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은 넣으세요.

by 승주연

오래전부터 코로나 백신을 접종받고 싶었는데, 다행히 학원 강사가 우선 접종 대상자에 포함돼서 수업을 하고 나서 코로나 예방접종 센터로 향했다. 부작용 얘기도 많고, 혼자 가기가 조금 떨리고 두려워서 학원 직원들과 함께 예방 접종을 받으러 갔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사람이 대기하고 있었고, 우리는 빈자리에 앉아서 우리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고, 어느덧 우리 차례가 왔다.

대기는 1층에서 하고, 2층에서 예진표를 작성했다.


그리고 어느덧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예방접종을 하는 낯선 환경에 적응을 할 새도 없이 내 차례가 왔다.


''왼 팔에 맞으실 거죠?''

''네.''

''소매를 어깨까지 걷으세요.''


나는 순간 설마 어깨에 놓으시려는 건 아닌지 물어보려다가 질문을 삼켰다.


''힘 빼세요.''


내가 의사의 말을 듣고 이해했다고 느낀 의사는 주사를 내 팔에 놨다. 긴장도 했고, 새로운 환경에서는 심하게 어리바리한 나여서, 의사가 한 말을 못 들었는지, 아니면, 의사가 아무 말 없이 반창고를 붙이려고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의사가 말했다.


''어딜 자꾸 가세요?''

''네?''

''반창고 붙여야죠. 호호호''


친절한 선생님 덕분에 긴장이 살짝 풀린 나는 백신 접종 확인서를 받는 데로 가서 조금 황당한 대화를 하게 된다. 어쩌면 선생님 덕분에 긴장이 완전히 풀려서 본래의 나로 돌아가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안녕하세요, 예진표 주세요.''

''네.''

그동안 계속 신분증을 제시했던 나는 이번에도 제시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하면서 질문했다.

''신분증은 어떻게 할까요?''

''넣으세요.''

순간 나는 어디로 넣으라는 것인지 헷갈렸다. 그러니까, 내 가방 속과 나와 직원을 가로막는 가림막에 있는 작은 구멍 중에 어디에 신분증을 넣어야 할지 이해를 하지 못한 나는 50%의 확률에 기대어 가림막에 있는 작은 구멍에 신분증을 밀어 넣었다.

''신분증은 넣으세요.''

''네?''

''신분증은 넣으셔도 돼요.''

''아, 네.''

나는 그제야 신분증을 가방에 넣어도 좋다는 의미로 알아듣고 가방에 넣었다. 그때 직원이 말했다.

''어떻게 말하면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될까요?''

''신분증은 필요 없어요.라고 말하면 되지 않을까요?''

''3시간씩 기다린 분도 계셔서 너무 차갑게 들리는 것 같아서요.''

''그럼, 신분증은 가방에 넣으세요.라고 말하면 어떨까요?''

''그것도 조금 딱딱한 것 같아요.''

''그럼, 신분증은 가방에 넣으셔도 될 것 같아요.라고 하면 어떨까요?''

''그러면 될 것 같네요.''


아무튼 이 날 나는 여러 모로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백신접종 #1차 #화이자 #대화 #일상 #한국어

이전 24화방치와 숙성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