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멤버 수진의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 긴 공백기를 가졌던 (여자)아이들. 팀 존속 여부 자체가 흔들리며 데뷔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았던 그들은 1년 뒤 [I NEVER DIE]를 외치며 돌아왔다. 타이틀곡 'TOMBOY'는 각종 음원차트 정상을 석권했고, (여자)아이들은 완벽한 복귀를 이뤄냈다. 비가 온 뒤 땅이 더욱 단단해지듯 논란 이후 차트 성적이 오히려 비약적으로 상승할 수 있었던 것은 근본적으로 완성도 높은 음악의 힘덕분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TOMBOY'는 좋은 음악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해야겠다. 에너지를 가득 품은 로킹한 기타가 속도감 넘치게 질주하는 비트는 짜릿한 액션 영화처럼 생생하게 맥동하고, 전소연의 감각적인 멜로디메이킹 실력 역시 여전히 빛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구성은 곡의 흡인력을 더욱 강화한다.
그러나 'TOMBOY'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바로 가사다. '미친 X이라 말해', '사정없이 까보라고' 등 과격한 언어를 사용하는 화자는 K-POP에서 용인될 수 있는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대상에게 거칠게 쏘아붙이고, '나는 남자도 여자도 아니'라는 ('It's neither man nor woman') 과감한 선언으로 노래를 끝맺는다.
인상적인 것은 이 일련의 과정에서 화자가 유머러스한 애티튜드를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소연은 '너희 어머니는 널 왕자처럼 키우셨지만, 여기는 퀸덤(queendom)'이라며 재치 있는 펀치라인으로 대상을 도발하고, '이 핑퐁 게임을 계속하고 싶지 않다. 난 그냥 틱톡 영상이나 찍고 싶다'며 이 모든 상황을 마치 장난처럼 우습게 만들어 버린다. 단순히 대상을 거칠게 비난하는 호전적인 태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기발랄한 유머를 병치함으로써 날선 가사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고 유쾌함과 공존하는 공격성이라는 독특한 성질을 획득하는 'TOMBOY'의 가사는 작사가로서의 전소연이 지닌 유니크한 센스를 다시금 확인케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후렴으로 들어가기 전 'Ye I'm a fucking tomboy'의 'fucking' 부분을 삐 처리하는 것은 검열의 산물이 아니라 검열에 대한 유쾌한 조롱으로 다가오고, 먼지낀 질서는 모두 전복되어 (여자)아이들이라는 이름 하에 재배열된다. 수천 년 동안 인간을 두 부류로 갈라 놓은 성별이라는 개념조차도 집어던진 무정형의 자유인, '톰보이'의 등장이다.
강승윤, [BORN TO LOVE YOU], YG엔터테인먼트, 2022
강승윤, 'BORN TO LOVE YOU' : 5.6
단촐한 피아노로 곡을 이끌어 가는 구성이 노골적으로 태양의 '눈, 코, 입'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선율의 힘이 비교적 미약하고 강승윤의 보컬 역시 태양만큼의 호소력을 보여주지 못해 밋밋한 뒷맛만이 남는다.
브레이브걸스, [THANK YOU],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2022
브레이브걸스, 'Thank You' : 7.6
극적인 스트링과 키치한 토크박스가 어우러지는 다이나믹한 사운드 구성이 인상적이다. 레트로의 감성을 그대로 재현하면서도 세련된 만듦새로 소리를 다듬은 프로덕션의 완성도가 뛰어나다. 확신에 찬 에너지를 가득 싣고 뻗어 나가는 용감한 형제의 유려한 멜로디 메이킹 실력 역시 여전하다. '롤린'이나 '치맛바람'처럼 직관적으로 꽂히는 파괴력은 덜하지만 비트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선율의 매력만큼은 결코 뒤처지지 않는 트랙.
뉴이스트, [The Best Album ‘Needle & Bubble'],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2022
뉴이스트, '다시, 봄' : 6.8
맑은 톤의 피아노를 위시한 서정적인 악기 구성으로 벅차오르는 감정을 안겨 주는 '다시, 봄'은 뉴이스트가 걸어온 지난 10년간의 다사다난한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러브들에게는 값진 선물이 되어줄 곡이다. 감정선을 섬세하게 다루는 멤버들의 보컬과 파워풀한 프로덕션이 만나 단순한 팬 송 이상의 성취를 거둔 준수한 트랙.
문빈&산하, [REFUGE], 판타지오, 2022
문빈&산하, 'WHO' : 7.3
트랙 내내 곡을 주도하는 감각적인 베이스가 강렬하게 귀를 사로잡는다. 여타 남자 아이돌과는 다르게 여유를 잃지 않고 차분하게 곡을 이끌어 나가는 솜씨가 일품이다. 거칠고 뭉툭한 리드가 무겁게 파고드는 드랍은 화룡점정으로, 독특한 질감의 리드가 적절한 박자에 치고 빠져 주면서 청각적 부담을 덜고 낯선 매력을 선사하는 프로덕션의 노련함이 돋보인다. 지난해 크래비티의 'Gas Pedal'로 데뷔한 프로듀서 PCDC의 이름을 기억해 두어야 할 필요가 있겠다. 선공개곡 'Ghost Town'에 이어서 'WHO'까지,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사운드 메이킹으로 귀를 즐겁게 하는 역량을 가진 프로듀서를 발견한 듯하다.
