틀어 최대 히트곡이 되었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지만, 그간 그녀들이 보여준 뚝심 있는 음악적 노선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데서 나오는 실망감은 지울 수 없다. 이건 항상 K-POP의 클리셰를 앞장서서 부수었던 오마이걸의 음악치고 너무나도 클리셰적인 곡이다.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PNG

10위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이벤트성 싱글치고는 퀄리티가 나쁘지 않다. 고전게임 테마를 충실히 따르는 투박한 전자음 기반의 사운드는 은근히 만듦새가 깔끔하고, 멜로디라인은 직관적이고 캐치하다. 노래 자체에는 흠잡을 만한 곳이 없다. 굳이 지적하자면 유아적인 가사가 몰입을 방해하겠으나, 이미 글로벌 음악이 되어버린 K-POP의 특성상 한국인을 제외하고는 알아들을 수도 없는 한국어 가사를 비중을 두어 비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비밀정원'을 통해 한창 '몽환돌'로 인기를 끌고 있을 때 이런 콘셉트의 곡을 낸 게 죄라면 죄. 상업적으로는 악수였을 지 모르나 노래에는 죄가 없다.


다섯번째계절.JPG

9위

다섯번째 계절 (SSFWL)


마이너 펜타토닉 음계를 하강하는 멜로디를 가진 '다섯 번째 계절'의 후렴은 일본 가요의 전형적인 패턴을 똑 닮은 코드 진행으로 선명한 동양풍의 색채를 획득한다. 이에 더해 서정적이지만 박력 넘치는 신스 스트링을 적극적으로 채용함으로써 '비밀정원' 부터 내려온 오마이걸의 시그니처인 일본풍의 음향을 성공적으로 구현해 내는데, 이 곡을 K-POP의 바운더리 내에 머물게 하기 위해 작곡팀은 하이햇을 잘게 쪼개 빠르게 채워 넣는 등 EDM의 리듬을 차용하고 다양한 변주를 주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 시도는 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기는커녕 튠과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하고, 선율 자체도 '비밀정원' 때보다 미약해져 흐릿한 인상으로 남고 만다.


'다섯 번째 계절'은 분명 독특한 매력을 지닌 개성적인 곡이고, K-POP 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노래도 아니다. 오마이걸의 음악적 색채를 어떻게 확립하고 효과적으로 구현해낼 지에 대해 프로듀서진이 심혈을 기울여 연구하고 화성학적 요소와 리듬 설계를 통해 나름 정교하게 배치했다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보컬과 랩은 미숙함을 감출 수 없으며 멜로디와 사운드, 리듬의 설계와 위력에서는 미흡한 점이 드러난다.


BUNGEE.PNG

8위

BUNGEE (Fall in Love)


'비밀정원'과 '다섯 번째 계절'을 통해 성공적으로 구축한 스트링 사운드의 뮤직 브랜드를 잠시 내려놓고 다시 본연의 버블검 팝으로 돌아왔다. 여름인 만큼 시원시원하게 내달리는 정직한 비트에 한 번 들으면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직관적인 후렴까지. 누가 들어도 '잘 빠진' 서머송이다. 오래오래 두고 들을 만큼 차별화되는 개성을 가진 곡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마음 놓고 쉽게 즐길 수 있는 훌륭한 대중가요다.




구독 설정을 통해 더 많은 리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베르디블루를 구독하시고 매주 월요일과 토요일에 업로드되는 K-POP 리뷰를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