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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종화 Aug 15. 2019

아톰 익스프레스

원자의 존재를 추적하는 위대한 모험

 이 책은 “원자의 존재를 추적하는 위대한 모험”을 다룬다. 주로 화학과 열역학이 발전한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만화로 보여준다. 그런데 원자를 탐구하는 분야는 화학이나 열역학이 아니라 입자물리학이 아닌가? 왜 원자의 존재를 추적하는데 화학이나 열역학이 중심이 되는걸까? 우리가 학교에서 과학을 배울 때, 많은 개념을 기계적으로 다룬다. 시험에 나오는 문제를 푸는 데에 개념이 정확하게 무슨 의미이며, 어떤 과정을 통해 역사적으로 정착했는지 따지는 일은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개념이 지금 사용하는 의미로 정착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일은 개념을 사용해 문제를 푸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개념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이를 적절하게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 조진호는 전작 <게놈 익스프레스>에서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는데도 유전자의 실체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고백했다. 나또한 사람의 몸을 다루는 일에 종사하지만 유전자를 파편적으로 이해했다. <게놈 익스프레스>를 읽으며 유전자의 여러 의미가 어떤 맥락에서 나오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원자의 존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금 당연한 것처럼 원자의 존재를 받아들이며 이에 근거하여 여러 물리학, 화학, 생물학 문제를 풀고 산업에 응용한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자 데모크리토스(B.C. 460~380)가 원자론을 주창한 이래 원자의 존재를 인정하기까지 무려 이천 년이 넘는 세월이 필요했다.  


[과학사진 콘테스트 우승작, 옥스포드 대학 David Nadlinger 촬영, DSLR을 장기 노출해 찍은 스트로듐 원자 1개, 원자를 레이저 냉각으로 -273도의 절대 영도로 냉각한 후 2mm 크기의 두 바늘 사이 이온 트랩 자기장에 가두어 청자색 레이저 광을 조사했다. 원자가 에너지를 흡수하고 이 흡수된 에너지가 빛으로 방출되어 이 빛 때문에 원자가 눈에 보일 수 있게 되었다.]


 위 사진처럼 이제는 원자 한 개를 포착해 사진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원자의 존재를 확신하게 된 백여 년 전만 해도 원자를 실제로 볼 수 없었다. 볼 수 없는 무언가가 실제로 있다고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이 책 <아톰 익스프레스>를 읽으면 물질의 최소이자 기본 단위로서 ‘원자’라는 입자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 과정을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은 화학 반응이 일어날 때, 기체의 경우 반응하는 기체들과 생성되는 기체 사이의 부피비와 질량비가 일정하다는 데에서 원자의 존재를 가정하기 시작했다. 열역학의 발전과 엔트로피의 발견은 원자의 존재를 더욱 강하게 뒷받침했다. 마침내 아인슈타인이 기적의 해(1905년)에 발표한 브라운 운동에 관한 논문이 결정적으로 원자의 존재를 증명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읽으며 알아가면 좋겠다. 


 원자의 존재를 증명하기까지 수많은 과학자들이 관여했다. 화학반응식과 열역학이 원자의 존재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알아가는 과정은 무척 흥미로웠다. 저자는 과학 지식이 거의 없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서술했는데 깊이가 결코 얕지 않다. 별개로만 생각했던 화학과 열역학이 원자의 존재 증명으로 연결되는 내용을 통해 과학 자체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과학 교육이 여러 분야를 다루기 때문에 나열식, 서술식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을 이해한다. 하지만 중요한 과학 개념은 이 책이 그러하듯, 그 존재나 원리가 증명되는 역사적 과정과 배경을 밝힌다면 좋겠다. 


 한편, 저자는 과학철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질문을 이 책에서 던졌다. 과학은 실험과 측정을 통해 드러난 사실들의 연관관계만 밝혀야 하는지, 아니면 과감한 가설을 제시해 새로운 이론을 이끌어내 이를 검증으로 확정할 수 있는지 하는 문제다. 이는 곧 과학이론이 실제 세계의 법칙을 드러내는지 아니면 실제 세계와 달리 인간의 인식 아래에서만 유효한 발명인지로 연결된다. 원자의 존재가 인정받기까지 지난한 과정이 필요했던 이유는 실제로 관측할 수도, 볼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학에서나 열역학에서 원자의 존재를 가정하면 여러 현상이 쉽게 설명되었다. 원자의 존재는 증명되었고 현재는 관찰도 가능하다. 그러면 후자가 더욱 유효한 셈일까?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해 확실하게 답하지 않았지만 원자의 존재가 증명되는 과정이 주제인 이 책에서는 후자 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나왔듯 플로지스톤이나 에테르의 존재가 부정된 예도 있다. 과학은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증거를 바탕으로 최선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리되, 이를 끊임없이 개선하는 과정이다. 편견과 권위에 대한 우상을 버리고 객관적 증거에 의존해야 한다. 이 책은 원자의 존재를 추적하는 역사적 과정을 통해 과학의 본질이 어떠한가를 드러내기도 한다. 과학 개념을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즐거울 수 있는지, 과학의 발전 과정을 통해 과학이란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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