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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koN Nov 30. 2018

왕자의 날(Prinsjesdag)을 아십니까?

국왕의 황금 마차가 네덜란드 정치 1번가인 비넨호프(Binnenhof)로

네덜란드 정부의 새해는 매년 전 해 9월 세째 주 화요일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9년 예산이 옅은 황금빛 상자 속에서 밖으로 나오는 날을 기점으로 네덜란드 사회는 다가올 한 해를 숨가쁘게 달려갈 채비를 끝내는 날이기도 하다.

네덜란드의 재정 변화, 의료, 사회보장 및 노동 시장과 기업 관련 정책들에 대한 예산과 정책의 황금빛 상자가 열렸다. 정부 정책이 든 가방을 이날 공개한다.

1행사가 열리는 비넨호프에 있는 리데르잘(Ridderzaal:상원의원들의 의회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건물) 내부

2018년 정부정책 주요 골자

지금까지 세금 체계가 변한다. 소득에 따라 내야할 소득세율이 네 단계에서 두 단계로 줄었다. 그리고 50%이상의 소득세를 내는 사람은 없어질 것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네덜란드 경제가 2019년 2.6% 인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식료품 및 기초 식료품과 필수 소모품에 적용되던 부가세 6%가 9%로 인상된다. (네덜란드 부가세는 21%다.) 그로 인해 가계의 평균 지출액이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2020년부터 소득 20만 유로 이하의 중소기업 법인세율은 20%에서 점차적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왕실에 적용되는 왕과 여왕에게 지급되는 연봉은 늘어났다. 네덜란드의 국방부는 그간 절감했던 국방 예산으로 2019년에는 모든 병들에게 신규 전투 장비들이 지급될 것이다. 또한 주택 문제에 있어서도  해마다 75.000의 가구가 신규 주택이 필요하기 때문에 4천 만 유로를 들여 개발 되어야할 지역을 정리해서 주택을 짓는다고 결정했다.

이민법에 대해서는 유연한 정책을 펴서 이민국에서 이민자들의 이민 과정을 빨리 처리할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이라 밝혔다. 교육은 초등교육에 중점적으로 19억 유로를 투자할 것을 발표했다. 도로 건설 및 유지보수를 위해 국가 인프라 개선에 70억 유로를 지출한다. 늘어나는 교통량으로 유발되는 교통 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6천만 유로를 지출하게 된다. 


2019년 네덜란드 정부가 추진할 정책의 골자를 국민들이 완전히 알게 되는 황금빛 상자가 열리는 날, 

그 날을 네덜란드에서는 프리세스즈다흐라고 이름 붙이고 매년 9월 세째 주 화요일에 행사를 진행한다. 모든 미디어는 이 날 행사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 행사는 국왕의 황금 마차가 등장한다. 왕궁에서 왕과 여왕이 그의 마차를 함께 타고 그들을 호위하는 신하들과 함께 헤이그 시내를 거쳐 네덜란드 정치의 중심지인 비넨호프에 있는 리데르잘(Ridderzaal:상원의원들의 의회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건물)에 있는 왕과 여왕의 의자에 앉을 때까지의 모습은 이곳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행사이고 큰 볼거리다.

