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와 숙성 사이

by 승주연

남편이 베란다에 방치된 것 같은 수제 비누를 보면서 한 마디 한다.


''당신이 예전에 만들어둔 이 비누 쓸 수 있는 거야? 언제까지 방치할 거야?''


남편의 말을 듣고 내가 과거 언젠가 (올해이길 바라면서) 만들었던 비누가 떠올랐지만, 내심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최대한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한다.


''어, 그거 숙성시키는 거야. 수제 비누 만들 때 보니까 숙성 과정을 거치더라고.''


''당신 솔직히 말해봐. 까먹고 있었지?''


''아니라니까, 다 계획이 있었다고!''


''진짜 방치가 아니라 숙성 맞아?''


''응. 아직 언제 써야 할지 결정을 못 했을 뿐이라고!''


''이러다 벌레 꼬일라.''


''설마, 비누를 좋아하는 벌레가 있으려고.''


''두고 볼 거야.''


*지금 베란다에서 숙성 중인 비누의 상태는 조금 민망해서 예전에 만들었던 비누의 사진을 올려봅니다.


#번역작가 #일상 #수제비누 #방치 #숙성

20200607_155719_732.jpg


이전 23화연륜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