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 비, 김성규 외 3곡
김성규 - I'm Cold
태연 - What Do I Call You
비 - 나로 바꾸자
K-POP 씬의 대표 보컬리스트 태연(TAEYEON)은 대표곡 'I'나 'Fine'이 그러했듯 감정을 폭발시키며 파워풀하게 뻗어 나가는 시원시원한 가창이 트레이드마크인 아티스트다. 그러나 그녀의 강점이 일반적인 한국식 발라드나 팝 곡에만 발휘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등장한 듯한 네 번째 미니앨범의 타이틀곡 'What Do I Call You'는 간단한 기타 리프를 토대로 미니멀하게 구성된 트랙으로 무심한 듯 덤덤하게 노랫말을 뱉는 태연의 보컬과 맞물리며 굉장히 스타일리시한 알앤비 넘버가 되었다. 직관적인 멜로디는 자연스럽게 입가에 달라붙고, 백그라운드 보컬을 통해 능숙하게 후반부 파트를 엮어낸 후 아우트로에서 다시 후렴으로 돌아가는 구성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노련한 곡 해석력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트랙에 카멜레온처럼 녹아드는 태연을 이제 어떻게 불러야 할까. 역시 '아티스트'가 무난할까.
촉촉한 음색으로 감성 발라더라는 수식어를 획득한 인피니트의 메인보컬 김성규. 허나 이번은 좀 다르다. 칠한 무드의 일렉트릭 피아노와 보컬 찹에 이어 등장하는 스네어 드럼이 김성규가 그의 주무기였던 발라드가 아니라 R&B 힙합으로 돌아왔음을 예고한다. 가벼운 기타 리프로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하는 프로듀싱 전략이 돋보이는 'I'm Cold'는 쓸쓸함을 때론 담담하게, 때론 거칠게 표현해 내는 김성규의 폭넓은 보컬 소화력을 엿볼 수 있는 트랙이다. 폭발하는 감정의 에너지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 마스터링은 옥의 티.
이례적인 수준의 인기를 구가했던 밈 트랙 '깡'을 통해 2020년 최고의 화제성을 획득한 비가 박진영의 손을 잡고 돌아왔다. 박진영과 비의 촉촉한 보컬을 시작으로 둔탁한 비트와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소리가 쏟아지는 '나로 바꾸자'의 도입부는 오랜만에 훌륭한 뉴잭스윙 곡이 나왔다는 예감이 들게 한다. 그러나 우수한 사운드에 비해 '나로 바꾸자'만을 되뇌이는 멜로디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지며, 과욕이 아니었나 싶을 만큼 어색한 두 남자의 랩은 실망감을 더한다. 뉴잭스윙 장르의 대표 아티스트인 바비 브라운의 사운드를 재현해낸 듯 빼어난 완성도를 가진 비트를 온전히 활용하지 못한 아쉬운 싱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