한 해 정부의 정책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황금색 상자

왕자의 날의 시작은 지금의 행사와는 시대적으로 많이 달랐다. 그리고 당시의 왕권과 지금의 왕권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차이가 있다.  지금은 왕국인 네덜란드에서 상징적 왕국의 왕이 존재한다.  역사 속에 남은 전통을 없애지않고 시대에 맞게 변화 계승하고 있는 점도 네덜란드라는 나라가 가진 힘의 원천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9월 세째 주 화요일, 이 날 이후의 네덜란드 의회는 그야말로 치열한 각 정당들의 날 선 토론을 만날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어느 나라에서나 정부가 발표한 예산안에 실린 정책에 대한 비판은 정부 야당의 필수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이 날 <왕의 연설(troonrede)>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의회는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올 해 왕의 연설 속에는 국가 예산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편성되었으며 새로운 한 해를 어떻게 계획하고 이끌어갈 것인가를 발표한다. <왕의 연설>이라고 불리지만 지금의 네덜란드의 상황으로 볼 때, 정부를 대변하는 목소리라 이해하면 된다. 네덜란드는 왕국으로 지금까지 왕과 여왕이 존재하는 나라이긴 하지만 많은 부분 왕권을 내려놓고 국민들이 원하는 나라를 만들어가기 위해 왕가는 외교와 정치, 사회, 문화 전반적으로 국민들을 위로하고 안정적인 나라를 만들기 위한 동반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이 날 이후, 의회를 뜨겁게 달구는 화제, 주주배당세(de dividendbelasting)

네덜란드 의회는 왕자의 날 이후 주주배당세의 이슈로 떠들썩하다. 심지어 아이들도 디비덴벨라스팅이 뭐냐고 물어볼 지경이다. 왜 이리 큰 이슈가 되었을까!

이미 예견하고 있었던 사안이고 지금의 수상인 뤼뜨가 3기(현재 여당의 다수당인 VVD는 세 차례 다수당이 되면서 3기에 접어들었다.)에 들어서면서 반드시 없애겠다고 수차례 말한 바 있는 세금이기도 하다. 이 세금이 없어질 경우 네덜란드는 글로벌 기업들이 터를 잡고 사업하기 더 좋은 나라가 되는 것이 과연 사실일까! 그럼 주주배당세란 뭘까?

주주배당세란 외국인들이 네덜란드에 있는 기업에 투자하여 받는 주식 배당금의 원천징수세이다. 현재 15%인 이 세금은 해외투자자일 경우 자국에 세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상쇄될 수 있다고 하지만 해외투자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세금이기도 했다. 그래서 현재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배당세를 없애겠다고 다양한 안들을 마련하고 발표했다. 올 해 왕자의 날에는 이 세금을 없애게 되면 생기게 되는 정부 재정 손실에 대한 거대한 저항에 부딪혔고 현정부는 주주배당세를 없애는 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갈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부분에는 거대 글로벌 기업이며 네덜란드와 영국의 합자 회사인 쉘과 유니레버가 전면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이미 대외개방형 경제구조가 확고히 자리잡고 있는 나라이다. 

조세회피 구조의 위장회사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통제를 위한 남용방지 원천징수세 신설을 추진하면서 중소기업의 법인세 인하를 본격화했다. 배당세 폐지에 대해서는 지금 의회에서 야당들이 강력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 법안의 종착지가 어떻게 될 지에 대해 언론에서 다양한 관점들을 들어내고 있다.

네덜란드가 글로벌 경제의 중심지로서의 입지와 경쟁력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로 기업 관련 조세제도의 개편 카드를 들고 나온 현재의 정부의 기업 정책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한국에서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네덜란드로 진출할 기업들에게 큰 관심이 되는 사안일 것이다.


전통적인 행사를 시대에 맞는 행사로 만들어가면서도 국민을 위해 정부 정책을 고스란히 알리고 있는 민주주의를 실행하는 나라 네덜란드. 

왕자의 날은 왕가의 화려함을 볼거리로 국민들을 행사에 집중시키면서 중요한 골자는 이 정부가 어떤 정책으로 나라를 이끌고 있는 지를 국민에게 알리고 홍보하는 날이다. 황금빛 마차와 국왕, 그리고 정부의 정책이 담겨있는 황금빛 상자는 네덜란드를 표현하는 중요한 표상이기도 하다. 


해마다 9월이면 네덜란드는 과연 어떤 목표를 가지고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지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이 한 해 중에 가장 분분한 달이 되는데, 바로 그 시작이 되는 행사가 9월 세째 주 화요일의 왕자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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