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취재 수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koN Apr 09. 2017

브뤼셀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박찬욱 감독을 만나다.

브런치의 작가 승인이 난 후, 

첫 기사를 과연 어떤 기사로 써야 할까를 참 오랫동안도 고민했었다.

첫 번째 기사 선정!



덕후들의 영화제,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박찬욱을 만나다. 

*덕후: (어떤 분야에 몰두해 마니아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의미 출처:네이버) 


2017년 4월 4일, 유럽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브뤼셀의 종합 아트센터 보자르(BOZAR)의 빈 좌석이 없이 관객으로 꽉 찬 대극장에서 한 동양인 남자가 기사 작위를 받았다. 

세계 3대 장르 영화제로 꼽히고 있는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는 올해로 35회째, 행사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에서 한국의 박찬욱 감독은 올해의 공로상인 ‘까마귀 기사상(Chevalier de l’Ordre du Corbeau 2017)’을 수상했다. 

오프닝 행사가 열린 브뤼셀 종합 아트센터 보자르(Bozar) 대형 극장 스크린 가득 박찬욱이라는 이름이 펼쳐진 뒤 회고전에서 상영할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영상으로 소개되었다. 뒤이어 무대로 걸어 들어오는 박찬욱 감독을 향한 관객들의 환호는 열광적이었다. 빈자리 없이 꽉 찬 극장의 관객들은 기사 작위식이 거행되는 동안 침묵했지만 작위식이 끝난 후 그가 마이크를 잡자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로 그를 환호했다. 환호하는 관객들을 향해 박찬욱 감독이 목례로 답하자 관객들은 곧바로 노래를 불러달라고 청했고 박 감독은 주저 없이 그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주제곡이었던 부치지 않은 편지를 불렀다. 잔잔한 음률의 그의 노래로 인해 환호했던 분위기가 침착하게 가라앉았고 그가 부르는 한국 노래는 영화관 전체에 울려 퍼졌다. 

박찬욱 감독은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아직 공로상을 받을만한 연륜이 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 상에 담긴 까마귀(유럽에서는 크고 음습하고 불길하고 사악한 이미지로 알려진 새)의 뜻을 깊이 새겨 작품에 담아내겠다. 그리고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분들께 보답하겠다.”라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다음 날,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의 공로상 수상자인 박찬욱 감독을 위해 특별히 취재 언론들과 일대일로 인터뷰 시간을 마련했고 그가 왜 그 자리에서 이 노래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는 스페인의 시체스, 포르투갈의 판타스포르토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로 꼽히고 있다. 영화제의 형식적인 면에서나 상영되는 영화들의 특징과 개성이 뚜렷하기에 덕후들의 영화제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관객을 사로잡는 새로운 발상들과 독특하고 혁신적인 기법과 스토리 전개가 눈에 띄는 작품들을 선정해 상영하는 이 영화제 일정 동안, 한국 영화는 거의 매일 볼 수 있다. 

공로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회고전이라는 이름으로 <박쥐, 2009><싸이보그지만 괜찮아, 2006><친절한 금자 씨, 2005>이 상영한다. 그리고 이수연 감독의 <해빙>, 모홍진 감독의 <너를 기다리며>, 이계벽 감독의 <럭키>, 엄태화 감독의 <가려진 시간>, 신승훈 감독의 <터널>, 홍지영 감독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이호재 감독의 <로봇소리>, 나현 감독의 <프리즌> 등 8편의 한국 영화들을 영화제 기간 동안 상영된다. 

국제 경쟁 부분에 출품된 작품은 가려진 시간,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두 편이며 스릴러 경쟁 부분은 터널, 해방, 프리즌 3편의 영화가 공식 경쟁 부분에 출품되었다. 

올해 35회라는 역사를 가진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는 지금까지 장편 800여 편, 단편 1,122편 등을 선보여 오면서 꾸준히 세계무대에서 장르 영화제로써의 명성을 쌓아왔다. 이 영화제에 선정된 모든 영화 작품들은 영화제에 성격에 맞게 기준과 취향이 독특하다. 그렇기에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 가운데 장르 영화 덕후들이 많은 까닭이기도 하다.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브뤼셀 시의 후원으로 올해 새롭게 시작한 브뤼셀 국제 영화 마켓 (Brussels International Film-BIF Market)을 영화제 기간 동안 (13일에서 15일까지 3일간) 열어 영화 제작사, 배급사, 후원사 등이 공동 제작, 사전 제작, 기술 지원 등을 논의하는 영화 배급의 중심지로 새롭게 부상하기 위한 행사를 준비했다. 

