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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HSN 변 호 사 님 Feb 05. 2021

친일 교수에 대항해서 학생들이 한 일

지금 하버드 로스쿨에서는 학생들이 집단 항의를 하고 있다.

얼마 전 하버드 로스쿨의 램자이어 교수 (Professor Ramsyere, Mitsubishi Professor of Japanese Legal Studies) 가 "태평양 전쟁 중의 성매매 계약 - Contracting Sex in the Pacific War"이라는 논문을 발표해서 화제가 되었다. 이 사람은 논문 외에도 "위안부의 진실을 밝히다 - Recovering the Truth about the Comfort Women"이란 제목으로 칼럼을 썼다. 두 글 모두 '"위안부" 제도의 본질은 일본군 성노예가 아니라 자발적인 성매매'라는 게 요지다. 특히 칼럼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주장은 순수하게 허구 - "pure fiction it is."'라고 했다.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 같은 이 교수의 출간에 대해, 하버드 로스쿨의 한인학생회 KAHLS아태학생회 APALSA, 중국학생회 CLA가 들고 일어났다. 출간 소식이 들려온지 이틀 후, 한인학생회는 회의를 소집해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의논했다. 한인학생들과 기타 학생회 임원들 포함 80명이 Zoom 미팅에 참석해서 한 시간 동안 성명서를 낼지, 어떤 내용으로, 누구의 어드바이스를 받아, 언제 어떻게 발표할지, 학계의 다른 학자들과는 어떻게 연대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또다시 이틀 뒤인 오늘, 한인학생회가 성명서를 냈다. 아태학생회, 중국학생회, 하버드 법학 기업가 프로젝트 임원진이 연대했다. 한인학생회 안에서 그룹을 꾸려서 하버드 로스쿨 내 페미니스트 교수님의 조언을 얻어 성명서 초안을 작성했고, 기타 학생회들의 서명을 얻어 발표한 것이다. 성명서에서 한인학생회는 굉장히 논리정연하게 램자이어 교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성명서를 쓴 것 자체도 대단하지만, 이미 그 논문을 다 읽고 반박할 내용까지 찾아 정리해두었다는 게 더 대단하다.)  


혹시 로스쿨 학생이거나, 법학 졸업자이시라면 성명서에 서명해주세요. 이름/ 로스쿨 또는 대학이름/ 졸업(예정)연도를 쓰시면 됩니다.  

 

서명 페이지



한인학생회는 학계에도 연대를 요청했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문제의 논문 "태평양 전쟁 중의 성매매 계약"의 허구성과 허점을 지적하는 내용으로 출판사인 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의 에디터에게 항의 서신을 보내고 해당 논문을 저널에서 삭제할 것을 요구하도록 부탁했다.


생각해보면 이런 국제적인 저널에서 어떻게 제대로 인용도 안하고 제대로 연구도 안한 이런 글을 출판했는지도 의문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록이 몇 권이나 나와있고 국제기구들에서도 엄청나게 연구해왔으며, Catharine MacKinnon 같은 전무후무한 법여성학자가 쓴 교과서에도 버젓이 등장하는 역사를,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정면으로 부정하도록 놔두었을까.  


학교에서 벌어지는 부당함에 대항해서 학생들이 나선 일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물론 램자이어 교수의 입장이 하버드 로스쿨의 공식 입장은 아니므로, 학교에서 벌어지는 부당함이라기보다는 교수 개인의 부당함이지만.)

예를 들어 판데믹 이후로 학교가 문을 닫느라 갑자기 잘리게 된 직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라는 운동 (운동의 결과 학교가 대책을 마련함); 로스쿨 학생들이 하버드가 감옥에 투자하는 행태를 비판하는 침묵 시위를 한 데 대해 유독 유색인종 학생들에게만 학교가 징계를 위한 조사를 (판데믹 이후에도) 한 것을 비난하는 운동 (운동의 결과 학교는 결국 징계절차를 철회함); 특히 하버드 로스쿨에 엄청나게 기부를 해서 로스쿨을 세운 거나 다름 없는 가문이 그 막대한 부를 흑인 노예를 통해 벌어들였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그 가문의 쉴드를 하버드 로스쿨에서 전부 없애버리자고 한 운동 (결국 쉴드는 모두 철거됐고 하버드 대학원 중 로스쿨에만 쉴드가 없는 상태이다).  



하버드 로스쿨의 구 쉴드 (Shield, 이걸 뭐라고 번역하죠). 밀 농사로 돈을 번 가문이라서 쉴드 모양이 밀 짚단이다.



이번 램자이어 교수의 亡 논문과 칼럼에 대해서도, 그 부당함을 고발하기 위해 학생들이 조직적으로 대항하고 있다. 성명서 발표로 대항이 끝난 것이 아니다. 학생들은 여전히 더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학생들의 운동으로 학교가 더 민주적이고 더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해 왔듯이, 이번 亡 논문에 대해서도 운동의 결실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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