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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영 Sep 10. 2023

누군가 내게 와서 죽음을 예언했다

너는 5일 뒤 죽게 될 거야     


      



누군가가 꿈에 나와서 내게 말했다. 뒷목이 섬뜩해지면서 잠에서 깼다. 시간은 새벽 5시 44분. 다시 자려고 했지만 아까 내게 그 말을 했던 누군가가 떠올랐다. 그 사람은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이다. 여기서 누군지 밝히기는 좀 그렇지만 가깝고, 또 사이가 좋은 사람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내게 5일 뒤 죽는다니? 그 말을 할 때 그녀는 어쩐지 확신에 차 보였고 원래는 볼에 살이 없는데 내 꿈에서 그녀는 볼이 통통한 모습이었다. 평소와 조금 다른 속눈썹이 길고 진하고, 볼이 살짝 쳐진 모습으로 내게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너. 는. 5. 일. 뒤. 죽. 게. 된. 다.


     

그때부터였다. 5일 뒤에 내가 어떻게 죽을까를 나도 모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그 정도로 갑자기 죽으려면 아주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하거나 살인을 당하거나 그런 거지 않을까. 으 끔찍하다. 끔찍하지만 생각은 계속 그쪽으로 전개되었다.     






다음 날 배달의민족으로 주꾸미를 시켰다.     

띵동,      

문을 열었다. 평소처럼 검은색 비닐봉지에 담겨온 음식. 그 음식을 내게 주던 친절했던 배달기사님. 그런데 흠칫 놀라며 나는 그 반대손을 바라보았다.


 '혹시 저 반대손으로 칼을 꺼내서 나를 죽이는 건가.'


배달기사님은 음식만 전해주고 친절히 가셨다. 휑한 복도에 나는 주꾸미가 들었을 검정봉지를 바라보고 서서 잠시 멈춰있다가 집으로 들어왔다.     





다음 날 고등학교에 글쓰기 수업을 하러 갔다. 그 학교에는 친절한 사서님이 계시는데 내가 갈 때마다 커피를 하나씩 주신다. 빨대를 꽂아 마실 수 있는 그 커피는 나 역시 편의점에서 자주 사서 먹는 커피라서 받을 때마다 고맙고 감사하다.

 

 "이거 드세요."


평소와 같은 로고가 그려진 그 까만 커피를 보는 순간, 이걸 먹고 죽으면 내가 딱.. 맞게.. 5일 안에 아주 갑작스럽게...


순간적으로 커피를 받아 들고는 바로 마시질 못했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 집에 가서 마음의 준비를 했다. 이리저리 껍질을 둘러보며 어떤 흔적을 찾으려 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빨대를 툭 꽂아서 커피를 빨아 당겼다. 당연하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맛만 좋았다.



     

그리고 일요일이 되었다. 오늘이 4일째이다. 점심으로 먹은 초밥이 잘못된 건지 배탈이 났다. 화장실을 지금도 계속 들락날락거리고 있다. 엄청난 설사를 하고 누워있다가 설사를 하고 또 누워있다가 설사를 한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설사로도 사람이 죽을 수 있겠구나.      

아무렴, 오늘 밤을 넘기면 된다. 나는 이제 비로소 더 이상 내가 죽게 된다는 망상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아무래도 이렇게 한 가지 생각에 빠지면 결국 그 생각이 맞다는 증거를 계속 찾게 됨을 몸소 체험하며 알게 되었다.      

요즘 글쓰기 수업을 하고 다른 작가의 글쓰기 수업을 듣고, 유튜브 대본을 만들고, 내 책 원고를 퇴고하고. 퇴고하느라 또다시 글쓰기 작법서를 보고. 반복이다. 정말 이제 내가 얼마나 글쓰기를 아느냐 모르냐를 떠나서 누군가 툭 치면 글쓰기란 주절주절 이야기할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럼에도 이번 일을 겪으면서 이 글쓰기를 조금 더 처음 대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이러고 살다니. 나를 찾아주는 곳이 이렇게 많다니. 글로 돈을 벌다니..      




생각해 보니 살아있다는 게 좋다. 오늘만 지나면 나는 별일 없이 아마도 살 것이고 계속 글쓰기, 글쓰기, 글쓰기 관련된 일만 도돌이표 돌 듯이 돌 것이다. 아니 그런데 이게 정말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행복한 기념으로 오래간만에 브런치에 글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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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다행히 아직 살아있고, 설사만 멈춘다면 좀 더 편하게 살 것 같아요. 앞으로 열심히 글을 쓰고 도돌이표생활을 즐기며 하겠습니다.      

출간할 책 원고작업만 끝나면 브런치 연재도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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