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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HSN 변 호 사 님 Dec 31. 2020

비밀의 숲의 비밀 3가지

점심총무, 보자기, 가방셔틀

요새 비밀의 숲(비숲)을 다시보기 하고 있다. 나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장면을, 가족들은 새삼 신기해한다. 예를 들면 점심총무, 보자기, 가방셔틀 같은 것.



1. 점심총무, 로펌에만 있는 줄 아셨나요?  


점심총무는 로펌에도 있고 검찰에도, 법원에도 있다. 지금은 코로나 시대이기도 하고, 분위기도 많이 자유로워져서 점심총무 문화가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지만, 비숲 1이 나온 2017년만 해도 견고했다.  

 


점심시간이 됐는데도 황시목이 속한 형사3부 인트라 채팅 창에 점심공지가 없음.



로펌에서도 매일 아침 점심총무를 맡은 1년차 변호사가 점심식당을 예약한 후, 다른 변호사들에게 일괄적으로 점심공지를 한다. 로펌에서는 이메일로 하기도 하는데, 검찰에서는 채팅으로 하나보네요?  



황시목이 어쩔 수 없이 혼자 생태찌개 먹으러 갔는데, 이미 형사 3부 검사들이 자기들끼리 밥을 먹고 있음. 황시목을 왕따 시키려고 일부러 점심모임에서 배제한 것임.


검사들 무리는 밥 다 먹고 떠나고, 영은수(신혜선) 검사가 남아서 식사 계산을 함.



영은수 검사는 이제 막 수습을 뗀 1년차 검사다. 형사 3부에서 막내이므로 점심 총무를 맡아 마지막으로 남아서 공금으로 식사 계산을 하는 것이다.   



식사 후 자판기 앞에서 만난 두 사람. 영은수 검사는, 부장이 유치하게시리 황시목 빼고 공지를 돌리라고 했다고 실토함.


로펌에서 어쏘들은 다 점심모임 내내 가시방석이라는 건 예전에 말씀 드렸었죠? 점심모임에서 빼달라는 시목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숴...


같은 3부인데 오늘처럼 식당이 겹치면 서로 불편하잖아요~~



영은수 검사가 점심총무이기 때문에 식당예약, 점심공지, 식사계산 및 정산까지 다 맡아서 한다. 어차피 부장검사가 황시목 따돌리려고 이미 점심모임에서 제외시켰는데, 오늘처럼 하필 같은 식당에서 밥 먹게 되면 피차 불편하다. 그래서 점심총무 영은수는 황시목에게 일부러 점심모임 피하라고 공지 보내주겠다는 것.


오늘은 생태찌개 집이었는데, 점심 메뉴는 아무래도 높은 분들이 원하는 것으로 정한다. 예를 들면 국밥이라거나, 또는 국밥이라거나... 그래서 전에 설명했던 것처럼 피자나 햄버거 같은 걸 권하면 퇴짜 맞는다.   



시목아, 눈치 좀 챙겨....


그분들의 속마음 = 국밥



2. 보자기, 떡 포장할 때만 쓰셨나요? 


하이에나 리뷰 말단에서 언급했듯이, 현재 형사사건을 제외한 다른 모든 사건들(민사, 가사, 행정, 신청사건)은 전자화되어 있다. 그래서 종이기록 대신 노트북을 보면서 재판한다. 하지만 형사소송은 아직 전자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형사재판에는 일반적으로 변호인이든 검사든 재판부든 종이기록을 들고 다닌다.   



영은수(신혜선) 검사의 첫 공판 데뷔

 


검사들 앞에 놓인 서류 뭉치가 바로 '기록'이다. 여기에는 공소장, 변호인 의견서, 공판조서와 같이, 공판과정에서 작성·제출되는 '공판기록'과, 증거만 따로 철해둔 '증거기록'이 있다. 전자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책갈피를 하려면 따로 포스트잇을 일일이 붙여놔야 한다. 영은수 검사 오른손 바로 옆에 포스트잇을 자잘하게 붙여놓은 게 보이시나요?  


검사들은 형사소송에만 참여하기 때문에 전자소송을 쓸 일이 없다. (어떤 검사님들은 아이패드로 옮겨서 pdf로 보기도 하더라만) 종이기록만 본다. 그럼 검철청에서 법원으로 공판하러 오고갈 때, 그 두꺼운 종이기록을 어떻게 옮기는 걸까?   



