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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주연 Sep 22. 2021

요리와 실험 사이

가오리찜 도전기

 나는 음식과 관련해서는 도전 정신이 조금 있는 편이다. 생소한 식재료 중 내장 같은 걸 넣은 음식은 상당히 경계하지만, 내장이 아니고 심하게 비리거나 누린내가 나는 경우가 아니고, 내가 한 음식을 기꺼이 먹어줄 사람이 옆에 있다면 도전 정신을 십분 발휘해서 요리를 하곤 한다. 

 얼마 전에 마트에 장을 보러 갔을 때 '반건조 가오리'를 발견했고, 나는 언젠가 TV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에서 맛있는 녀석들이 가오리찜을 아주 맛있게 먹었던 일을 떠올리고는 호기롭게 가오리를 샀다. 

 가오리가 단백질이 풍부하다고 들었던 나는 '고단백질' 음식 혹은 식재료와 단짝인 '저칼로리'를 연결시키며, 칼로리도 낮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요리를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드는 의구심을 완벽하게 없애기 위해 인터넷으로 과연 가오리는 어느 종에 속할까, 혹은 가오리가 홍어의 다른 말일지 등을 알아보기로 결심한다. 

 생김새가 지나치게 닮은 데다 홍어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이 있던 나는 가오리가 홍어의 다른 이름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면서 검색어를 넣었다. 

 홍어와 가오리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나는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홍어는 가오리과 물고기이고, 가오리는 홍어과 물고기라는 것이다. 즉, 가오리를 삭히면 홍어회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산 것은 반건조 가오리였고, 반건조하는 동안 가오리에서 가스가 나오고 살이 연해지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단순히 삭힌 것이 아니라 반쯤 말린 가오리는 어떨까 궁금했다. 이걸로 찜을 만들면 어떤 맛이 날지 무척 궁금했다.  다행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반건조 가오리로 찜을 했고, 결과는 전반적으로 아주 긍정적이었다. 

 가오리가 홍어라는 다소 충격적인 진실로 인해 조금 의기소침하긴 했지만, 결국 나는 냄새가 나지 않게 맛술을 활용해서 요리를 했다. 가오리 한 마리가 다 들어갔는데, 눈과 코, 꼬리에서 먼 몸통은 가오리라고 말하지 않으면 모를 만큼 비린내도 없고 맛도 담백했다. 하지만 눈과 코, 꼬리에 가까운 부분은 확실히 '홍어'가 '가오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하게 상기시켜주는 맛이었다. 

 

결국 우리는 고단백질 저 칼로리 식재료가 가오리 말고도 더 있을 것이며, 1년에 한 번쯤 아주 맛있게 요리를 하면 먹어줄 만한 생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1년 후에 또 가오리 요리를 한다면 조금 더 달고 맵게 해 봐야겠다. 


#반건조 #가오리 #가오리찜 #번역작가 #러시아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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