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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영 Apr 07. 2023

외부 강연을 대하는 자세

서른여섯 살의 마음

      

   나는 외부강연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계속 새로운 상황에 놓인다는 것.      





  내가 짠 내 무대에서 내가 잘하는 건 쉽다. (물론 그 무대를 짜는 게 어렵고 내가 잘 못하는 일이다.)

그런데 남이 짜놓은 무대에서 잘하는 것은 낯선 그 공간과 그곳의 새로운 대중과 하나의 리듬을 만들어내야 하는 일이다. 그 리듬을 만들어내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고... 내가 무엇을 하는가에 신경 쓰다 보면 청중을 읽을 수 없다. 청중을 읽으려면 일단 나라는 사람이 하는 행동은 생각 없이 툭 나올 만큼은 연습이 되어있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곳에 가면 늘 새로운 리듬을 만나는데 그게 내게 엄청난 활력을 준다. 남편은 항상 내가 다른 곳에 강연일정이 있어서 1박 2일이나 2박 3일 일정이 끝나고 나면 생각하는 게 달라져있다고 한다. 처음에 나 스스로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그런 식으로 조금씩 관점이 넓어지는 게 아닐까 한다. 평소 보지 않던 걸 보고 만나지 않았을 사람들을 만나면 얻게 되는 것.



  작년에 고등학교 수업을 10회 진행하면서 나는 굉장히 많은 기쁨을 느꼈고 변화했다. 아이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은 늘 40~60대만 가르치던 내게 신선한 일이었다. 보랏빛 돌이 괴물이 되어 주인공을 죽이는 이야기라던지, 해바라기 꽃밭이 도입이라던지.. 생각지도 못한 글이 많았고 그들은 자신 스스로를  이렇다 저렇다 규정짓는 글을 거의 쓰지 않았다. 그들의 글을 보고 있으면 뭔가 시선이 확장되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 집 꼬맹이들은 꼬맹이라 발상이 신선하지만 고등학생은 또 따른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 세바시에서 강연을 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강연을 할 때도 떨렸지만 사실은 수업을 녹화하는 일은 더 떨렸다. 10강을 모두 하루에 촬영했는데 그 촬영 전 3일은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연습을 했다. 그런데 그날 촬영을 마치고 나오자 메이크업이 떡진 것과는 별개로 뭔가가 변화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세계의 경험.





글로성장연구소에서 출판컨설팅을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작년 나의 모든 출판 인연과 그리고 책 쓰기 책 이십 권 정도를 20일 동안 읽고 일주일에 몇 번씩 서점을 가서 트렌드를 익히고 쓰고 또 썼다. 그 수업을 끝내고 나니 뭔가가 변화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사이 많은 외부강연들이 있었는데 모두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소규모라도 강연의 공간에는 강연마다 각각 다른 공기가 흐른다. 미리 와서 그 공기를 맡고 있으면 어쩐지 조금 스며들고, 한 명씩 인사하고 강연을 시작하기 전 사람들과 한 마디씩 하기도 하고.. 혹은 관계자와 이야기를 하며 이미 그 공간의 반 이상을 적응한다. 함께 리듬을 맞출 적응.     





그 강연의 속도, 리듬을 조절하는 건 강연자다. 강연자는 말하는 걸 생각하면 리듬을 지휘할 수 없다. 악센트를 조절할 수 없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강연을 좋아하고, 새로운 리듬을 사랑한다. 강연의 결과가 좋고 나쁘고는 하늘의 뜻인 것 같지만 내가 열심히 준비한 강연은 새로운 인연을 내게 선물해 주기도 했다.






  올해 4월, 5월에는 새롭게 시작되는 강연이 많다. 도서관 강연부터 시청에서 진행하는 글쓰기와 새로운 주제로 진행하는 고등학교수업.. 방금 통화를 마친 누군가가 바쁜 나를 걱정했다. 그녀의 말이 고맙기도 하고 생각이 정리가 안되어 통화로는 말을 못 했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내가 늘 이렇게 새로운 공간에서 리듬에 스며들고 지휘하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거다.   

아, 물론 실제로 몸은 리듬을 잘 타지 못하지만...     

    




강연을 거의 하지 않고 글만 쓰는 작가도 많다. 타의도 있지만 자의로 들어오는 강의나 강연을 거절하고 글만 쓰는 사람도 있다. 무라카미하루키처럼.

그러나 내가 무라카미하루키가 아니기도 하고 그 기준은 본인이 정해야만 하는 일 아닐까. 나는 외부 강연과 강의를 사랑한다.      




 내게 그것들은 글 대신이 아니라 그것 자체로도 몹시 쓸모 있는 일이다.  내가 변화하는 일. 세상을 좀 더 사랑하게 되는 일.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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