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모 아니, 소포를 찾아서

국제 소포

by 승주연

2019년부터 나는 러시아 도서협회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도서협회 측의 총괄 매니저님과 문자도 자주 주고받고, 미주알고주알 책 출간이나 역서 계약 관련 사항들을 거의 빠짐없이 공유한다. 그리고 매번 그분은 진심을 담아 축하해주신다. 그리고 내가 책 좋아하고, 초콜릿 좋아하는 것도 아셔서 지금도 그 덕을 보고 있다.


얼마 전에도 대략 500페이지짜리 러시아 장편소설 번역 원고를 제출했다고 도서협회 총괄 매니저한테 왓츠앱으로 연락을 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네, 난 잘 지내요. 이제 연휴도 끝나고 본격적으로 일하려고요. 하긴 연휴 때도 온전히 쉬지는 못했지만요.''

''사실 저도 작년부터 쉬질 못하고 있어요. 참, 저 장편소설 번역 원고 제출했어요! ''

''오! 정말 잘됐네요! 축하해요!''

''책 3권을 갖고 작업하다가 이제 2권으로 줄었어요.''

''정말 부지런한 것 같아요! 참, 우리가 보낸 소포도 언젠간 도착하겠네요!''

''네? 소포요?''

''네, 작년 12월 23일쯤 보낸 걸로 알고 있어요.''


순간 내 동공이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심하게 흔들렸다. 문자를 보고 또 봤다. 우리가 문자를 주고받은 날이 15일이니까 소포를 발송하고 대략 20일이 지난 것이었다. 게다가 '언젠간 도착하겠지'라고 말하는 걸로 봐서 소포와의 만남을 운명 정도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운명을 믿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조급한 마음에 영수증을 보내달라고 했다.


''영수증 혹시 갖고 계세요?''

''잠깐만요. 우리 직원한테 물어볼게요.''


그리고 나는 영수증을 건네받았다. 영수증 내용을 확인한 나는 두 눈을 의심했다. 영문으로 쓴 내 이름 빼고는 정확한 것이 없었다. 주소는 쓰다 말았고, 전화번호는 아예 없었다. 그래서 나는 우체국 사이트에 소포 검색하는 란에 그 번호를 넣었다. 소포는 11일에 이미 안산우체국에 도착했지만, 주소 불명으로 반송 처리돼 있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집배원 연락처가 있는 걸로 봐서 소포는 아직 안산우체국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나는 서둘러 집배원 아저씨한테 문자를 남겼다. 영수증도 첨부하고, 내가 러시아에서 온 소포를 기다리고 있다고 적고 주소도 정확하게 다시 적어서 보냈다. 그날이 금요일 저녁 7시쯤이어서 연락을 할 수 없었고, 다음 날은 토요일이어서 우체국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주말 내내 우체국 사이트에 들어가서 소포의 발송 혹은 반송 상태를 예의 주시했다. 그리고 어느덧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월요일이 왔다. 월요일 아침 8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집배원 아저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우체국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말씀하세요.''

''러시아에서 온 소포 기다리고 계시죠? 그 소포는 지금 안산우체국에 있습니다. 신분증 갖고 직접 찾으러 가시면 됩니다.''

''네, 정말 감사합니다. 혹시 제가 오늘 오후에나 시간이 될 것 같은데 그때까지는 소포가 그대로 있을까요?''

''네, 보통 보름 정도 보관하다가 다시 반송시키니까 괜찮습니다. 신분증 갖고 오셔서 찾아가시면 됩니다.''

''네,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해서 나는 부푼 가슴을 안고 안도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사진은 소포 안에 있던 러시아제 초콜릿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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