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도서관 수업에서 내게 물었다. 나는 아니라고 답했다. 정말로 아니다. 개연성이니 핍진성이니 글의 구조나 구성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알고서 글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수업시간에 그런 부분을 다루는 이유는 그것이 결국 글 바깥에서 내 글을 볼 때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시중에 글쓰기 작법서와 강의는 꽤 많다. 그런데 이 강의나 책 중에 비슷한 내용을 다룬 것들이 대부분이다. 글쓰기 작법서는 그나마 낫다. 강의를 들어보면 동기부여를 강조하고, 글을 쓰고 난 뒤 퇴고하는 것에 집중하는 강의들을 한다. 그런 것들이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다. 당연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강사입장에서 강사들의 입장을 변호하자면 그런 걸 가르쳐야 학생은 뭔가 배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확한 어떤 것을 내가 배웠다고. 나또한 수업에서 동기부여를 다루고 퇴고하는 법에 대해 말한다.
그러나 창작자입장에서는 늘 고민에 빠진다. 글을 쓴 후 이 글을 고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글 자체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 글이란 어떤 글이냐면 본인의 리듬에 맞고 기발하고 독특한 발상이 들어가 있는 글. 그런 글 말이다.
물론 이것을 약간의 문장의 순서를 바꾸면서 변화를 줄 수 있다. 그 변화로 인해 글도 분명 모양새가 변한다. 그런데 그게 다 일까. 독특한 발상. 그건 도대체 어떻게 머릿속에 떠오르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글로 쓸 수 있게 되는 걸까.
거기서 만들어낸 수업이 바로 '육감글쓰기'이다.
감각을 활용해서 창작을 해보는 거다. 창작은 당연히 직접 해봐야 한다. 피아노도 직접 듣고, 들은 것을 각색할 때 직접 쳐봐야 한다. 미술도 다른 사람의 그림을 보고, 내 그림을 그릴 때에는 직접 그려봐야 한다.
나는 다작하는 사람은 아니다. 이 사실을 몰랐는데 최근 몇 년간 쓴 글을 보면 너무나 글 양이 소박하다. 매일 쓰는 게 좋아서 별별챌린지를 운영하고 있지만 내가 거기에 그렇게 특화된 사람은 아니라는 거다. 그리고 글을 아주 빨리 쓰지도 못한다. 아주 빨리 썼다면 아마도 5년 넘는 시간 동안 책이 그래도 세네 권은 나왔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글을 쓸 때 이런저런 방법으로 연습을 해본다. 내가 가진 틀로만, 내가 가진 도입과 결말에서 어쩐지 밑천이 떨어졌다고 느낀다면 얼른 연습을 시작한다. 다양한 상황에 쳐해 보는 육감글쓰기를 하면서 감각을 찾아 나선다.
글쓰기 책을 출간하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신문사에서 글 연재를 하며 심지어 첫 책은 현존하는 출판사 중 가장 오래된 출판사 중 한 곳인 출판사와 계약한 사람이 나다. 그럼에도 아마 내 글이 뛰어나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누구나 나도 저 정도는 쓴다고 생각하는 정도의 글쓰기 실력이다. 다만 내게 늘 감각은 소중하다. 아주 차가운 것들을 만졌을 때, 혹은 끈적한 손잡이, 로션의 촉감 같은 것. 이런 것들을 활용하기 위해 글을 쓰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게 전 남자친구의 바람은 아주 고요한, 실제로 머리칼을 날리게 하는 바람처럼 느껴졌다. 그때 그의 방에는 분명히 침대도 있었고 화장대도 있었지만 내게 그 방의 감각은 여전히 아무것도 없는 정사각형의 텅 빈 공간으로 기억된다. 누군가가 남자친구가 바람을 폈는데 그렇게 화를 내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지만 그게 나의 감각인 것이다.
내게 글은 모두 감각이다. 감각을 글 안에 담아야 하고 녹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선은 자유로워져야 한다. 내가 판단 내린 것에서 멀어져야 한다. 나는 이것을 도와주는 게 육감글쓰기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이 수업은 1,2 ,3,4 회 동안 구성과 구조, 묘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나누는 이유는 정보를 주입시키려는 게 아니다. 조금 더 자유롭게 날기 위해 그저 세상에 다양한 것들이 있다는 것 정도를 기억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나머지 4시간 동안 창작활동을 해볼 것이다.
글이란 이렇게 쓰세요 같은 이야기는 이 수업에는 없다. 구성이 중요하다, 아니 구조가, 묘사가 글에서 제일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없다. 잘 썼다, 못 썼다, 이건 이렇게 고치면 좋을 것 같다는 피드백도 수업시간에는 하지 않는다. 다만 이 수업에는 다양한 창작활동을 통해 글쓰기 친구들이 쓴 글을 읽고 그것을 듣는다. 각자 상황을 아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이 수업의 효과는 퇴고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첫 문장, 딱 첫 문장을 쓸 때부터 당신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내일부터 시작이니 함께 하고 싶은 분은 꼭 함께 했으면 한다. 오히려 그 어떤 수업보다 더 강력하게 추천할 수 있는 수업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