황시목도 영은수도, 각자 공판 끝나고 나오는 길.

 


바로 보자기. 각 잡힌 서류 가방 안에 기록이 다 안들어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보자기로 싸서 들고 다닌다. 종이기록이 어떤 형태이든 보자기로 싸면 다 들어간다. 황시목과 영은수의 보자기 안에 기록이 빼곡이 들어가 있는 게 보이시나요?


이젠 형사소송절차도 전자화시켜서, 2024년 쯤에는 100% 전자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형사소송만 전자화 하지 않은 이유는 기록을 해킹당할까봐, 라는데, 내 생각으론 종이기록을 훔치는 게 전자기록 해킹하는 것보다 더 쉬울 것 같다. 형사사건도 전부 전자화되면 이제 보자기 쓰는 일은 없어지겠죠?  



3. 가방셔틀, 검찰에도 있습니다.  


일본어로 가방모찌라고도 하는데 공판 갈 때나 담배 피우러 나갈 때, 아랫사람에게 자기 가방을 들게 하는 걸 말한다. 로펌에도 그런 문화가 조금은 남아있는 것 같고. 비숲 2에도 가방셔틀 장면이 나온다.   



검경 협의회 참석하러 감사원에 온 검사들. 벌써 오른쪽 부장검사의 노룩 패스 기미가 보이죠?


우태하 부장검사가 황시목 검사에게 가방을 맡김.



김영란 법 시행 전에는, 파트너 변호사님들이 법원에 재판하러 갈 때 친분이 있는 판사를 따로 만나거나, 재판 끝나고 그 판사와 함께 식사를 한다거나 하는 일이 왕왕 있었다. 지금 우태하 검사도 감사원장과 친분이 있는지, 검경 협의회 전에 따로 감사원장실에 들러 인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가방 들고 들어가면 번거롭고 보기에도 안좋으니까 황시목한테 가방을 맡긴다. 이게 바로 가방모찌다.  


김영란 법 시행 이후, 공직에 있는 친구를 만나는 관행은 전부 사라졌다. 판사들도 친구 검사나 변호사들을 사석에서 만나는 것을 몹시 꺼려한다고 들었고, 파트너 변호사님들도 그 덕에 술자리, 식사자리가 확 줄었다.  


(비숲 2가 나온 2020년은 이미 김영란 법 시행된지 한참 된 때인데) 어쨌거나 인맥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태하 부장검사는 감사원장실에 간다. 드라마 상 검경 협의회는 검찰도 경찰도 아닌 제3의 중립적인 장소인 감사원에서 열리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런 상황에서 감사원장을 만나러 가는 것도 참 우태하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장면이죠?    



검경 협의회는 302호에서.



이 장면 보고 진짜 재밌었는데, 로펌에서도 똑같이 하기 때문이다. 법원에 도착하자마자 파트너 변호사님이 통화를 하고 들어오시겠다거나, 담배를 태우고 들어오시겠다 하면, 어쏘들은 오늘 재판 법정이 몇 호인지를 알려드린다.  


파트너 변호사님들도 오늘 재판이 몇 호 법정인지 이미 비서로부터 공지를 받았다. 이메일을 찾아보면 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조차 귀찮기 때문에 옆에 있는 어쏘에게 몇 호 법정인지를 물어본다. 지금 황시목이 "302호"라고 외치는 이유도, 안그러면 부장검사들이 다시 황시목에게 전화해서 몇 호인지 물어볼 것이기 때문이다.

  


어깨에는 자기 가방 매고, 양 손에는 부장 가방 들고 들어가는 황시목이.



특히 지방 재판하러 갈 때는 어쏘 입장에선 챙겨야 할 게 더 많다. 일단 기차역에서 몇 호 열차, 몇 번 좌석인지를 기억했다가 파트너 변호사님께 알려드려야 한다. (물론 파트너 변호사님도 이미 비서로부터 공지를 받으셨지만, 일일이 찾아보기 귀찮으시니까...) 지방 법원에 도착하면 다시 몇 호 법정인지를 알려드려야 하고, 사무실로 복귀할 때도 똑같이 반복.   




시간이 지날 수록 법조문화도 더 민주화되고 평등해지기를 바라면서, (소재가 생기면) 다음에 계속.  


(사진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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