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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주연 Aug 15. 2021

커다랗고 커다란

치과

우리 가족은 저녁 식사도 하고 필요한 물건도 살 겸 집을 나와서 차를 타고 상록수 역 근처로 가고 있었다. 이때 커다란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대충 보더라도 어마어마한 면적과 높이를 자랑하는 건물이었는데, 그 건물의 정 중앙에 그것도 꽤 크고 굵은 글씨로 '**치과'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보였다. 그걸 본 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저기 봐봐. 치과가 정말 크네!''

''어디?''

''저기, '**치과'라고 적혀있잖아! 난 치과 건물이 저렇게 큰 거 처음 봐!''

유감스럽게도 이때 나는 진지했고, 나는 정말 건물 전체가 치과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뭐? 저건 저 건물에 치과가 있다는 거잖아. 당신을 어쩌면 좋니? 큰 눈을 갖고 있으면 뭐하냐고!'' 

''정말? 어, 진짜네. 다른 업체도 많이 입주해있네.''

''당신은 눈만 컸지 뭘 제대로 보는 게 없어.'' 

''아니, 저렇게 큰 건물에 그것도 세로로 큰 글씨가 적혀있는 플래카드가 떡하니 걸려있을 게 뭐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거든!'' 

''난 정말 '커다랗고 커다란 치과'라고 생각했는데. 차라리 농이라고 할걸... 난 심지어 건물 전체를 치과로 쓰면 그 안에는 어떤 부서들이 들어가 있는 걸까. 직원 수는 어떻게 될까. 수지타산은 맞을까. 등등 많은 생각을 했는데.'' 

''못 말려.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지?'' 

''그래도 나랑 있으면 심심하지는 않지?'' 


#치과건물 #번역작가 #출판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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