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Z 〈HomeRUN〉
야구장을 떠올리면 언젠가부터 홈런 장면 하나만 보이지 않는다. TV 하이라이트에서만 보는 그 몇 초 뒤에는, 아무도 보지 않던 연습장과 비 오는 날의 타격 훈련, 조용히 미끄러지듯 경기장을 빠져나가던 밤들이 함께 따라온다. 스코어만 남는 것 같지만, 그 몇 초를 위해 누군가는 수없이 긴 계절을 견뎠겠지, 하는 생각. NOWZ의 〈HomeRUN〉 가사를 듣다 보면, 이 곡이 내세우는 건 사실 “홈런”이라는 결과보다, 그 결과에 도착하기까지의 길 전체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영국 철학자 앨러스데어 매킨타이어는 사람을 이해하려면 지금 눈앞의 장면만 보지 말고, 그 사람의 삶이 어떤 흐름 속에 놓여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에 비유했다. 내가 누구인지는 어느 날 갑자기 결정되는 게 아니라, 어떤 공동체 속에서 무엇을 오래 이어왔고, 그 과정에서 어떤 목표를 품어 왔는지에 따라 조금씩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개념이 ‘실천(practice)’이다. 실천은 단순히 성과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한 의미와 규칙을 품은 활동이다. 야구 같은 스포츠, 예술, 연구, 장인 정신 같은 것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장 안에서 우리는 동료와 부딪히고, 여러 번의 실패를 통과하며, 용기·절제·성실 같은 성향을 천천히 길러 간다. 매킨타이어에게 좋은 삶이란 “대박 한 번”으로 설명되는 인생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어진 시간 전체가 어떤 방향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상태다.
이런 눈으로 NOWZ 〈HomeRUN〉 가사를 다시 들으면, 노래는 한 방을 자랑하는 곡이라기보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놓치지 않고 해 온 것들”을 압축해 들려주는 쪽에 가깝다. 가사 속 “Everyday 지켜내는 MVP”, “흘려온 땀의 무게를 믿어 난” 같은 구절에는 우연히 주어진 재능보다, 매일의 루틴과 반복이 먼저 배어 있다. “벼랑까지 몰린 이 순간”, “던져진 last chance / 운명은 손끝에”라고 말할 때도, 이 타석은 하늘에서 툭 떨어진 기회라기보다, 수없이 삼진을 당하고도 다시 배트를 쥐고 올라온 시간들이 하나의 점으로 모인 순간처럼 느껴진다. 화면에는 마지막 공과 방망이, 떠오르는 타구만 잡히지만, 그 뒤에는 이 순간을 향해 겹겹이 쌓아 온 연습과 훈련의 날들이 길게 깔려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건, 이 노래가 그 시간들을 철저히 “나 혼자”의 서열 경쟁으로만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사 “Destination we know”, “모여 모든 squad”, “That’s how we play ball” 같은 대목에서는 개인의 목표와 팀의 역사가 자연스럽게 엮인다. 매킨타이어식으로 말하자면, 〈HomeRUN〉 속 화자는 “내 커리어”만 따로 떼어내는 대신, 함께 구장에 나서는 이들과 공유하는 실천의 장 속에서 자신을 자리매김한다. 같은 규칙을 익히고,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훈련해 온 사람들 사이에서, 나에게 맡겨진 역할을 끝까지 책임지고 싶다는 감각이 먼저다. 이때 홈런은 한 사람의 기적이 아니라, 같이 땀 흘려 온 이들이 함께 떠밀어 올린 결과에 더 가깝다.
후렴 가사에서 반복되는 “숨이 차도 let’s go”, “끝까지 run run run”이라는 문장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정신력” 주문과는 조금 다르다. 무작정 버티자는 구호라기보다, 지금까지 이어 온 방식을 여기서 끊지 않겠다는 말처럼 들린다. 매킨타이어가 말하는 덕성은 원래 이런 자리에서 드러난다. 박수받을 때 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실패에 대한 기억이 몸에 남아 있음에도 “그래도 한 번 더 서 보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결국 자기 삶의 모양을 직접 만들어 간다. NOWZ 〈HomeRUN〉 가사 속 화자는 바로 그 순간에 서 있다. 인생 전체의 설계도를 완벽히 그렸기 때문에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연습과 지금의 한 번을 이어 붙여 가면서 자신의 궤적을 만들어 가는 쪽을 택한다.
나도 이 노래를 들을 때, 내 삶의 “홈런 장면”이 뭐였는지 곰곰이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막상 기억을 더듬어 보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화려한 성공보다도, 아무도 보지 못한 자잘한 반복들이다. 회사에서 남들이 금방 잊어버릴 업무 보고서 한 장, 남들이 보기엔 평범한 기획서 한 장, 퇴근 후 남아서 고쳐 쓴 코드, 지워질지도 모를 메모를 끝까지 다 적어 내려간 밤 같은 것들. 그 순간에는 그저 “해야 하니까 하는 일” 같았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런 날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우리는 하이라이트는 늘 남들이 알아봐 줄 만한 장면에만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스스로도 그 긴 시간을 자꾸 과소평가해 버리곤 한다. 〈HomeRUN〉 가사는 그 잊힌 부분을 슬쩍 집어 올린다. 너에게도 남몰래 지켜 온 연습장과 구장이 있었지 않냐고, 그 시간을 너무 가볍게 치워버리지 말라고.
결국 이 노래가 먼저 던지는 질문은 “너에게 홈런은 무엇이냐”가 아니라, “그 장면을 위해 어떤 날들을 지나왔고, 앞으로 어디까지 뛰어보고 싶으냐”에 더 가깝다. 매킨타이어의 말을 빌리면, 우리는 모두 각자 다른 긴 줄거리를 쓰는 중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채로, 각자의 타석에서 다음 공을 기다리면서. 그렇다면 지금 내 앞에 날아오는 공이 정말 마지막 찬스인지, 또 다른 연습의 일부인지 너무 서둘러 단정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는 능력이 아니라, 이 순간 배트를 쥐고 서 있는 내가 어떤 마음가짐을 선택하느냐에 더 가깝다.
NOWZ 〈HomeRUN〉 가사는 경기의 짜릿함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그 뒤에 숨어 있는 태도를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스코어보드에 찍힌 숫자는 언젠가 지워지겠지만, 이 타석에 서기까지의 시간은 우리 안에 오래 남는다. 언젠가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떠올리는 날이 온다면, 아마 우리는 홈런 장면만이 아니라, 숨이 차오르는데도 “한 번 더 run”을 선택했던 밤들을 함께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알게 될지 모른다. 내가 쌓아 온 작은 실천들이 이미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있었고, 그 안에서 나는 계속 다음 타석으로 걸어 나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HomeRUN〉 가사는 그 사실을, 복잡한 이론 대신 박자와 리듬으로 상기시켜 주는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