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원, 더보이즈 등 2곡
아이즈원 - Panorama
더보이즈 - Christmassy!
* 이번 주 Weekly Pick은 없습니다.
'라비앙로즈', '비올레타', 'FIESTA', 그리고 '환상동화'에 이르기까지. 아이즈원의 디스코그래피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궤적을 그리며 이어져 왔다. 이국적인 스트링 사운드를 내세웠던 '라비앙로즈'는 아이즈원이라는 브랜드의 유니크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영민한 첫걸음이었고, 두 번째 싱글 '비올레타'에서는 더 많은 대중에게 친숙히 다가갈 수 있는 트로피컬 하우스 풍의 사운드로 외연을 넓히는 전략을 취했다. 이에 더해 3부작의 마지막 타이틀곡인 '피에스타'는 후렴을 악기로 대체하였던 지난 두 곡과 달리 명확하고 캐치한 후렴 멜로디를 배치하며 완벽하게 마침표를 찍었다. 이처럼 이미 보여줄 수 있는 건 전부 보여준 듯한 상황에서 발매된 '환상동화'는 둔탁하고 공간감 넘치는 신스로 아이즈원-나아가 케이팝 걸그룹-의 음악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묵직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또다른 신선함을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음악적 청사진을 이보다 더 영리하게 그려내는 팀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쉬움을 찾아보기 어려운 행보다.
그러나 해체일인 2021년 4월이 어느덧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발매된 'Panorama'는 그간 아이즈원이 보여주었던 음악색의 단순한 연장선으로 느껴질 뿐, 다시금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데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EDM을 기반으로 한 일관적인 장르적 지향을 바탕으로 곡의 구성이나 악기 면에서 계속해서 변주를 주며 매너리즘으로부터 기민하게 빠져나갔던 아이즈원답지 않은 모습이다. 감각적인 퍼커션과 신스로 다이나믹한 리듬을 능숙하게 주조하는 작법은 아이즈원의 거의 모든 노래에 나타나는 특징이며, 파워풀하고 직관적인 후렴 멜로디로 무드를 폭발시킨 다음 거친 질감의 신디사이저 연주로 재차 절정을 이어가다 최후반부 리듬에 변주를 주는 구조는 '피에스타'를 닮았다. 주로 후렴 이전에 특정 키워드를 주문처럼 반복해 활용하는 점은 '비올레타'와 유사하다. 전작의 요소들을 여기저기 오려내 능숙하게 조합했지만 지난 곡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에 펼쳐질 뿐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반적으로 'Panorama'의 완성도 자체는 대단히 우수하며 기술적인 면에서 지적할 면모를 거의 찾을 수 없는 트랙이지만, 영리하게 매너리즘을 빗겨가 왔던 예전과 비교하면 다소 관성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4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되돌아보며 조망하는 파노라마 사진보다는 다시 한 번 새로운 경치를 보여 주는 것이 어땠을까. 즉시 해체를 선택하지 않는 이상 아이즈원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수한 논란과는 별개로 음악에서만큼은 항상 영리했던 그들이기에 아쉬움보다는 기대를 걸어 본다.
어느덧 어김없이 찾아온 크리스마스 시즌. Mnet의 음악 경연 서바이벌 프로그램 <로드 투 킹덤>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최근 신인 보이그룹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더보이즈 역시 선물을 들고 찾아왔다.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풍기는 악기들과 부드러운 멜로디로 캐롤의 기본 공식을 챙겨 가면서, 몸이 절로 들썩이는 하우스 리듬으로 차별점을 만드는 영리한 프로듀싱이 돋보인다. 굳이 더보이즈의 팬이 아니더라도 기분 좋게 즐겨 들을 수 있을 법한 웰메이드 캐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