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모의 욕망
2026 제3회 이용대배 꿈나무최강전. 딸아이의 첫 공식대회다. 딸아이는 3학년 여자복식경기에 출전하였고, 3학년 여자복식 팀은 총 7팀으로 풀리그 전으로 치러진다. 첫 경기는 포천초등학교 팀과 이루어졌다.
경기 전, 딸아이는 조용히 우리에게 다가와서 ‘안 보면 안 돼?’라고 말하였다. 포천초는 순위권에 있다는 말을 전해 들어 긴장이 많이 된 상태에서 엄마랑 아빠까지 관전을 한다니 여간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우리는 딸아이에게 알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조용히 멀리 숨어서 숨죽여 응원을 했다.
복식경기가 있기 전 같은 또래 학년들의 단식경기가 먼저 치러졌다. 그 경기들을 보면서 정말 많이 놀랐다. ‘세상에 고작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이 이렇게나 배드민턴을 잘 친다고?’ 선수는 선수였다. 전해 듣기로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 빠르면 유치원 때부터 라켓을 잡았다고 했다. 아이들의 실력은 충분히 그래 보였다. 기본기가 딱 잡혀 있었고, 셔틀콕을 보는 눈과 미리 준비하는 자세 등 아이들의 경기에서 ’구력‘이 느껴졌다. 구력은 공을 다룬 경력이라는 뜻으로 단순히 시간을 의미하기보다는 경기 운영, 감각, 위기 대처 등이 자연스레 몸에 배어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고작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에게서 그 구력이 느껴지니 나의 마음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요란스럽게 떨렸다. 딸아이는 고작 1년 남짓 운동을 했는데, 아직 자세도 안 잡혀 있는 것 같은데, 이 번 대회 내내 패배감만 보고 오는 건 아닌가 걱정이 앞섰다.
딸아이의 첫 경기가 시작되었다. 상대편은 여유로워 보이는데 딸아이와 파트너는 너무 여려 보였다. 엄마 잃은 어린양들 같아 보였다. 뭔가 모르게 코트 위에 서 있는 모습이 어색해 보였다. 첫 세트는 21:5, 2세트는 21:12로 경기에서 졌다. 역시 아이의 패배를 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어려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신랑과 대화를 했다. ‘잘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같은 말을 했다. 나는 신랑에게 우리가 처음 딸아이에게 운동을 시킬 때 마음이 어땠었는지에 대해 질문을 했다. 왜냐하면 지금 마음이 달라진 것 같아서였다. 지금 나의 마음이 너무 결과에 치우쳐 있는 것 같아서. 잘했으면 좋겠고, 이겼으면 좋겠고, 최고가 됐으면 좋겠고, 그런 마음이 너무 커져서 과정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신랑은 대답했다. ‘운동해서 국가대표도 되고 하면 좋지만, 운동을 통해서 딸아이가 하는 경험은 그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가치가 있으니까, 그 경험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거니까.’ 그랬다. 우린 운동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가치를 더 크게 생각하고 운동을 시켰던 거다. 잘하면 좋지만 못 해도 그 이상의 가치가 있기에 운동이 힘들 거라는 걸 알면서도 권했던 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신랑과의 대화는 만족스러웠다. 지금의 나를 반성하게 해 주었다. 딸아이가 이기는 경기만 하면 좋겠다는 나의 욕망에 대한 반성. 문득 ‘4등’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수영을 정말 좋아하는 재능을 타고난 남자아이가 엄마의 ‘1등’이라는 욕망에 등 떠밀려 ‘4등’만 하다가 엄마의 욕망이 사라지고 나자 순수하게 수영을 좋아하는 아이의 마음만 남게 되어 ‘1등’을 하게 되는 영화다. 이 영화의 주인공 엄마와 내가 닮아 있는 것은 아닌가 겁이 났다. 딸아이가 배드민턴을 좋아하는 마음을 지켜 주며 그저 묵묵히 응원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결과에 아쉬워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다면 좋겠다. 결과를 가지고 아이에게 이렇다 저렇다 말하지 않고 그저 ‘괜찮아. 잘하고 있어. 재밌게 했지?’라고 말해주고 싶다.
져서 속상한 마음이 내가 크겠는가, 당사자인 본인이 크겠지.
잘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내가 크겠는가, 당사자인 본인이 더 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