영화제 기간 동안 독특하고 환상적인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모으는 것으로 유명한데 올 해에는 뱀파이어 무도회와 좀비의 날 행사로 좀비 퍼레이드와 좀비 나이트라는 이름으로 영화제를 찾는 사람들을 만난다. 

영화제 기간 동안 펼쳐지는 독특한 부대행사는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의 독특한 맛을 더한다. 판타스틱 영화의 완성도에 방점을 찍는 작업으로 유명한 특수분장의 효과를 관객들이 눈 앞에서 확인할 수 있는 특수 분장 대회를 비롯하여 뱀파이어의 무도회, 좀비의 날, 탐정물의 날 등 관객들이 환상에 사로잡힐만한 희한한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다. 

올 해는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 사상 가장 많은 한국 영화가 경쟁 부분에 출품되었고 박찬욱 감독의 까마귀 기사상의 영예는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현지 언론에서 평가하고 있다. 영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이수연, 홍지영, 엄태화, 나현 감독은 자신들의 영화가 상영된 이후 언론과 팬들을 만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갖게 되는 행사를 진행한다. 

현지 언론인들과 영화제 관계자의 인터뷰를 통해 박찬욱이 이곳에서 얼마나 명성이 대단한 감독인가를 알 수 있었다. 


<시네마스코프 벨기에>의 장 필리포 티리아뜨 기자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본 후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만났는데 영화에서 느껴지는 소름 끼치는 장면들과 사악한 주인공들을 상상하며 감독의 모습을 떠올리며 박 감독을 만났는데 너무 신사적이고 깔끔한 외모와 성실한 인터뷰 응대에 그의 영화를 보며 느꼈던 감동과는 또 다른 감동을 느꼈다고 말하며 그날 이후 더욱 박 감독의 팬이 되었다고 말했다. 


티보트 게르구아 <영화 블로거> 

그는 박찬욱의 인터뷰를 위해 준비한 그의 노트를 기자에게 보여주었다. 불어로 쓴 빽빽한 기록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열정은 충분히 느껴졌다. 박찬욱 감독과 더불어 한국 감독들의 이름을 줄줄 읊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등장하는 한국이 무척 낯설었지만 점점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한다. 최근에 본 영화 아가씨는 내용과 더불어 화면 자체에 큰 감동을 받았으며 배경이 된 집, 효과, 음향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인터뷰 시간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요즈음은 한국 역사를 통해 일본과의 관계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게르구아는 장르 영화에 심취하여 현재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고 있는 다섯 개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영화광이다. 


로컬 방송 기자 안 미소튼 

35회째를 맞는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까마귀 기사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에 대한 관심은 한국 영화 전반의 관심으로 확대되었다고 말하는 안 미소튼은 이번 브뤼셀 영화제에 소개되는 한국 영화에 전반적으로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는 브뤼셀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고 했다.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스텝: 맥심 리파트(26) 

영화제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시작되었다. 장르 영화제로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영화제이다. 이곳에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의 시작은 박찬욱 감독 영화 올드보이가 인기를 끌면서부터이다. 올해 많은 한국 영화들이 이곳에 출품되었고 상영되고 있는 것도 역시 박찬욱 감독의 명성과 관계있다고 생각한다. 오프닝에서 박찬욱 감독이 받은 까마귀 기사상은 장르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의 영예를 인정하는 상이다. 그 상을 박찬욱 감독이 수상한 것으로 그가 얼마나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르 영화에 관심이 많아 영화제의 스텝으로 일하고 있는 나에게 박찬욱 감독 영화는 영상, 스토리, 효과, 음향 등 다양한 부분에서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영화이다. 나는 박찬욱 감독의 광팬이기도 하다.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올드보이에 나오는 배경음악을 안다.(직접 음을 흥얼거리며) 이것 모르면 박찬욱을 안다고 할 수 없다. 

