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상으로

가기 싫다

by 이경란

삶에는 쉼이 필요하다. 쉬어 보니 정말 필요하다. 육아휴직을 1년한 이후 쉼 없이 달려오다 지난 3개월 원치 않았지만 마음이 병들어 쉼을 가졌다. 가져 보니 알겠더라. ‘아, 이래서 쉼이 필요한 거구나.’


‘잠시 쉬었다 가세요.’는 등산을 할 때 나무 그늘 밑에서, 더위를 피할 때 은행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말이다. 한데 나는 잠시 쉬었다 가면 큰 일 나는 줄 알고 육아휴직도 1년을 채우지 않고, 뭐가 그리 바빴는지 일터에서 10년을 넘게 달렸다. 마라톤을 할 때도 수분섭취할 수 있는 존이 있는데, 내 삶에는 왜 생존을 위한 수분섭취의 쉼조차 허락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쉼‘ 그 시간은 나에게 나를 돌아보고 주위를 돌아보게 해 주었다. 이것저것 많이 하기도 했다. 달리기, 요가, 배드민턴, 농구, 넷플릭스, 클래스101, 그림 그리기, 독서, 글쓰기, 주식, 사람 만나기….. 깨작깨작 많이도 했다. 깊이가 깊었다고는 할 수 없다. 발만 담근 것 같은 일들이 더 많다. 그래도 내가 한 일들이다. 그 일들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주위를 돌아봤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깨작깨작 건드렸던 일들이 눈에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우물 안 개구리가 여전히 우물 안에 있지만 우물 위 하늘에 안 보이던 별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더 많은 별들을 볼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이것으로도 난 충분하다. 그런데… 참…. 일하러 가기는 싫다. 지금 상태가 딱 너무 좋은데, 충분한데, 다시 일하러 가서 지금의 딱 좋음이 지금의 충분함이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일을 갖기 위해 내가 했던 노력들, 일을 가지게 되었을 때 감사함, 일을 하면서 느꼈던 보람. 분명 내가 소중히 하는 시간들이다. 그런데 왜 돌아가고 싶지 않을까.


새로운 장소도 아니다. 새로운 사람들로 넘쳐나는 곳도 아니다. 새로운 업무를 맡는 것도 아니다. ‘쉼’을 통해 에너지도 충전되었다. 뭐가 문제인가?


‘일하러 가기 싫다’라고 생각하는 지금 나의 생각이 문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 문제.


‘사고정지’ 지금 당장 아이패드를 닫고 나가야겠다.


답은 언제나 내 안에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