기현, [VOYAGER], 스타쉽엔터테인먼트, 2022
기현, 'VOYAGER' : 6.6
몬스타엑스의 멤버 기현의 솔로 데뷔작 'VOYAGER'는 벌스에서는 로킹한 베이스로 텐션을 끌어 올리다 후렴에서 묵직한 드럼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브릿지에서 재지한 건반이 등장해 곡의 분위기를 바꾸는 등 섹션별로 다양한 악기들을 적재적소에 운용하는 다채로운 프로덕션이 돋보이는 트랙이다. 데뷔 7년 만에 솔로로 첫걸음을 내딛은 기현의 향후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안겨 주는 흥겨운 출발.
XIA, [DIMENSION], 팜트리아일랜드, 2022
XIA, 'HANA' : 7.0
김준수(XIA)의 세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HANA'는 기본적으로 뭄바톤 장르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신비로운 질감의 피치카토 스트링과 대금의 투입으로 색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오랜 경력을 증명하듯 노련함을 뽐내는 김준수의 보컬은 노래에 강력한 호소력을 부여한다. 백전노장이 영리하게 매너리즘을 피해 가는 방법을 보여 주는 수작.
솔라, [容 : FACE], RBW, 2022
솔라, '꿀' : 6.5
쿵쿵대는 베이스가 전면에 나서는 하우스 트랙. 솔라의 능숙한 보컬은 음계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짚어 가며 하우스 장르와 나쁘지 않은 시너지 효과를 낸다. 깔끔한 사운드 구성과 캐치한 탑라인, 변칙적인 래핑까지. 꽤나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작품이지만 몰입을 방해하는 일차원적인 가사는 옥의 티.
위아이, [Love Pt.1 : First Love], 위엔터테인먼트, 2022
위아이, 'Too Bad' : 5.3
청량한 무드의 기타와 베이스를 앞세운 비트는 뚜렷한 차별점을 찾아보기 어렵고, 탑라인 역시 밋밋해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평이한 톤으로 일관하는 위아이 멤버들의 경직된 가창도 곡을 더욱 무미건조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
Stray Kids, [ODDINARY], JYP엔터테인먼트, 2022
스트레이키즈, 'MANIAC' : 6.4
강렬한 마라맛으로 평단과 대중 모두를 사로잡았던 '神메뉴' 이후로 그 역량이 확실히 한 단계 스텝업한 듯한 스트레이키즈의 프로듀싱 팀 쓰리라차(3RACHA)는 'Back Door'와 '소리꾼' 등 인상적인 결과물들을 연이어 발표해온 바 있다. 그러나 그 번뜩이는 감각이 'MANIAC'에서는 다소 무뎌진 모습을 보인다. '神메뉴'에서는 재치 있는 가사, '소리꾼'에서는 국악기의 활용 등 신선한 아이디어를 통해 여타 보이그룹들과 명확히 차별화되는 음악적 성취를 거뒀던 그들이기에 단순한 구조의 훅을 반복하는 후렴이나, 전작에 비해 평범해진 사운드 구성 등 진부한 지점이 발견되었을 때 느껴지는 아쉬움은 더욱 크다. 훅을 맡은 멤버 필릭스의 유니크한 동굴 보이스가 한층 돋보인다는 점이 유일한 의의.
NCT U, [coNEXTion (Age of Light) - SM STATION : NCT LAB], SM엔터테인먼트, 2022
NCT U, 'coNEXTion' : 7.7
도영, 마크, 해찬이 참여한 NCT LAB 프로젝트의 두 번째 곡 'coNEXTion (Age Of Light)'은 인더스트리얼한 질감의 전자음과 전통 국악기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감각적인 트랙이다. 특히 프리코러스에서 등장하는 태평소와 후렴의 가야금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최고의 씬스틸러 역할을 해낸다.
지금껏 국악기의 투입은 K-POP에서 지속적으로 실험되어 왔지만, 이만큼 자연스럽게 국악기를 운용한 트랙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전술한 태평소와 가야금뿐만 아니라 장구나 징과 같은 다채로운 국악기들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다른 전자음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른 악기들과 이질감 없이 배합되어 있다.
K-POP과 국악의 결합은 궁극적으로는 결국 이처럼 국악기가 사용되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국악기를 운용하는 모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coNEXTion'은 노래 제목처럼 K-POP의 '넥스트' 레벨을 엿볼 수 있는, 꽤나 혁신적인 성취를 이뤄낸 트랙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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