박찬욱 감독 인터뷰 

박찬욱 감독이 받은 까마귀 기사상의 시상식은 무척 특별했다. 기사 작위를 받은 소감이 어떤가?

특별히 외국 관객을 의식해서 영화를 만들어 본 적은 없다. 관객들의 열정을 통해 장르 영화의 힘이 있다고 느꼈다. 장르 영화는 그에 맞는 형식과 원칙이 있는데 언어나 문화가 달라도 영화를 통해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 순간이었다. 


여러 나라의 다양한 영화제에 참가했고 상도 받으셨다. 특별히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가 다른 영화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있는가? 

특정 장르 말하자면 스릴러, 호러, 판타지 등의 특정 형식이 범주에 든 영화를 선정하여 상영하는 영화제이기 때문에 요즈음 말하는 덕후들이 관객의 주류를 이룬다. 그렇기 때문에 분위기가 다른 영화제보다 훨씬 열정적이고 표현이 강렬한 것 같다. 어제도 시상식이라기보다 파티 분위기였다. 아주 특별한 느낌을 갖게 하는 영화제다. 


어제 수상 소감과 더불어 관객들이 박찬욱 감독이 등장하여 마이크를 잡자마자 노래를 불러달라는 전체 관객들의 청을 거절하지 않고 바로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가 본인이 만든 공동경비구역의 부치지 않은 편지라는 노래였는데 특별히 그 노래를 부른 이유가 있는지? 

극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관객들의 환호와 노래를 부르라는 연호 속에서 내 영화 속의 영화를 부르고 싶었다. 원래 아는 노래가 많지 않다(웃음) 지금의 우리의 현실이 떠오르면서 그 노래가 생각이 났다. 


요즈음 유럽에서 한국 영화가 굉장히 선전하고 있다. 예전보다 상영되는 영화 편수도 많아졌고 이번 이 영화제에도 한국 영화가 11편이나 상영된다. 특별히 한국 영화가 유럽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한국 현대사가 한국 사람들을 무척 고단하게 만들었다. 많은 시련과 고난을 겪은 사람들이 단련되고 성숙해지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힘든 역사 속에서 영화인들도 작품을 만들고 성장했다. 그래서 훨씬 감성도 풍부하고 시련의 표출이나 감동도 더 해진 결과가 지금 작품들로 표현된 것이라 성숙되고 깊은 정서의 작품들이 많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사건까지 있었다. 역사적으로 질곡과 변곡점이 많은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갖는 감정과 에너지가 폭발하여 영화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탄핵 문제와 더불어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큰 화제가 되었는데 어떤 생각이 들었나? 

군사 독재 시절의 검열로 영화가 가위질당하기도 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와는 다르지만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문화인들의 예술 활동을 성장시킬 수 있는 국가적 지원에서 배재한다는 것은 표현의 갈망을 억압하는 정치적 행태이다. 문화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감수성의 표현이나 능력의 발휘를 억압받는 것이기 때문에 창작 능력을 떨어뜨리는 작용이 될 수 있다. 앞으로는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곳에서 평가되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에 대한 평가나 환호의 이유가 어떤 것일지 본인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특별한 이유에 대해 알 수가 없다. 유럽이나 외국 문화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다. 그들이 내 작품에 대해 열광하는 이유를 나도 알고 싶다. 내 작품을 본 사람들의 평가는 온전히 그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절제된 박찬욱 감독과의 인터뷰를 하는 동안,

나는 왜 그의 말 하나하나에서 벅찬 감동과 한국인이라는 자부심과 동시에 슬픈 역사에 대한 자괴감이 동시에 느껴졌을까!

'그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왜 나는 그가 하는 말 하나하나가 이토록 가슴에 절절히 와 닿을까!'

비슷한 세대를 산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리의 정서는 누구 할 것 없이 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박찬욱 감독이 자신이 주인공이 된 유럽의 유명한 한 영화제에서 왜 '부치지 않은 편지'를 잔잔하고 애잔하게 불렀는 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뿌듯하고... 이면에 쓰리고 아프다.


#박찬욱! 참 괜찮은 사람이더라.

p.s 이 글의 일부는 오마이뉴스 해외 리포트로 실렸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